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 옆집에 두 딸을 데리고 사는
술주정뱅이 아저씨부부가 있었습니다.
큰딸이 초등6학년인가 했을겁니다.
그때 한창 그 또레 계집애들이 계란으로 하는
얼굴마사지와 머리결마사지가 유행이였습니다.
내 여동생 아버지표 계랸 훔쳐 얼굴에 바르다가 어머니께
뒈지게 맞고 나서야 고백해서 알게된 유행통신이었습니다.
하여간 그 6년생...
매일 학교가면 완따,은따,왕따,킹따,막따(더없나?)...
하여간 따란 따는 다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우습긴 하지만
계란이란 단지 없어서 못 먹는걸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남들은 척척 얼굴에 처 바르거나 머리에 처 바르는데
도시락에 계란 한번 부쳐서 얹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맨날 술먹는 하마였고
엄마...매일 집 비우고 남의 허드렛일하러 다니셨습니다.
불쌍한 우리 왕따 6년생 드디어 생각끝에
유행따라잡기 디데이를 잡았습니다.
공격목표...옆동네 계란 가게앞 리어카
공격시간...하교길
공격방법...집으로 돌아 오는길에 좀 우회하여 돌아온다.
그리고 보기좋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머리며 얼굴을 리어카의 계란판에 폭 파묻는다..
그리고 여유롭게 문지른다.
부 작 용...그 집 아저씨에게 뒈지게 혼난 후에도
연타로 아버지에게까지 뒈지게 맞을 확률 100%...
우리의 6년생...겁은 났지만 오늘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겁나서 온몸이 덜덜거렸기에
리어카앞에서 일부러 넘어지려고 쇼를 했지만 일단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실수하고 나니 더욱 더 떨려서 연이은 다음 시도땐
진짜 자연스럽게 넘어져 보기 좋게 계란판에 얼굴 머리 쳐 박았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6년생...쥔장 나오기전에 얼굴과 머리에 마구 발라 댑니다.
주인 등장..노발 대발 족발...다 합니다.
계랸집 주인, 소녀를 질질 끌고 소녀집으로 갑니다.
소녀는 가는 중에도 고르게 펴서 얼굴이며 머리에 바릅니다.
(나 이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하여간 그날도 역시 술에 뻑이 가 있던 소녀 아부지......
지랄 발광을 떨던 계란쥔장이 간 후, 소녀를 개패듯 패댔습니다.
그 다음날 소녀는 그래도 등교를 했습니다.
그것도 의기양양, 아주 자랑스런 걸음걸이로 말입니다.
그 유행그룹에 낄 수 있는 날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었죠.
애들 오늘도 아침부터 뒤에 모여 '어느 가게 계란이 좋다'에서 부터
'옆집 순돌이네 닭이 낳은 계랸으로 얼굴에 마사지하니
두드레기가 생기더라'까지..난리도 아니였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소녀, 씩씩하게 그 친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 서며
행복한 표정으로 한마디 합니다.
"애들아..내 머리 어때?..만져 봐.."
애들 어안이 벙벙해져 버립니다.
소녀 빙그레 웃으며 다음 말을 뱉어 냅니다.
"나 어제 계란로 머리, 얼굴 다 했어...계랸판으로 아마 두 판은 들었을걸.....
너네들은 두판 써 본 적없지?"
친구 하나가 가만히 의심스러운 표정 반,
부러운 표정 반으로 소녀의 머리를 만져 봅니다.
그리고 그 소녀의 눈주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눈두덩이가 시뻘개져 있었습니다.
"눈은 근데 왜 그래?"
소녀 엷은 미소를 억지스레 지으며....
"웅..너네들도 계란 너무 마니 써서 마사지 하지마...부작용이래..."
"고짓말....."
"공갈....."
"거짓뿌렁....."
아무도 믿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눈치를 보던 소녀가 긴급처방의 말을 던집니다.
"그럼 너네들도 함 해보면 알것 아냐"
그러고 그들 무리에서 왕따라서 퇴출되는 것이 아닌
자기발로 의기양양하고도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어느애가 대표로 계란 두판으로 해 보았고
그 아이는 당연히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서 등교를 했습니다.
이유인즉, 그걸 실험하느라고
아빠회사 손님 맞을려고 사다 논 계란을 작살낸 댓가로
어머니에게 작살나게 맞고 등교했다는 후문이였습니다.
그 친구도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계란 많이 사용하지마...부작용생기는게 맞아!!!!"
슬픈이야길 우습게 써 보았는데..
그래도 그때 상황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군요.
그 아이, 지금은 30대가 훨씬 넘어 아마 그 시절의 그 나이또레의
아이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다른건 몰라도
계란은 실컨 먹이며 살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동화체의 문체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았습니다. 성격이 뚜렷하시고 버릴 문장이 없이 매끄럽게 글을 잘쓰시는 군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어려웠던 옛날 이야기..하지만 요즘도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데요 ..계란 마음껏 못먹고 사는...정말 지금 세상도 나 가려줄 지붕있고 날 따뜻하게 덮어줄 이불이 있고 날 따뜻하게 기다려 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지요
정말 잘쓰셨어요~옛날엔 그렇게 유행을 따라하려고 노력했엇죠~^_^
읽으니 초등학교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