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치국평천하...뭐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 그런 날.
나라는 뒤숭숭하고 전 국민이 탄핵 촛불로 거리를 밝히며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할 때
이미 예정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 그네공주 탄핵 소식은 저절로 들려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지만
나라가 걱정이 되어 이래저래 약간의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는 했다.
게다가 가화만사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지난 겨울날, 길고 긴 밤을 마음 졸이며 휘청거리기 시작한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노심초사하던 기억때문에라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것.
실제로 절대 나약하거나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남편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나서
겨우 회복되는 추세이긴 했지만 후여파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였던지라 그런 남편을 남겨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생각처럼 편편하지 않음이요 발걸음 또한 가벼울리 없는 법...그래도 떠난다.
개인적으로 2016년을 지나 2017년 첫날부터 건너오는 겨울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딛는 동토의 계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절로 흘러 계절은 다음 절기를 향해 달려가고 봄날의 소식을 전하는 동면의 개구리가 잠을 깰 우수, 경칩에 집을 나섰다.
본래 가고자 했던 스페인 여행이 불발탄이 되고나니 더욱 아쉬워 시린 겨울에 부대낀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자
눈을 질끈 감고 언젠가는 함께 여행을 하자던 친구들과 더불어 동행 동유럽 여행을 선택하였던 것.
사실, 원래도 역마살 가득한 인생이었던지라 늘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지만 취재 일을 놓고 난 다음부터는
뭔가 허전하다 싶고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2%가 자꾸 국내외 어디론가 떠나게 하였던지라
이번에도 역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떠남을 자처하여 무리인줄 알면서도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어쨋거나 떠남을 자처하는 이유는 많지만 늘상의 즐거움 속에서도 여행이 주는 본질적인 즐거움은 별별 이유를 죄다 들이대어도
여행의 진면목은 스스로가 행복하기 위함이요 그 행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곁에 가까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전해지는 행복의 여파
혹은 행복 나눔의 일부 일 것이라 생각하면 여행으로 얻어지는 부산물과 그로 인한 효과는 만만치 않을 터,
그리하여 이런저런 핑계를 달고 떠나는 것이 또 나만의 여행 이유요 스스로의 자존감을 드러내는 일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늘 타성처럼 겪어내는 일상 속에서도 밀려오는 본질적인 아니 고질적인 넘실 바람이
흔들흔들, 살랑살랑 품안으로 기어들어오니 도저히 일깨워지는 역마살을 참을 수가 없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조금 나아진 듯한 남편을 반쯤 믿거라 하고 길을 나섰지만 등뒤가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길을 나서면 집을 나서는 순간 모든 일상은 사라지고 여행자로서 누릴 권리와 의무만 남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어진 동유럽 여행은 그야말로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또 다른 곳을 향하여 다시 한번'을 외치며,
지난 번 터어키 여행처럼 '또 다시 한 곳을 선택해서라도 찾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아름다운 풍광은 이미 내게 주어진 선물이기도 하였으며
번잡하지 않음이 주는 저절로 휠링은 보너스였으며 이런 횡재한 기분과 설렘은 또 언제 느껴보겠나 싶었다.
게다가 지난 시절에 곤혹스러웠을 조상님들을 잘둔 덕분에 후손으로서 누리는 영화...관광대국이 되어버린
동유럽 및 중부 유럽의 매혹적인 실상을 눈으로 접하니 감탄이 절로 나옴이다.
물론 거리가 거리인지라 비행 탑승 시간도 만만치 않고 버스로 이동하는 거리도 장난이 아니다 싶을 정도였으나
그들만의 독특한 배려, 기사님들의 운전시간을 고려하여 쉬어감은 당연지사요 노동 시간에 제한을 두어
절대 피곤에 절은 악순환의 운전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눈으로 보고 느낌은 당연하디만 귀까지 즐거운 오스트리아에서의 음악회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였으나
함께 동행하는 동행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 아쉬웠고 참석하였더라도 고된 여정 탓에 꾸벅 꾸벅 조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또한 지붕의 색깔만으로 한 몫을 하는 중세도시들의 매력도 압도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럽 3대 야경 중에 하나라는
프라하 까를교에서 만난 야경은 은은한 불빛이 마음을 설레게 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환상으로 다가와 낭만 그 자체 였다.
와중에 다리위의 악사들은 또 얼마나 흥겹게 연주를 해주던지...소매치기가 들끓는 장면만 아니었다면 혹은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싶었다.
매 시간 정각에 나타나는 12사도 인형의 잠깐 등장의 천문시계는 허무하다 싶을 정도 찰나였으나
탑위에 올라 내려다 보는 마을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요 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온 저들의 노력은 참으로 가상하다 싶었다.
게다가 중세시대 마을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있다는 체스키크롬로프 마을을 골목 따라 이동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쏠쏠하며
내려다 본 마을 풍광은 그야말로 절로 탄성이 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여행이 되겠다.
