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악산[橫岳山] 911m 경북 봉화
산줄기 : 낙동안동장군단맥
들머리 : 소천면 분천리 여우천

위 치 경북 봉화군 소천면
높 이 911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봉화의 알려지지 않은 심산... 봉화 횡악산(911m)
횡악산은 봉화군 소천면에 자리한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진조산, 통고산을 지나 남하하던 낙동정맥이 칠보산(974m)의 남봉에서 서남쪽으로 곁가지를 일으킨다. 덕산지맥으로 알려진 이 산줄기에는 일월산, 장군봉, 청량산 등 널리 알려진 산과 제비산, 죽미산, 이번에 소개하는 횡악산 등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수두룩하다.
구절양장으로 굽어 흐르는 낙동강과 통고산에서 흘러내린 광비천이 얼싸안은 강변에 있는 횡악산은 전국에서 같은 이름이 전혀 없는 산이다. 또한 지금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횡악산 주위에는 동남녘의 새목재를 경계로 회룡산(973m), 남녘의 여우천을 사이에 둔 죽미산(907m)과 그 동쪽으로 남회룡산(975m)이 메아리가 닿을 거리에 위치한다. 필자는 산악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이 산들을 모두 답사,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들머리는 통고산 서쪽으로 흘러내린 굉비천이 낙동강에 합류해 멋진 광경을 연출하는 꼬치비재. '해발 486m 꼬치지재' 팻말이 걸려있는 공터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포장길을 오르면 뒤이어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향기로운 숲길은 등산인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요요한 산길이다. 첫 삼거리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른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가며 곁가지를 헤치고 오르던 중 별안간 후다닥 소리와 함께 질풍같이 짐승들이 달려간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산돼지 무리였다. 얼핏 살펴보니 수퇘지가 앞장서고 중간에는 새끼들이, 끝에는 암퇘지 순이었다. 황급히 도망가면서도 새끼를 보호해가며 질서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바위말발도리의 하얀꽃이 피어난 산길에는 노루삼, 촛대승마, 홀아비꼬 ㅊ대, 둥굴레 등 제 각각 하얀 몸매를 자랑하는 산꽃들이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에 새하얀 춤사위를 펼친다. 옛 헬기장인 820m봉 부근은 산돼지들의 놀이터였다. 온통 땅을 파헤친 평지 같은 능선길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보랏빛 솔붓꽃을 만났다.
카메라에 담고 일어서는데 일행 중 한명이 처음 보는 꽃이 있다고 소리쳤다. 가서 보니 노랑무늬붓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오랜 산행경력에 더러 만나기는 했어도 이처럼 무리를 이룬 것은 처음이었다. 혹 부근의 '솔붓꽃들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무튼 자세히 살펴보고 여러 장 카메라에 담아본다. 나중에 식물학자에게 보여줄 일이다.
느긋한 능선길을 이어 헬기장 정수리에 올라선다. 헬기장 바깥쪽에 '소천 409. 2004 재설' 이라고 표시된 삼각점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는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1km 떨어진 820m봉에 산이름과 삼각점 표시를 하였지만 해발 911m 최고봉인 이곳이 분명 횡악산 정상이다.
북녘으로는 비룡산 배바위산, 동녘으로는 낙동정맥의 진조산 통고산이 뚜렷하다. 그중 남녘 조망이 으뜸이다. 죽미산, 제비산, 남회룡산의 아기자기한 산줄기를 모두 모아 솟구친 장군봉이 우뚝하고, 그 너머로 유명한 일월산이 신비롭게 솟아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이번에도 덕산산악회원들이 함께 했다. 지금까지 1880여 산을 오른 필자를 도와 방방곡곡의 새로운 산을 찾아 고생을 마다않고 매주 산행을 같이하는 산벗들을 생각하면 고마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둘러앉아 서로 간식을 권하다보니 산꾼들의 우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들과 함께 서남쪽으로 산길을 이어간다.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모양의 바위가 있는 능선을 이어가니 앞을 가로막는 큰바위에서 왼쪽(정남쪽)으로 길이 크게 꺾어진다. 조금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는 숲길에서 문득 섬뜩한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두어 걸음 앞에 커다란 뱀 한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깜짝 놀랐으나 본능적으로 셔텨를 눌렀다. 머리는 은빛, 목덜미를 비롯한 몸통은 붉은색, 애랫부분은 흙색을 띄었다. 1m 정도 길이의 난생 처음 본 뱀, 도망가지도 달려들지도 않을 뿐더러 모델인 양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지팡이로 낙엽을 두드리니 그제야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곧 지도상의 정수리(820m)에 올라섰다. 잡목이 우거진 이곳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풀을 헤쳐 가며 이리저리 살폈으나지도상에 표시된 삼각점은 없었다. 빠른 시일 내 여러 지도에 잘못 표기된 횡악산의 위치와 높이가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 하산은 정서녘으로 꺾어진다. 710m의 무덤봉을 지나 697m봉을 잇는 서녘 능선은 희미한 산길이지만 능선을 놓치지 않으면 어려움이 없는 길이다.
36번 국도를 눈앞에 둔 삼거리에서 왼쪽(남서쪽)으로 내려가면 절개지를 지나 분천4리 빗돌이 있는 도로변에 내려선다. 분천리 마을 입구에는 '분천분교 300m' 라고 쓴 팻말이 있다. 분천분교에 들러보니 교사 4명에 학생 32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천초교 분천분교는 5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학생수에 비해 너른 교정에서 횡악산을 올려다보았다.
동녘하늘에 닿을 듯 까마득 솟구친 횡악산. 분천분교를 거쳐 간 모든 졸업생의 가슴 속에 지금도 높이 솟구쳐 살아있을 저 횡악산. 잊지 못할 내 고향의 청산이 아니겠는가.
*산행길잡이
꼬치비재-(1시간30분)-헬기장-(30분)-정상-(30분)-지도상의 정상(820m)-(1시간)-697m봉-(50분)-분천초교
횡악산의 들머리는 꼬치비재. 해발 486m의 팻말이 있는 고갯마루 남쪽으로 시멘트 수로가 있다. 수로를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뒤이어 숲속길이 이어진다. 첫 삼거리에서 왼쪽(남동녘)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산돼지가 마구 파헤진 해발 820m의 옛 헬기장에 이른다. 이곳에서 능선길은 오른쪽(남녘)으로 꺾어지고 느긋한 능선길을 이어가면 삼각점이 자리한 헬기장 정수리에 도달한다.
하산길은 서남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절벽을 이룬 바위봉에서 왼쪽(정남녘)으로 꺾어지고, 조금 내렸다 다시 오르면 지도상의 정수리(820m)에 닿는다. 이곳에서 정서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무덤봉(710m)을 지나 697m봉에 이르고, 계속 서녘능선을 이어 마지막 삼거리에서 왼족으로 내려가면 절개지를 지나 분천4리 빗돌이 있는 도로변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면 '분천초교 300m' 라고 적힌 팻말이 있고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에 도착한다. 산행시간은 5시간이면 넉넉하다.
*교통
동서울터미널(ARS 02-446-8000)에서 1일 6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로 봉화군 춘양에 간다. 춘양에서 수시 운행하는 시외버스로 소천면에 내려 꼬치비재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소천면에서 분천리행 군내버스가 1일 2회 운행하지만 이용이 불편하다. 소천택시 054-672-7676.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와 날머리에 식당과 여관이 전혀 없다. 소천면의 편의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봉화군 봉성면 우곡면 36번 국도변 다덕약수관광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
참고:월간<사람과산> 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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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