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한 모습으로 그의 시선을 끌어라
3년 사귄 남친이 “이제 널 봐도 아무 느낌이 없어, 안녕”이라고 말했을 때, 저의 상태를 정확히 묘사하자면 두꺼운 무테 안경이 콧잔등까지 흘러 내려와 있었으며 머리는 청학동 총각처럼 노란 고무줄로 질끈 동여매고 단이 쪼글쪼글 늘어난 후드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비참했죠. 당장 콘택트 렌즈를 구입했고, 거금 10만원을 들여 곱슬머리를 전지현 머리로 만들었으며, 교복과 함께 졸업했던 스커트를 다시 장만했어요. 여성미 넘치는 워킹으로 그의 행동 반경을 어슬렁어슬렁. 물론 ‘쟤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던가?’ 하는 경이로운 눈빛을 놓치지 않았죠.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더군요. “치마 입었네?” “응”(하고 수줍게 웃어주는 센스!) 강은미 | 22세
Say :: 물론 ‘변신’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죠. 그러나 권태로움 때문에 헤어진 오래된 연인이 아니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네요. 0.1초 정도는 눈길을 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흥, 엄청 신경 쓰고 있군’ ‘못생겨서 차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고 코웃음 칠 테니까요.
운명적인(?) 만남을 조작하라
잠복 근무 중인 형사 수준이었죠. 커피숍, PC방, 술집, 스파게티집, 극장 앞을 죄다 뒤지고 다녔으니까. 번번이 허탕이었습니다(우연한 만남, 이거 미적분보다 더 어렵더군요). 그러다 딱 마주친 게 함께 자주 가던 학교 벤치였습니다(어찌나 반가운지 달려가 껴안을 뻔했지 뭡니까). 우물쭈물 어색한 눈빛만 주고받다 헤어졌는데, 그다음 날 혹시나 해서 가봤더니 또 그가 있더군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이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겠습니까. ‘짜식, 너두?’ ID:tinky00
Say :: 글쎄올시다. 멀리 바닷가 같은데서 맞닥뜨리거나, 사촌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만났다거나 하면 ‘운명’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빤한 장소에 헤어진 여친이 들락날락하면 단박에 의심받지 않을까요? 소심한 남자라면 겁을 집어 먹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여자가 맘먹고 쫓아다니나, 앞으로 다신 여기 오지 말아야지, 스토커 아냐? 파출소에 신고를 할까봐 등등
자고로 공갈협박 앞에 장사 없다
꼬박 5년을 사귀었는데, 다른 여자가 생겼다더군요.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죠. 헤어질 수 없다고, 제발 한 번만 만나자고 애걸복걸했지만 싸늘하더군요. “…나 지금 면도칼 들었어… 손목 그어…”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우리 집으로 뛰어오더군요. 어리석은 방법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붙잡고 싶었어요. 그가 지금도 절 사랑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제게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D:bluemooon
Say :: 무서워서 다시 만난 게 분명하군요. 일단 당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곁에 머무르고 있지만, 도망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여자, 정 떨어지죠. 남자 없인 못 사는 여자, 인생의 목표가 사랑밖에 없는 여자는 매력 없습니다. 운 좋게 계속 사귄다 해도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듯. 지은 죄(공갈협박은 중죄라구요!)가 있으니 그에게 큰소리 한 번 못 치고 죽은 듯이 살아야겠군요.
추억이 담긴 선물을 반송하라
색이 바랜 백일 반지, 그와 함께 봤던 영화표, 먼지 앉은 향수병, 생일날 받은 꽃다발은 말린 꽃잎을 하나하나 떼어서 유리병에 담았고, 그와 함께 찍은 사진들은 작은 앨범에 날짜별로 끼워서 커다란 상자에 예쁘게 포장했어요. 직접 전할까, 현관 앞에 놓아둘까, 택배로 보낼까 망설이다가 우체국 소포로 보냈습니다. 추억을 자극하기에 적합한 전달 방식이니까. 일주일쯤 뒤에 전화가 오더군요. “잘… 지냈어?…” 최성혜 | 21세
Say :: 깨진 도자기를 복구하려면 질 좋은 접착제와 섬세한 접합 기술, 그리고 정성 어린 마음이 요구되죠. 깨진 사랑도 똑같습니다. 느닷없이 전화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한마디 한다고 마음이 움직이겠어요? 남자는 정성에 약하답니다. 손수 싼 도시락, 서툴러서 더 예쁜 십자수 등 촌스러운(?) 선물에 껌뻑 죽는 건 비단 70년대 남자만이 아니라구요. 오래 쓴 일기장, 편지, 앨범 역시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해줄 마법 같은 아이템이랍니다.