암튼 여행기에 천천히 다시 쓰여지겠지만 3월 초순에 만나는 동유럽은 사계절이 오롯이 여행객들에게 전달되어
눈비가 요동을 치고 바람이 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한 봄기운이 오르기도 하여 챙겨입을 복장은 그야말로 겨울옷 위주로 하되
겹쳐 입을 옷을 챙겨가 순차적으로 입고 벗음을 반복해야 했으니 차안에 두고 옷을 보관할 보조 가방은 필수가 되겠다.
또 우산과 비옷은 필수라 언제 어느 때 만나게 될지 모를 비에 대비하는 것도 좋을 듯 하고
여행하는 내내 맑음과 쾌청만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끽할 만큼 누림을 받았음이요
그런 가운데서도중 언제 또 여행하는 동안에 사계절을 누려보겠냐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지가 수반되기도 한다.
어쨋거나 더러 들리는 여행지마다 그곳만의 특색어린 특산품을 만나는 기쁨에 겨워 절제란 단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으며
와중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탁월한 선택을 자축하는 세레머니도 보기에 좋았다...앗싸.
하지만 아쉽게도 놓친 상품에 대한 미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터인지라 그런 잔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비자, 마스터 카드 또한 필수렸다.
좌우지간 그렇게 노래부르던 동유럽 여행을 잘 다녀왔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이 나이에 이제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은 힘겹다는 것을...스스로 뭔가를 선택하여 다니는 것도 어렵고
길가다 유명지를 찾아내고 들리는 것도 힘들 때, 이동수단의 번거로움을 절감할 때 패키지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이 나이에는 걸맞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미 정해진 루트여서 자발적이진 않지만 패키지 여행의 주어지는 여건 속에서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꺼리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어떤 여행이든지 간에 스스로가 즐거워 하고 내게 걸맞는 것이면 금상첨화.
이번 동유럽 7박 9일 여정이 그러했다...물론 함께 동행할 여행 친구는 날씨 보다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우여곡절의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티비 홈쇼핑으로 찾아낸 동유럽 여행, "KRT"여행사에 동행하여 인솔자 "이흥모님"의 안내로 무사히 잘 다녀왔다.
가이드라는 직업이 3D 업종일 정도로 힘들고 열악하기도 하나 잘만 하면 아주 근사한 직업이기도 할 터.
이번에도 운좋게 이곳 가이드와 현장 가이드 모두를 잘 만났다.
특히 서울 출신이지만 살아온 곳이 대구라서 그런지 경상도 억양으로 아주 맛깔스런 그리고 지치지 않을만큼
곳곳에 대한 지식과 해설과 재미스러움을 현지 가이드 못지 않게 순간순간 잘도 전달해주셨다.
마치 머릿 속에서 저절로 빠져 나오는 듯한, 게다가 더러 재치까지 섞어서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을만큼
그러나 아주 충실하게.....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직히 고백한다면 사진에 목숨 건 쥔장이 그것 때문에라도 필수로 여행을 다니건만
그야말로 총알 없이 전쟁에 나간 군인처럼 카메라의 밧데리 충전기 보조 장치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행지에서 알았다면
그건 뭐....기절 할 일 그 자체가 아니었던가. 직업의식을 버린 것이므로.
웃기게도 동유럽이 우리와 같은 전압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라이카 " 카메라 밧데리 충전기의 앞 돼지코를 그냥 두고 간 것이었다.
사실 밧데리 충전기는 110볼트였으므로 앞에 220으로 전환하는 보조가 필요했으나 아무 생각도 없이 일명 그 보조 돼지코를 빼 버리고 간 것.
총체적 충격에 빠지긴 했다...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어서.
기함을 하고 비명을 지르다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을 할 수가 있었나 뭐 그런...그렇다면 이번 여행은 그냥 눈으로 보고 즐기라는 것 일 터.
그냥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면 되겠다고 스스로 위로하였지만 워낙 여행기에 사진을 첨부하여 쓰던 버릇이 있어 마음은 자괴감으로 가득 그득.
할 수 없이 한번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해보겠다 마음 먹은 적이 없었지만-카메라에 대한 배신이거늘-
이번엔 별 수 없이 소소하게 스마트폰으로 더러 촬영을 하기는 하였으나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써먹을 요량이기는 하니 사진에 관심 갖지 말아주길 부탁하고 싶다.
에효....
첫댓글 ㅎㅎ 카메라 없이 다닌 그 허전함은 가히 짐작이 됩니다요~! 하지만 동유럽 이곳저곳 지명만 들어도 떠오르는 그곳들 풍광이 눈에 선합니다~! 건강히 잘 돌아와 감사하고~! ^ ^
미련한 거죠 뭐...동유럽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그만 ㅎㅎ.
그래도 눈으로나마 잘 들여다 보았기에 만족합니다요.
프라하 까를교의 석양을 보고 오셨군요. 부럽습니다~~
ㅎㅎ 석양의 은은한 매력도 좋았고 그 다음날 다시 찾은 낮의 까를교도 에너지 넘쳐서 좋았다는.
현장에서 보이는 소매치기꾼, 일명 세금징수원들이 들끓어서 문제였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