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태어나 중국에 간 불교 유교·도교와 어떻게 융합했을까 ‘중국불교사상사’ / 김진무 지음 / 운주사
▲ ‘중국불교사상사’
사상은 시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한 시대에 유행했던 사상은 바로 그 시대 모든 상황을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대별 키워드가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어떠한 사상의 출현은 반드시 그 당시 모든 사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 종교사상 역시 마찬가지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해 중국 전래 초기부터 중국화의 길을 걸었다. 불교가 전래될 때는 필연적으로 그 교의를 담고 있는 경전에 대한 역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화·사상·언어·상징적 체계가 인도와 다른 중국에는 적합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러한 번역어의 부재는 유사한 용어와 개념을 차용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중국화의 여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게 경전의 중국어 역경 과정에서 중국에 존재하고 있던 용어나 개념 중 유사한 것을 차용하면서 중국불교라는 새로운 사상문화가 탄생하는 기본적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또 이 과정에서 당시 중국 사회에 이미 체계를 갖추고 있던 유가 및 도가와의 거대한 문화교류와 융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 책 ‘중국불교사상사’는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이미 중국 사회에 뿌리내린 유가 및 도가와 어떻게 교류하고 융합하게 됐는지를 통섭의 개념으로 고찰했다. 중국 절강성 항주 절강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김진무 교수는 “중국에서 불교사상이 변화, 전개되는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때 유·도 양가와의 만남을 통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용하였기 때문에 ‘통섭’이라는 개념이 매우 적합한 분석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통섭’의 개념을 사용해 고찰한 중국불교의 사상사에는 불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불교 사상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유, 불, 도 삼교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은 동아시아의 사상적 핵심을 지니고 있는 유불도 삼교의 통섭을 통해 전체적인 중국불교의 사상사를 통찰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저자는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유학의 사상적 틀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인성론’과 ‘심성론’임을 밝히고 있다.
이 ‘인성론’과 ‘심성론’을 통해 중국불교의 독특한 ‘불성론’이 출현하게 됐고, 이러한 불성론을 바탕으로 ‘돈오’라는 동아시아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유교뿐 아니라 도가와의 관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초기 중국인들에게 불교가 도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용어들이 도가의 용어로 차용됐고, 사유의 유사성으로 인해 노장으로 ‘반야’를 해석하는 ‘격의불교’가 출현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당대의 성현영은 삼론종의 반야학을 흡수해 중현학을 창시하여 본격적인 도교를 개창했으며, 그의 중현학은 다시 선종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 작용을 했다”고 도가와의 깊은 관계를 설명했다.
한편 불교에서 발전된 '불성론'은 이후 역으로 유학에 영향을 주어서 송명 대에 '이학과 '심학'이 출현하도록 하였다. 도가와 불교의 관계 역시 매우 깊은데, 초기에 중국인들에게 불교가 도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용어들이 도가의 용어로 차용되었고, 또한 사유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노장으로 '반야를 해석하는 '격의불교'가 출현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당대의 성현영은 삼론종의 반야학을 흡수하여 '중현학'을 창시하여 본격적인 도교를 개창했으며, 그의 중현학은 다시 선종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광대한 사상의 흐름 속에서 유불도의 통섭은 전체적인 중국사상을 이해하는 데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측면이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사상적 특질을 이해하는 데도 관건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연구를 통해 유불도 삼교 사이의 충돌과 갈등, 교류와 융합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중국에서 불교가 어떻게 사상적 변용을 거쳐 새로운 사상문화를 만들어 왔는가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