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서명_엄니 꽃밭 ●지은이_양문규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6. 4. 22
●전체페이지_128쪽 ●ISBN 979-11-24212-07-3 03810/ ●46판변형(120×188)/고급양장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5,000원.
실존과 초월이 이루는 ‘엄니’라는 생의 만다라
양문규 시인의 신작 시집 『엄니 꽃밭』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양문규 시인은 『벙어리 연가』(실천문학사, 1991),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실천문학사, 2002), 『집으로 가는 길』(시와에세이, 2005), 『식량주의자』(시와에세이, 2010), 『여여하였다』(시와에세이, 2017)를 펴낸 바 있다.
『엄니 꽃밭』은 『여여하였다』 이후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결실로 전편이 어머니께 바치는 헌시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들이 구순의 어머니께 드리는 지극한 사모곡이다.
양문규 시인은 지금도 어머니를 ‘엄니’라 부른다. 그 호명 속에는 단순한 부름을 넘어, 삶의 뿌리와 정서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엄니 꽃밭』에는 그야말로 온통 ‘엄니’로 가득 차 있다.
안채 뒤뜰 취나물 곰취 방풍나물 당귀 황지 산부추 부지깽이
뒤뜰 언덕 너도바람꽃 지칭개 기린초 향유 금낭화 모싯대 짚신나물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 꽃다지 씀바귀 꿀풀 향달맞이 국화
목백일홍 아래 삼지구엽초 개양귀비 박하 상사화 꽃무릇
석류나무 아래 현호색 제비꽃 종지나물 민들레 애기나팔꽃 마타리
장독대 옆 채송화 과꽃 봉숭아 분꽃 하늘말나리 작약 모란
여여산방 사방 천지 꽃 시절 팔순 지난 우리 엄니 있다
―「엄니 꽃밭」 부분
작품에 나열된 식물 목록은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연결되면서 ‘우리 엄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각인된 실존적 지도가 되는데, 이 촘촘한 명명의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엄니’는 한 개인의 육신을 넘어 지상의 모든 생명과 함께 호흡하는 대지, 곧 ‘꽃밭’으로 전화하게 된다. “천년하고도 또 천년/말없이 서 있는 엄니”(「천태산 은행나무」)라는 형상에 이르면 ‘엄니’는 시간까지 초월하여 우주적 근원에 닿아 있는 신화적 존재로 승화된다.
시인의 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계신다. “어제는 서서 걸었고/오늘은 앉아서 걷고/내일은 누워서 걸을지”(「걷는 엄니」) 모르는 엄니는 그 고통의 시간도 살고 또 살아내는 존재, “걷고 또 걷는” 실존이다. 이토록 강인한 모성적 힘들은 시인에게 삶의 이정표가 되어 생의 ‘구절’마다 환기된다. “사월에 진달래 피고/시월에 구절초 피고/또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 피고 지고” ‘엄니’는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 시인에게 ‘꽃’으로 온다. 시인은 “산다는 건 고통을 달게 걸으며/슬픔이 말라갈 때 피는 꽃이라/한 구절 한 구절 모두 꽃답다는 걸”(「구절초」) ‘엄니’로부터 배운다. 시인에게 ‘엄니’는 이렇게 생을 통해 깨우침을 주는 교훈적 존재다.
