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박세직 회장님! 어찌하여 이리도 황망하게 떠나십니까?
회장님과 함께 국가안위를 걱정하던 우국열사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회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셨던 향군가족들과 직원들이 애통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의 분신이며 전부였던 가족들이 슬프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이 땅에서 76년 회장님의 생애는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한 구국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회장님은 구미시 산등성이에 올라 일본 쪽 대마도를 바라보며 와신상담 나라 잃은 아픔을 되살렸고, 태평양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세계를 향한 웅지를 키우셨습니다.
6·25 전쟁으로 조국이 회장님의 생명을 요구할 때, 이 한목숨 기꺼이 조국에 바친다는 충정으로 학도병을 지원하셨습니다.
인민군의 기습으로 일촉즉발 생사의 기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신 후에는 하나님을 영접하셨습니다.
수방사령관 재직시 ‘강제예편’이란 감당키 어려운 시련을 당했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학도병 네 전우들은 젊은 나이에 많이도 죽었는데, 너는 살아서 장군까지 되지 않았느냐!
회장님은 기꺼이 나라를 위해 썩어지는 밀알이 되기로 다짐하고, 시련을 오히려 감사와 도약의 기회로 삼으셨지요. 총무처·체육부장관, 아시안게임·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 안기부장, 서울시장, 14·5대 국회의원, 향군회장 등 더 크고, 더 중요한 직책에서 나라위해 헌신하셨습니다.
회장님!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울올림픽의 노래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합니다.
사람들은 북한테러, 야권반대, 태풍예보 등으로 서울올림픽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께서는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는 성경말씀에 의지하여 개막식 그날까지 금요일마다 세 끼 식사를 금식하며,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리하여 최다참가, 최다흑자, 최고성과를 거두며, 100년 올림픽 사상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회장님께서 온몸을 불태워 이루어낸 올림픽의 성공은 이 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의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늘 지도층, 가진 자, 기득권층이 먼저 회개하고, 베풀고, 솔선수범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많은 공직을 거치고 수많은 사업을 집행하면서도 단 한 마디의 구설수 단 한 건의 스캔들도 없는 청렴결백, 순진무구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회장님은 必死則生을 좌우명으로 삼으셨습니다.
백마고지에서 지뢰를 밟고 부상당한 부하를 보고 주저없이 지뢰밭으로 뛰어 들어 그 병사를 등에 업고 나오셨지요.
‘지뢰 제거 완료’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확인되지도 않은 지뢰밭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살신성인의 사단장이었습니다.
‘나라가 없으면 향군도 없다’고 늘 말씀하셨던 회장님!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전환 유보를 외쳤던 그 함성 불법과 폭력시위를 온몸으로 응징했던 투혼.
향군의 조직강화와 재정자립을 위해 쏟은 회장님의 열정은 튼튼한 안보의 토대가 될것이며 향군 백년대계의 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충무공을 존경하셨던 회장님! 오매불망 국가안위를 걱정하시며 피곤한 몸 돌보실 여유도 없이, 밤을 낮 삼아 일하시다가 6·25행사를 마지막으로 졸지에 떠나가신 회장님은 진정 이 시대, 또 한분의 충무공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흠모하셨던 회장님! 서울 올림픽의 성공으로 이 나라 경제부흥의 토대를 닦으시고 평생을 오직 애국, 애군의 길을 걸어오신 회장님은 이 시대 또 한 분의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영웅이 그리운 이 시대에 온 국민들이 존경하고 의지하는 참 영웅이었습니다.
자상한 남편, 다정한 아버지였던 회장님!
중대장 시절, 가마니로 문을 대신한 부엌에서 나무를 태워 밥을 지어주던 ‘당신의 천사’ 홍숙자 여사가 여기 계십니다.
세계 향군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했던 씩씩한 아들 규준, 아버지의 뜻을 따라 하나님의 목자가 된 원준이가 여기 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된 딸 성연, 생전에 그토록 귀여워하시던 손자·손녀들도 여기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떠나가신 회장님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더욱 꿋꿋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회장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회장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심장이 뛰고 있는 한
회장님께서 남기신 유업을 반드시 이어가겠습니다.
자유, 민주, 통일 조국을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하겠습니다.
취미가 뭐냐면 항상 “일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셨지요! 이제는 모든 일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편안히 안식하옵소서.
하나님의 품안에서 천국의 영생을 누리시옵소서.
2009. 7. 31
故 仁東 박세직회장 향군장 장례위원회
위 원 장 김 홍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