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적막한 분위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늘 TV가 혼자서 떠들고 있다. 그런데 브라운관 안에서 꿈틀거리는 누에가 잠시 내 시선을 잡아 둔다. 걸레질을 멈추고 TV 화면을 본다. 잊혀 가는 산골의 정취를 살리고 싶은 걸까? 유독 생물에 관해서 관심이 많다.
"버려, 그것들을 뭣하게?"
TV 화면에서 꿈틀거리는 누에를 보고 있을 때 어머니가 외쳤던 소리가 귀에서 윙윙거린다. 유년시절에 옆집 누에치는 집 마당에 버려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누에들을 치마 가득히 주워 담고 있는 딸에게 어머니는 늘 그렇게 소리쳤다.
벌써 오십이 넘었는데 어린 시절 버려져서 꿈틀거리던 누에가 눈에 선하다. 요며칠 부천 의붓 자식을 홀대하여 청소년이 가출하고 가출한 소녀를 폭행해서 죽이고 방치한 한 목사 가족의 불행이 인터넷이나 신문에 나온다. 버려진 누에와 부모에게 맞아죽은 소녀를 생각하니 30여년전 일들이 떠오른다
(사진 인터넷 검색 자녀폭행한 부모들)
'누에나방, 누에의 성충과 유충은 먹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누에의 성충인 누에나방은 뽕잎이나 다른 꿀도 먹지 않는데 다른 것을 먹으면 죽기 때문이다.‘ 내레이터 음성에 귀를 쫑긋 세운다.
누에를 보면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농부들에게 버려진 누에들을 치마 가득 담아 집으로 왔다. 산 채로 잘려진 낙지들처럼 다닥다닥 치마에 붙어 있는 누에들을 떼어서 지푸라기 위에 놓아 주었다.
매년마다 잘라 줘야 하는데 손대는 사람이 없어 무질서하게 늘어트리고 있는 뽕잎을 따다가 누에들에게 먹였다. 손바닥만한 뽕잎을 따 지푸라기 위에 놓으면 금세 누에들이 올라와 고개를 내밀고 사각사각 먹기 시작했다. 누에들의 머리는 병정들처럼 위에서 아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화면에 비치는 누에 위로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무지할 정도로 세차게 내리붓던 빗속을 뚫고 학교가 파한 딸을 데리러 오다 80년대 초 전두환이 보낸 죽음의 전령사들이 트럭에 실고 사라져버렸다. 그 후 아버지는 소줏병을 들고 전국 각지를 떠돌며 어머니를 찾아 다녔다. 그렇게 몇년을 찾다가 지쳐서 농촌 일손을 놓고 술로 세월만 보냈다.
나는 평소 적막한 분위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늘 TV가 혼자서 떠들고 있다. 그런데 브라운관 안에서 꿈틀거리는 누에가 잠시 내 시선을 잡아 둔다. 걸레질을 멈추고 TV 화면을 본다. 잊혀 가는 산골의 정취를 살리고 싶은 걸까? 유독 생물에 관해서 관심이 많다.
"버려, 그것들을 뭣하게?"
TV 화면에서 꿈틀거리는 누에를 보고 있을 때 어머니가 외쳤던 소리가 귀에서 윙윙거린다. 유년시절에 옆집 누에치는 집 마당에 버려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누에들을 치마 가득히 주워 담고 있는 딸에게 어머니는 늘 그렇게 소리쳤다.
벌써 오십이 넘었는데 어린 시절 버려져서 꿈틀거리던 누에가 눈에 선하다. 요며칠 부천 의붓 자식을 홀대하여 청소년이 가출하고 가출한 소녀를 폭행해서 죽이고 방치한 한 목사 가족의 불행이 인터넷이나 신문에 나온다. 버려진 누에와 부모에게 맞아죽은 소녀를 생각하니 30여년전 일들이 떠오른다
(사진 인터넷 검색 자녀폭행한 부모들)
'누에나방, 누에의 성충과 유충은 먹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누에의 성충인 누에나방은 뽕잎이나 다른 꿀도 먹지 않는데 다른 것을 먹으면 죽기 때문이다.‘ 내레이터 음성에 귀를 쫑긋 세운다.
누에를 보면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농부들에게 버려진 누에들을 치마 가득 담아 집으로 왔다. 산 채로 잘려진 낙지들처럼 다닥다닥 치마에 붙어 있는 누에들을 떼어서 지푸라기 위에 놓아 주었다.
매년마다 잘라 줘야 하는데 손대는 사람이 없어 무질서하게 늘어트리고 있는 뽕잎을 따다가 누에들에게 먹였다. 손바닥만한 뽕잎을 따 지푸라기 위에 놓으면 금세 누에들이 올라와 고개를 내밀고 사각사각 먹기 시작했다. 누에들의 머리는 병정들처럼 위에서 아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화면에 비치는 누에 위로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무지할 정도로 세차게 내리붓던 빗속을 뚫고 학교가 파한 딸을 데리러 오다 80년대 초 전두환이 보낸 죽음의 전령사들이 트럭에 실고 사라져버렸다. 그 후 아버지는 소줏병을 들고 전국 각지를 떠돌며 어머니를 찾아 다녔다. 그렇게 몇년을 찾다가 지쳐서 농촌 일손을 놓고 술로 세월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