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질투가 많은 새였습니다.
진홍 가슴새, 홍방울새, 비둘기 등 자기보다 더 아름다운 새들을 질투했습니다.
자기보다 목소리가 좋은 참새와 꾀꼬리도 질투했습니다.
다른 새들과 마주치기 싫은 까마귀는 짙은 어둠이 깔린 밤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까악 까악!"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12월 어느 추운 밤에 하늘을 날던 까마귀는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거센 폭풍이 다가오는 것처럼 까마귀 주위의 하늘이 요동치며 흔들렸습니다. 그러고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이상한 새들이 매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또 다시 질투심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환상의 소리를 내는 저 신비한 새들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호기심이 커진 까마귀는 하늘을 두리번거리며 그 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신비한 새들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새들이 아니라 금빛 날개를 펄럭이는 천사들이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천사들이 노래했습니다.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밤 하느님의 아드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까마귀야, 어서가서 이 소식을 모든 새들에게 전해 주렴!"
까마귀가 투덜거리며 말했습니다."제가요? 왜 제가 가야 해요! 저는 새들 가운데 가장 못생겼어요. 그리고 아무도 제 목소리를 예쁘다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주님께서는 너를 선택하셨단다!"천사들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까마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들 가운데 까마귀가 모든 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까마귀는 하늘에서 내려와 큰 나무 꼭대기에 자리를 잡고는 용기를 내어 천사가 알려준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까마귀는 차가운 밤공기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구세주가 태어나셨다!"까마귀가 진홍 가슴새와 홍방울새와 비들기에게 말했습니다."오늘 밤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대!"이 소식을 들은 새들이 한 목소리로 지저귀며 외쳤습니다."우리 모두 그분을 경배하러 가야 해!"까마귀는 자신의 거친 목소리를 듣기 싫다고 하는 새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어!"
까마귀는 참새와 꾀꼬리에게도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도 어서 가보자!"
까마귀는 참새와 꾀꼬리도 자신의 거친 목소리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 까마귀도 베들레헴으로 날아갔습니다.
아기가 진홍 가슴새의 예쁜 깃털을 만지려고 손을 뻗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꾀꼬리가 예쁜 노래를 불러 주자 아기가 새근거리며 예쁘게 잠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까마귀는 마구간 천장의 어두운 쪽 대들보에 걸터 앉아서, 아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금빛 날개를 단 천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직도 깨닫지 못했니? 너는 오늘 무척 중요한 일을 했단다. 네가 밤새도록 기쁜 소식을 전하고 다니지 않았다면, 오늘 밤에 아무도 여기에 올 수 없었을 거야."
이 말을 들은 까마귀는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가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천사는 까마귀에게서 질투하는 마음을 없애 주고 떠나갔습니다.
까마귀는 아무 두려움 없이 대들보에서 내려와 다른 새들과 함께 아기 옆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25가지 성탄 이야기 중에서...........
가톨릭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