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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전탈우(蹊田奪牛)
남의 소가 내 밭을 짓밟았다고 그 소를 빼앗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조그만 실수를 빌미로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蹊 : 좁은 길 혜(足/10)
田 : 밭 전(田/0)
奪 : 빼앗을 탈(大/11)
牛 : 소 우(牛/0)
밭에 소가 지나가면서 작물을 짓밟았다(蹊田)고 밭주인이 그 소를 빼앗는다면(奪牛) 누구나 지나쳤다고 손가락질 할것이다.
상대방의 조그만 잘못을 빌미로 재산을 가로채거나 가벼운 죄를 너무 혹독하게 다스릴 때 이성어를 쓴다. 蹊(혜)는 지름길이지만 지난다는 뜻도 있다. 밭주인이 소를 뺏는 전주탈지우(田主奪之牛)도 같은 뜻이다.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이 탈옥과 재수감을 반복하며 19년간 옥살이를 하게 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예다.
춘추좌전(春秋左傳)과 사기(史記)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 진(陳)나라의 대부 하징서(夏徵舒)가 자기 집에 들러 술을 마신뒤 돌아가는 임금 영공(靈公)을 시해했다.
이 소식을 들은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이 군사를 일으켜 진의 도읍을 공략하고 하징서를 처단했다. 이 일로 여러 제후국과 각 고을 대부들의 칭송이 자자하자 우쭐해진 장왕은 내친 김에 진나라를 초나라의 일개 현으로 만들어 버릴 야욕을 품게 되었다.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부 신숙시(申叔時)가 마침 돌아와 그간의 업무 보고만 하고 돌아가려 했다. 장왕은 신숙시에 진나라를 치고 하징서를 살해한 공로를 치하하지 않는다고 힐책했다.
신숙시는 임금을 시해한 자를 징벌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 추킨 뒤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어떤 사람의 소가 내 밭을 짓밟았다고 해서 소를 빼앗는다면 당연한 일일까요? 밭을 밟은 것은 잘못이지만 남의 소를 뺏는 것은 지나친 처벌입니다." 라고 간언했다.
牽牛以蹊人之田 而奪之牛
牽牛以蹊者 信有罪矣
而奪之牛 罰已重矣.
장왕은 이 말이 옳다고 여겨 진나라의 왕위를 회복시켰다.
▶️ 蹊(좁은 길 혜, 이상야릇할 계)는 형성문자로 徯(혜)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발 족(足; 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奚(해, 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蹊(혜, 계)는 ①좁은 길 ②지름길 ③발자국 ④경로(經路) ⑤지나다 ⑥짓밟다 그리고 ⓐ이상야릇하다(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들쥐를 혜서(蹊鼠), 두 다리의 사이를 서혜(鼠蹊), 좁은 옆길로 정도가 아닌 부정한 방법을 이르는 말을 방혜(傍蹊), 곁길로 원 길 옆에서 곁으로 난 길을 방혜(旁蹊), 가지가지의 온갖 수단이나 방법을 백혜(百蹊), 바느질을 하여 죽 박은 줄을 선혜(線蹊), 샛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덕이 높은 사람은 자기 선전을 하지 않아도 자연 흠모하는 이들이 모인다는 성혜(成蹊), 굶주린 범이 다니는 길이라는 뜻으로 심히 위험한 곳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아호지혜(餓虎之蹊), 좁고 꼬불꼬불한 옆길이라는 뜻으로 옳지 못한 수단이나 방법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방혜곡경(傍蹊曲徑), 천 갈래의 좁은 길과 만 갈래의 지름길이라는 뜻으로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구사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천혜만경(千蹊萬逕),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하지 아니하고 그릇되고 억지스럽게 함을 방혜곡경(旁蹊曲逕) 등에 쓰인다.
