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엄마가 요양병원에서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아들.
요양병원을 나와 엄마를 찾아 나서는 아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은 절뚝거리며 필사적으로 엄마를 찾아 헤맨다.
사라진 엄마는 밖에서 빗자루를 들고 내리는 눈을 쓸고 있었다
추운 것도 모르고 눈을 쓰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쓰고 있다
"여기서 뭐 하세요!"
"아 놀래라... 눈 쓸어요..."
"눈이 오잖아요, 눈 쓸어요"
"우리 아들이... 다리가 불편해서... 학교 가야 되는데... 눈이 너무 미끄러워서..."
아들은 무언가 떠올랐다. 사실 어렸을 적 엄마는 자신이 다리가 불편해도 도와주기는커녕 뭐든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혼내기만 했었다.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학교를 갈 때 항상 눈이 쓸려있던 등굣길, 그저 동네 누군가가 쓸어놨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눈은 엄하기만 했던 엄마가 새벽부터 나와 몰래 쓸었던 것이었다.
"......"
"아들은...... 몰라요, 그거"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
엄마에게 외투를 벗어주는 아들
"추우실텐데"
"이제 그만 쓰셔도 돼요..."
"아니에요, 눈이 계속 오잖아요."
"아드님... 한 번도 안 넘어졌대요"
"눈 오는 날일 때 한 번도... 넘어진 적 없대요..."
"정말이에요? 다행이네요."
"왜 울어요? 어떻게...울지 마요. 왜 자꾸 울어."
다시 요양병원으로 모셔지는 엄마.
아들은 울음을 참지 못한다.
"여보"
"엄마였어."
"평생 내 앞에 눈을 쓸어준 게..."
"엄마였어."
"울어요... 울어도 괜찮아. 참지말고 울어요."
아마 아들 평생 가장 큰 울음이 아니었을까.
"엄마였어, 평생 내 앞에 눈을 쓸어준 게... 엄마였어"
이 대사는 그저 등굣길 눈을 쓸어줬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을 엄하게 키울 수밖에 없었던 엄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학교를 억지로 보냈고 가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도망 다닐 거면 평생 도망치면서 살라고 꾸짖던 엄마.
넘어진 자신을 일으키기는커녕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말리던 엄마.
뭐든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엄마가 야속해 자신이 밉냐며 걱정도 안되냐며 화를 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냉정했던 엄마.
하지만 그런 엄마가 사실은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아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헌신하고 있었다.
남편을 잃고 혼자의 몸으로 아들을 평생 뒤에서 보살폈던 것이다.
말 그대로 평생 아들의 앞길에 눈이 내릴 때면, 그 눈으로 인해 넘어질 아들이 걱정되어 평생을 아들 모르게 눈을 쓸어준 것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눈앞에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엄마는 계속 눈을 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