흘러가는 세월이 함박웃음 잡아갔나//아픈 다리 매만지며 햇볕 쬐는//마당 한쪽//덕지덕지 주근깨//검버섯//늦은 작약(芍藥)이 핀다
―「엄니의 봄날」 전문
뻣뻣한 내 손을 꼭 잡고/니 아부지 눈 흙 들어가기 전까지/밥숟가락 챙겨드려//학산 새재 소낙비 지나가듯/잠시 고향마을 다녀오는 발걸음 소리,/다시 요양원 들어가시자마자//전화벨이 우는 듯해 뒤를 돌아보니/요양원 건물 유리창이/모두 엄니 퀭한 눈동자 같다
―「엄니 당부」 부분
양문규 시인의 시에서 아픈 엄니의 근원과 현실, 초월과 실존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엄니’는 사그라져가는 육신을 가진 실존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마당 한쪽//덕지덕지 주근깨//검버섯//늦은 작약(芍藥)이” 피듯 온갖 꽃을 품는 대지이자 꽃 그 자체로서 초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꽃’의 형상화라는 시적 의장을 통해 “전화벨이 우는 듯해 뒤를 돌아보니/요양원 건물 유리창이/모두 엄니 퀭한 눈동자 같”은 실존적 고통과 초월적 수용의 융합을 탁월하게 구현해낸다. 이런 시들은 특히 형식미가 뛰어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쉽게 읽히면서도 쉽지만은 않다. 헐거운 듯한 행간마다 의미와 정서가 팽팽한 밀도로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양문규 시인의 시를 꼼꼼히, 거듭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읽어가다 보면 어떤 삶이라도 수용하고 긍정하는 ‘엄니’의 숭고한 생애가 내면에 선명한 무늬로 새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비극조차 생의 한순간으로 품어 안는 시인의 심원한 시선은 존재의 허기 속에서 부유하는 우리에게 뿌리를 되찾아 줄 것으로 믿는다. 그 아프고도 따듯한 위무의 공간이 『엄니 꽃밭』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집의 추천사에서 “우리 양문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엄니의 세상이고, 그 엄니가 가꾸는 꽃의 나라, 꽃의 왕국, 엄니가 꽃이고 꽃이 엄니다. 시인은 굳이 효도니 효심이니를 말하고 있지 않지만 지극한 효심의 발로다. ‘효가 백행의 근본’이라는 고전적인 문장을 여기서 굳이 반복할 필요 없이 심히 부럽고 자랑스런 일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
■ 차례
시인의 말·04
제1부
엄니의 봄날·13
물매화·14
꽃에게 묻다·15
엄니 꽃밭·16
별·19
구절초·20
꽃 소식·22
천태산 은행나무·23
애기똥풀·24
밥 싸움·25
아프다·26
노산(魯山)에서·28
시(詩)·29
엄니가 아들에게·30
걷는 엄니·32
어제 눈·34
제2부
천태산·37
산작약·38
푸른 엄니·39
구절비·40
공주에 가면·42
초봄·43
영국동·44
눈길·45
자작나무·46
오목눈이를 읽는다·47
저 산속에 누가 사나·48
가을·50
서설(瑞雪)·51
밥 먹자·52
거짓말·54
제3부
엄니의 가을·57
손칼국시·58
설날 아침·59
찬비·60
고향마을·62
외갓집·64
쑥부쟁이·66
물건리에서·68
느티나무·70
절하는 은행나무·72
대파·73
하지(夏至)·74
까치설날·75
천황사 전나무·76
동네 한 바퀴·78
정지간·79
신경림·80
제4부
첫 마음·83
아부지·84
봄밤·86
부처님 똥·87
가을밤·88
아흔·89
청라언덕·90
엄니 당부·92
엄니의 기도·94
눈 오는 날·96
꽃·97
노월(盧月)마을에 가서·98
생일·100
해설│박진희·101
■ 시집 속의 시 몇 편
흘러가는 세월이 함박웃음 잡아갔나
아픈 다리 매만지며 햇볕 쬐는
마당 한쪽
덕지덕지 주근깨
검버섯
늦은 작약(芍藥)이 핀다
―「엄니의 봄날」 전문
꽃이 지기 무섭게
벌 나비 고요하다
떨어진 꽃잎에
달빛 두근두근
엄니 발자국
총 총 총
―「시(詩)」 전문
가을이 오고 말았습니다
고추잠자리가 높은음자리표를 그리고
감나무가 홍등을 내걸고 갈맷빛 산천을 수습합니다
계곡을 빠져나가는 물소리가 적요합니다
영국동에 와 영국사와 망탑 사이
천태산 무늬 노오란 나비 떼를 바라봅니다
당신은 수수만년 은행나무로 살다가
가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엄니의 가을」 전문
소쿠리만 한 호박이 늙어가는 언덕배기
구절초가 한창이다
어느새
콩잎 팥잎 누르스름한 텃밭을 지나
엄니는 절뚝이면서 들깨를 턴다
나는 깨알보다 작은 빗방울 소리 따라 구절초 구름 위를 걷는다
한 발 한 발 구절초를 넘는 사이
또 한 발 엄니를 따라가는데
너도 구절구절 꽃 따라가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신다
늦가을 절벽을 타고
한 몸에서 또 다른 몸으로 구절비가 지나간다
―「구절비」 전문
함박눈 내리는 집과 산 사이 요양원 있다
엄니는 요양원 가신 지 오래
아버지는 마당을 쓸며 그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까치설날」 전문
■ 시인의 말
엄니는 한겨울 내내 귤만 찾았습니다. 엄니 주먹보다 작은 귤입니다. 귤을 가져다드리면 엄니는 그것을 한참 손에 쥐고는 “어찌 이리 노랗고 예쁠까.” 꽃을 본 듯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엄니는 고개를 떨구고는 “어무니, 아부지, 제발 나 좀 오늘 밤에 데리고 가요.” 기도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그 말을 끝도 없이 되풀이하십니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더 살면 뭐 하냐. 나 좀 제발 데려가면 좋겄다.” 강변하십니다. 죽고 사는 것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님을 엄니도 아실 텐데 그 말씀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엄니 마음속에는 늘 아버지가 있습니다. 밥은 잘 잡수시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그리고 “니 아부지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 밥숟가락 챙겨드려.” 당부를 잊지 않으십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엄니랑 아버지랑 늘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엄니는 주말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10시 전후 “밥 먹으러 와.” 전화를 하셨습니다. 식구가 직장에 다니니 자식이 끼니 거를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주말은 식구와 밥 같이 먹어야 한다는 말씀도 꼭 챙겼습니다.