▶️ 田(밭 전)은 ❶상형문자로 경작지의 주의의 경계와 속에 있는 논두렁 길을 본떴다. 본디 농경지나 사냥터를 나타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논은 답(沓), 밭은 전(田)으로 구별한다. ❷상형문자로 田자는 '밭'이나 '경작지'를 뜻하는 글자이다. 田자는 밭과 밭 사이의 도랑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부터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벼농사는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류가 정착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기초 아래 중국문화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田자는 중국 역사와도 매우 인연이 깊은 글자라고 할 수 있다. 田자는 벼의 재배법에 따라 조성된 밭을 본떠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밭'이나 '농사'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田자를 단순히 모양자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그래서 田(전)은 (1)밭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밭 ②경작지(耕作地) ③봉토(封土) ④사냥 ⑤농사 일을 맡아보는 관리 ⑥면적의 단위 ⑦큰북(대형의 북) ⑧단전(丹田) ⑨밭을 갈다 ⑩농사짓다 ⑪사냥하다 ⑫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논 답(沓)이다. 용례로는 밭 문서를 전권(田券), 논밭과 동산이나 시골을 전원(田園), 밭농사 또는 밭곡식을 전작(田作), 논밭에 관한 제도를 전제(田制), 논밭의 주인을 전주(田主), 농부의 집을 전가(田家), 논밭과 집터를 전도(田堵), 논과 밭을 전지(田地) 또는 전답(田畓), 논밭을 재는 데 쓰던 자를 전척(田尺), 전답의 소작인을 전호(田戶), 사냥할 때 쓰는 화살을 전시(田矢), 논밭의 넓이를 전적(田積), 석유가 나는 지역을 유전(油田), 논을 밭으로 만듦을 번전(反田), 개인 소유의 논밭을 사전(私田), 국가 소유의 논밭을 공전(公田), 배꼽 아래로 한 치 다섯 푼 되는 곳을 단전(丹田), 풀과 나무를 불질러 버리고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밭을 화전(火田), 땅을 일구어 새로 밭을 만듦 또는 그 밭을 개전(開田), 엉뚱한 제삼자가 힘들이지 않고 이득 보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전부지공(田夫之功), 위임을 받아 자기의 뜻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을 일컫는 말을 전결사항(田結事項), 전원을 무대로 하여 쓰여진 소설을 일컫는 말을 전원소설(田園小說), 논밭과 동산이 황무지가 됨을 이르는 말을 전원장무(田園將蕪),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이나 세상의 모든 일이 엄청나게 변해버린 것을 이르는 말을 상전벽해(桑田碧海),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함 또는 억지로 자기에게 이롭도록 꾀함을 이르는 말을 아전인수(我田引水), 오이밭과 오얏나무 밑이라는 뜻으로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과전이하(瓜田李下), 진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평한 말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 사납게 싸움을 일컫는 말을 이전투구(泥田鬪狗), 남전에서 옥이 난다는 뜻으로 명문에서 뛰어난 젊은이가 나옴을 칭찬하는 말을 남전생옥(藍田生玉), 밭을 갈고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백성이 생업을 즐기면서 평화로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경전착정(耕田鑿井), 좁은 밭과 작은 집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되는 재산이나 자기의 재산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촌전척택(寸田尺宅), 벼루를 밭으로 삼고 붓으로 간다는 뜻으로 문필로써 생활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필경연전(筆耕硯田), 자갈밭을 가는 소란 뜻으로 황해도 사람의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한 성격을 평한 말을 석전경우(石田耕牛), 꽃밭에 불을 지른다는 뜻으로 젊은이의 앞을 막거나 그르침을 이르는 말을 화전충화(花田衝火) 등에 쓰인다.
▶️ 奪(빼앗을 탈, 좁은 길 태)은 ❶회의문자로 夺(탈)의 본자(本字)이다. 부수를 제외한 글자 수(새가 날개를 펼치고 많이 낢)와 寸部(촌; 손)의 합자(合字)이다. 새가 손에서 도망침의 뜻으로, 전(轉)하여, 뺏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奪자는 '빼앗다'나 '잃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奪자는 大(클 대)자와 隹(새 추)자, 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奪자의 금문을 보면 大자가 아닌 衣(옷 의)자가 그려져 있었다. 奪자는 본래 품 안에 있는 새를 움켜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새장도 아닌 옷 안에 새를 품고 있으면 금방 날아가 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奪자는 품 안에 있는 새가 쉽게 도망간다는 의미에서 ‘잃다’나 '없어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후에 '빼앗다'나 '약탈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奪(탈, 태)은 ①빼앗다 ②약탈하다 ③빼앗기다 ④잃다 ⑤없어지다 ⑥관직(官職)을 삭탈하다 ⑦징수하다 그리고 ⓐ좁은 길(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빼앗을 찬(簒)이다. 