그의 베스트 프렌드들을 포섭하라
취미는 음주, 좋아하는 음료는 술, 즐겨 가는 장소는 술집인 게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그 덕에 남친의 친구들과 친해졌거든요. 헤어진 이후 그들은 저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하늘이 무너질 듯 폭폭 한숨을 쉬어대며 도움을 요청했죠. 전 오빠 없음 못 사는데, 오빠를 진정 사랑하는데, 정말 좋은 여자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얘기 좀 잘해 주세요 어쩌구. 친구들의 ‘주입식 교육’ 덕에 그는 무사히 컴백했답니다! 박해정 | 21세
Say :: 진짜 신뢰하는 친구라면, 그리고 당신이 죽도록 싫어진 게 아니라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겠네요. 같은 얘기를 계속 들으면 정말 그래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사람 심리기도 하구요. 또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이 좋게 말하면 왠지 손에 쥘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곤 하죠. 경쟁심이랄까, 묘한 욕심이랄까. 하지만 너무 확신하진 마세요. “오빠가 눈치 못 채게 잘 얘기해 주세요”하고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아도 “야! 너랑 다시 잘 해보고 싶댄다!”할 공산이 크니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 술을 먹여라
작정하고 덤빈 건 아니었어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맥주 한잔 하며 얘기나 할 생각이었죠.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날 그렇게 차버리고 술 한잔도 못 마셔줘?” 하며 어르고 달래가며 먹인 결과 둘 다 곤드레만드레. 훌쩍거리며 어깨에 기대고, 그도 제가 불쌍했는지 머리 쓰다듬어주고 하다가 띠리리~ 묘한 분위기가! 우린 진한 키스를 하게 됐고, 그 덕에 지금껏 사귀고 있답니다. ID:trendiana
Say :: 남잔데 별수 있겠어요?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여자와도 멀쩡히 스킨십할 수 있는 게 남자란 동물이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아직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썩 깔끔한 기분은 아니겠지만 그냥 상황 돌아가는 대로 맡겨버릴 수도 있을 거예요. 특히 책임감이 강하거나 ‘나쁜 놈’ 소리 듣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남자라면 말이죠.
여운이 남는 이별로 후일을 기약하라
“그래, 잘 알겠어, 내가 너한테 참 못되게 굴었나보구나. 그동안 미안했어. 또 고맙구. 넌 나한테 참 좋은 남자 친구였어. 잘 살아, 편해지면 전화해….” 물론 ‘젠장, 네가 그리 잘났어?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보겠어!’가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말이죠. 내키는 대로 쏟아 부었다가 진짜 나한테 정 떨어져서 영영 안 보면 어떡해요. 다시 사귀게 된 후 들은 말인데, “미안해, 고마워, 잘 살아” 할 때부터 마음 흔들렸대요. 이 여자랑 헤어져도 괜찮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다더군요. 이지영 | 23세
Say :: 재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별의 결심이 확고하다면, 뭐 할 짓 안 할 짓 다 하고 ‘더럽게’ 헤어져도 상관없겠죠. 하지만 다시 사귈 가능성이 단 1%라도 된다면, 착한 여자로 기억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너무 쿨하게 “잘 가, 고마웠어, 안녕” 하고 돌아서진 마세요. ‘날 그 정도밖에 안 좋아했다 이거지?’라고 괘씸하게 여길 테니까.
'남 주기는 아까운' 심보를 자극하라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하는 지경에 다다랐을 때쯤 일방적인 이별 통고를 받았습니다. 애인이 아니라 남매 같다나요? 신경질이 안 나게 됐습니까. 두고 봐. 너 아니면 남자 없을까 봐? 보란 듯이 제일 친한 남자 친구 놈(사귀는 내내 그가 못마땅해하던)과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죠. 발랄한 미니스커트와 눈부신 미소, 싱그러운 웃음소리는 기본 아니겠습니까. 기대 이상의 강력한 반응이 오더군요. “야! 누가 바람피우래!” 진정수 | 22세
Say :: 사랑’과 ‘질투’는 세트 메뉴죠. 김밥과 라면, 자장면과 단무지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어설픈 연기로 당신의 의도를 간파당한다면 이미 금간 자존심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 조인스닷컴 & 팟찌의 모든 콘텐츠(또는 본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 기획 : 이수정 ㅣ 포토그래퍼 : 황순정(쎄씨) | patzzi 김보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