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5시쯤, 영국 BBC의 속보가 있어 업데이트했다.
에게해 동부 그리스 시미 섬에서 부인과 함께 휴가를 즐기다 혼자 산책하겠다며 해변으로 나간 뒤 실종됐다가 나흘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영국 BBC TV 진행자 겸 '간헐적 단식' 창안자인 마이클 모슬리(67)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그리스 경찰 대변인 콘스탄티아 디모글리도우가 초기 부검 결과 모슬리의 주검에 어떤 외상도 없어 자연사한 것으로 보고 계속 사망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의 사망 시간은 실종된 지난 5일 오후 4시인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의사이자 작가 겸 건강 칼럼니스트인 부인 클레어 베일리 모슬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남편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길을 잘못 들어 믿기지 않는 등반을 했다. 거의 해낼 뻔했는데...수색팀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추락했다. 대단하고 재미있으며 친절하고 똑똑한 남편이었다. 우리는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모슬리는 네 자녀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등졌다.
전날 아침 그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는데 지난 5일 오후 1시 30분쯤 산책을 하겠다며 아기아 마리나 해변으로 나가 실종된 지 나흘 만이다. 사고 당일 오후는 섭씨 40도로 무척 무더운 날씨였다. 사망 원인이 자연사라면 무더운 날 무리하게 산책을 하다 호흡에 문제가 생겨 횡액을 당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경찰 대변인은 이 시신이 바위가 많은 해안에서 민간 보트에 의해 발견됐다고 전했다. 레프테리스 파파칼로두카스 시미 시장은 기자단과 함께 배를 타고 가던 중 아기아 마리나 해변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카메라로 확대해 시신이 모슬리란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파파칼로두카스는 시신이 가파른 벼랑 길 아래로 떨어지다 담장에 부딪혀 멈춰 바위들에 깔린 채 누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영 TV ERT의 카메라맨 안토니스 미스티로글루는 "시신의 한 손에는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고 말했다. 한 경찰 소식통은 BBC에 시신이 죽은 지 며칠 된 것처럼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모슬리는 영국 TV와 라디오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일간 데일리 메일에 건강 관련 기고를 해 왔다. 팟캐스트 방송 '딱 한 가지만'(Just One Thing)과 시리즈 '믿으세요. 제가 의사예요'(Trust Me, I'm A Doctor)를 진행하기도 했다. BBC 과학 다큐멘터리 ‘인간의 얼굴’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2013년 미미 스펜서 기자와 공동 집필한 '더 패스트 다이어트'를 통해 이른바 '5:2 다이어트'를 창안, 세계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일주일 가운데 닷새는 건강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이틀은 칼로리 섭취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뒤 그는 급속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식이요법과 운동에 관한 여러 동영상들을 만들었다.
모슬리는 종종 간헐적 단식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극단적 상황으로 밀어붙였으며, BBC 다큐멘터리 '흥미 만점 기생충과 함께 살기'에서는 6주 동안 장내에 촌충을 두고 함께 살기도 했다.
그는 상당히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BBC는 지적했다. 출판업자 엠마 워링은 "만족스럽고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도 체중을 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감사했다. 그녀는 모슬리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소셜미디어에 "난 그 덕분에 41kg이나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슬프고 슬픈 소식"이라고 적었다.
물론 몇몇 연구는 이런 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노동당의 지도자 톰 왓슨은 고인이 "내게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왓슨은 44kg 이상 체중을 감량했고 2형 당뇨병을 통제하기 위해 먹던 약을 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묘사하기가 힘들다. 용기있으며 과학에 근거한 저널리즘을 통해 마이클 모슬리는 수많은 이들을 더 잘 살고 건강하게 도왔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그 밖에도 많은 이들이 고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곤 했다. 예를 들어 영화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BBC 시리즈 셜록에 출연했을 때 살을 빼기 위해 고인의 간헐적 단식을 했다. 작가인 지넷 윈터슨은 한 공개 행사에서 짤막하게 인터뷰하려고 고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