용례로는 도로 빼앗음을 탈환(奪還),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앗아 가짐을 탈취(奪取), 놀라거나 겁에 질려 기운이 아주 빠짐을 탈기(奪氣), 함부로 빼앗음을 탈략(奪掠), 빼앗아 감을 탈거(奪去), 재물을 빼앗음을 탈재(奪財), 정절을 지키는 과부를 개가 시킴을 탈지(奪志), 남의 아내를 빼앗아 간음함을 탈간(奪奸), 관직을 빼앗음을 탈직(奪職), 순서를 어기고 남의 차례를 빼앗음을 탈차(奪次), 지위나 자격 따위를 권력이나 힘으로 빼앗음을 박탈(剝奪), 폭력을 써서 무리하게 빼앗음을 약탈(掠奪), 침범하여 빼앗음을 침탈(侵奪), 억지로 빼앗김을 피탈(被奪), 서로 다투어 빼앗는 싸움을 쟁탈(爭奪), 억지로 빼앗음을 강탈(强奪), 신하가 임금 자리를 빼앗음을 찬탈(簒奪), 강제로 빼앗음을 수탈(收奪), 무엇을 벗기어 빼앗음을 치탈(褫奪), 폭력으로 빼앗음을 겁탈(劫奪), 죄를 지은 사람의 벼슬과 품계를 뗌을 삭탈(削奪), 감추어 둔 물건을 뒤져서 찾아 내어 빼앗음을 수탈(搜奪), 부당하게 강제로 빼앗음을 요탈(撓奪), 상복을 입는 정을 빼앗는다는 뜻으로 어버이의 상중에 있는 사람에게 상복을 벗고 관청에 나와 공무를 보게함을 이르는 말을 탈정종공(奪情從公), 남의 작품의 형식을 고치고 바꾸어 자기의 것으로 함을 이르는 말을 탈태환체(奪胎換體), 환골은 옛사람의 시문을 본떠서 어구를 만드는 것 탈태는 고시의 뜻을 본떠서 원시와 다소 뜻을 다르게 짓는 것을 말하며 옛 사람이나 타인의 글에서 그 형식이나 내용을 모방하여 자기의 작품으로 꾸미는 일 또는 용모가 환하고 아름다워 딴 사람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환골탈태(換骨奪胎), 소문을 미리 퍼뜨려 남의 기세를 꺾음 또는 먼저 큰소리를 질러 남의 기세를 꺾음을 이르는 말을 선성탈인(先聲奪人), 죄인의 벼슬과 품계를 빼앗고 사판에서 이름을 없애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탈관직(削奪官職), 제 것을 남에게 잘 주는 이는 무턱대고 남의 것을 탐낸다는 말을 경시호탈(輕施好奪), 권세가에게 아첨하여 남의 지위를 빼앗음을 일컫는 말을 아유경탈(阿諛傾奪), 땅을 다 다듬고 이제 농사를 지으려 하니까 농사 지을 땅을 빼앗아 간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애써 준비한 일을 못하게 빼앗는다는 말을 임농탈경(臨農奪耕),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취한다는 뜻으로 남의 귀중한 물건을 가로채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교취호탈(巧取豪奪),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
▶️ 牛(소 우)는 ❶상형문자로 뿔이 달린 소의 머리 모양을 본뜬 글자로 소를 뜻한다. 뿔을 강조하여 羊(양)과 구별한 글자 모양으로, 옛날 중국에서는 소나 양을 신에게 빌 때의 희생의 짐승으로 삼고 신성한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글자도 상징적이며 단순한 동물의 모양은 아니다. ❷상형문자로 牛자는 ‘소’를 뜻하는 글자이다. 牛자의 갑골문을 보면 뿔이 달린 소의 머리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갑골문에서부터 소전까지는 이렇게 소의 양쪽 뿔이 잘 묘사되어 있었지만, 해서에서는 한쪽 뿔을 생략해 ‘절반’을 뜻하는 半(반 반)자와의 혼동을 피하고 있다. 농경 생활을 하는 민족에게 소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었다. 느리지만 묵직한 힘으로 밭을 갈거나 물건을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牛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제물(祭物)’이나 ‘농사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牛(우)는 성(姓)의 하나로 ①소(솟과의 포유류) ②별의 이름, 견우성(牽牛星) ③우수(牛宿: 28수의 하나) ④희생(犧牲) ⑤고집스럽다 ⑥순종(順從)하지 않다 ⑦무릅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 축(丑),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소의 젖을 우유(牛乳), 소의 뿔을 우각(牛角), 소와 말을 우마(牛馬), 소를 부려 밭을 갊을 우경(牛耕), 소를 잡는 데 쓰는 칼을 우도(牛刀), 소의 가죽을 우피(牛皮), 소 걸음이란 뜻으로 느린 걸음을 우보(牛步), 소의 궁둥이로 전하여 세력이 큰 자의 부하에 대한 비유를 우후(牛後), 소의 수컷으로 수소를 모우(牡牛), 소의 암컷으로 암소를 빈우(牝牛), 털빛이 검은 소를 흑우(黑牛), 소싸움 또는 싸움 소를 투우(鬪牛), 식용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소를 육우(肉牛), 주로 일을 시키려고 기르는 소를 역우(役牛), 쇠귀에 경 읽기란 뜻으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가 물을 마시듯 말이 풀을 먹듯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심을 우음마식(牛飮馬食),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큰 일을 처리할 기능을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씀을 이르는 말을 우도할계(牛刀割鷄), 소가 밟아도 안 깨어진다는 뜻으로 사물의 견고함의 비유를 우답불파(牛踏不破), 소를 삶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뜻으로 큰 재목을 알맞은 곳에 쓰지 못하고 소소한 일을 맡기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우정팽계(牛鼎烹鷄), 소 궁둥이에 꼴 던지기라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우후투추(牛後投芻),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