요즘도 엄니는 귤을 찾습니다. 천혜향 같은 것을 사다 드려도 마다하십니다. 엄니가 찾는 것은 오직 동글동글 작은 귤입니다.
엄니, 저기 보세요. 노오란 꽃이 피지요. 산수유, 수선화, 개나리…. 저 꽃이 피고 지고, 또 엄니가 좋아하는 작약과 구절초가 피고 나면 노오란 겨울 귤도 다시 나와요. 그러니 엄니, 그때까지 꽃밭에서 꽃이랑 놀며 조금만 더 기다려요.
2026년 새봄, 여여산방에서
양문규
■ 추천사(표4)
우리 양문규 시인은 아직도 어머니를 ‘엄니’라고 부른다. 그것도 줄기차게 그렇게 부른다. 어머니의 실상이 거기에 있음이다. 그런가 하면 또 시인은 그 엄니를 꽃으로 바꾸어 보고 있고 바꾸어 생각하고 있고 바꾸어 느끼고 있다.
이번 양문규 시인의 시집은 엄니의 세상이고, 그 엄니가 가꾸는 꽃의 나라, 꽃의 왕국이다. 아니다. 엄니가 꽃이고 꽃이 엄니다. 시인은 굳이 효도니 효심이니를 말하고 있지 않지만 지극한 효심의 발로다. ‘효가 백행의 근본’이라는 고전적인 문장을 여기서 굳이 반복할 것도 아니다.
양문규 시인의 효심과 효행은 삶 속에서 그저 자연스럽게 인간의 호흡처럼 반복되는 효심이고 또 그렇게 실현된 효심이다. 일찍이 효도하는 아버지가 있어야 효도하는 자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가 그 부모에게 효도해야만 그 자식도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말일 터이다.
실상 효도란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고 부모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부모가 오래 살아야 자식도 오래 사는 법이다. 부모가 행복하게 살아야 자식도 행복하게 사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양문규 시인의 자손들도 분명히 양문규 시인이 자신의 어머니, 엄니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기까지 한 것을 본받아 그렇게 할 것이다. 심히 부럽고 고맙고 자랑스런 일이다._나태주(시인)
양문규 시인의 시집 『엄니 꽃밭』은 전편이 어머니께 바치는 헌시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들이 구순의 어머니께 드리는 지극한 사모곡이다. 그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어머니를 위해 서둘러 시집을 펴낸다고 하였다. 요즘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효도가 무너진 세상에 노모를 위해서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를 써서 바쳤다는 말을 일찍이 들은 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양문규 시인은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효자임이 틀림없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어머니를 ‘꽃’으로 묘사하고 있다. 꽃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이쁜 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생태 시인답게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깃들어 사는 천태산과 삼봉산 자락에서 마주치는 나무와 풀과 짐승과 하늘과 바람과 별 등에서도 어머니를 보고 읽는다. 우주 만물에 어머니가 함께 살아온 세월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오늘도 구절초처럼 백발이 성성한 그는 여여산방과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을 오가며 자식으로서 효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집은 양문규 시인이 우리 시대의 자식들에게 건네는 깊은 울림과 깨달음의 선물이라고 할 것이다.
_김선태(시인·목포대학교 명예교수)
■ 양문규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멋대로 생생』. 여행에세이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하여라』.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등이 있다. 현재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

첫댓글 양문규 시인의 신작 시집 『엄니 꽃밭』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오랫만에 시집 발간하시어 크게 축하드립니다, 출판기념식에 참석해야지요.
형님 고맙습니다. 그날 보애요.
양주간님의 신작 시집 '엄니 꽃밭'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사랑받는 시집으로 환하게 피어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푸르른 오월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