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中性) 남녀의 시대 ............................................... 마광수
글을 쓸 때 단지 쓰고 싶어서, 쓰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길 것 같아서 쓴다고 말하는 시인
이나 소설가는 사실 거짓말쟁이이다. 물론 그 말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서 쓰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읽혀져야만 하고, 독자로부터 감명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 비로소 명예욕이 충족될 수 있다.
그때 맛보게 되는 명예욕 충족의 쾌감은 누군가를 지배할 때 느껴지는 쾌감, 말하자면 황
제망상(皇帝妄想)이나 권력욕에 뒤따르는 사디스틱한 쾌감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모
든 작가는 늘 황제망상에 시달리는 일종의 사디스트들이다. 그가 어떤 내용의 글을 쓰건
상관없다. 설사 그가 인간의 사디즘과 황제망상을 부정하는 내용의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는 역시 황제망상증 환자이다. 실제로 현실 안에서는 도저히 권력을 잡을 수 없기 때문
에 글이라도 써서 그러한 욕망을 대리배설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의 내용보다는 ‘발표 행위’가 중요하다. 발표(發表)는 곧 ‘발포(發砲)’요 ‘사정(射精)’이다.
그러므로 여류작가는 발포는 하되 사정할 수 없으므로 불쌍한 존재다. 그래서 그네들은
늘 남근숭배(男根崇拜) 심리를 갖고 살아가며 남성을 부러워한다. 아니, 여류작가뿐만 아
니라 소위 ‘여류(女流)’ 자(字)가 붙는 모든 잘난 여성들은 다 남자가 못 되어 안달복달하는
사이비 사디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조히스트라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여성으로 태어
났으면서 사디스트가 되려고 하니 그녀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이기 때문이다. 다 기(氣)가 센 여자들이다.
하긴 그것 역시 그네들의 드센 팔자 때문인지도 모르지.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자기의
운명을 임의로 바꿀 순 없으니까. 하지만 요즘에는 왜 중성(中性) 여인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만 있는 것일까. 하긴 남성들 역시 레이디 퍼스트니 여성상위 시대니 해가며 당
당한 자연아(自然兒)로서의 사디스트이기를 포기하고 마조히스트, 아니 사이비 마조히스
트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제기랄, 요즘 세상은 온통 중성의 남녀투성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