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대국에 침략당할 걱정은 이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해야 한다 / 9/17(화) / 조선일보 일본어판
더불어민주당의 반일 캠페인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한 사회에서 반일 캠페인은 대부분의 경우 실보다 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해방된 지 8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반일영화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고, 계기만 되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에 열광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으로 반일 캠페인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민주당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하면 바로 캠페인을 중단할 정도로 유연성을 갖고 있다. 흑시마 괴담일 때가 대표적이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오염수 때문에 한국 수산물이 위험하다고 시위하던 사람들이 대중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지지세력인 줄 알았던 일부 수산업자들까지 민주당에 반발하자 곧바로 횟집에 가서 단체로 횟감을 먹고 맛있었다고 말한 사람들이다. 이런 민주당이 반일 캠페인을 계속하는 것은 유리하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일의 정치적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보통 반(anti)이란 약자가 강자에 대해 갖는 감정인 경우가 많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은 약자와 강자의 구도로 볼 수 없는 관계다. 한국의 국민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980년대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일본을 추월했다. 엔저의 영향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발전과 일본의 정체에 따른 결과다. 국가 전체의 GDP(국내총생산)는 1980년대에는 17배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2.5배 차이로 줄었다.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 국제기구 평가에 따른 국가경제력 순위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게 줄었거나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수출경쟁력을 가진 나라지만 그 수출액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바로 옆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3348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48조 3300억엔). 이하 같다)로 일본은 3383억달러(약 48조 8400억엔). 일본이 한국보다 아직 앞선 분야는 기초기술과 국제적 평판, 호감도 등이다. 이 또한 케이팝이나 드라마의 유행으로 볼 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일본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과대평가해야 할 이유도 없다.
올해 6월 유튜브에서 한 한국인이 일본에서 대학 공대를 졸업한 뒤 일본 중소기업에 취직한 지 6년이 됐는데도 월급이 200만원(21만 6000엔)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급여 명세를 제시하며 탄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 보면, 일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일본은 식비가 싸고 고용이 보장돼 있어 유지되고 있는 정체된 사회라는 게 이들의 평가였다. 한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나라다. 나라 전체가 「이노베이션 강박증」까지 되고 있다. 이런 역동적인 국민과 사회가 왜 일본 같은 나라에 대한 피해의식과 낡은 반(anti) 감정만은 그대로 갖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8월에 택시에서 들은 라디오 프로그램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장 문제가 계속될 때였는데 민주당 측 인사들이 흥분하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 매국을 하겠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지만 몇 번이나 그렇게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독도를 일본에 건네줄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처럼 말했다. 터무니없는 내용이었지만, 마치 독립 지사라도 된 것처럼 비분강개한 어조였다.
민주당의 반일 캠페인은 자유다. 그러나 한국이 아직도 수십 년 전의 약소국인 것처럼 여기고 강대국 일본에 저항해야 한다는 식의 무지하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은 삼가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기가 막힌 것은 일본의 군사력은 언제든 한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다는 표현을 쓴다. 지금 한일 양국의 군사력으로 볼 때 침범을 두려워해야 할 쪽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 쪽이다. 국제군사전문기구에서 평가하는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5~7위지만 일본은 언제나 한국보다 몇 계단 아래에 있다. 올해 한국의 첨단무기 수출액은 200억 달러(약 2조 8900억엔)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본은 거의 제로. 침범을 걱정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한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일본이 앞선 분야는 해상자위대뿐이다. 외부의 침공을 바다에서 막아야 할 섬나라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 해군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력차는 4대 6이나 4.5대 5.5 정도로 봐야 한다. 함정 1척당 공격력에선 한국 해군이 앞선다. 어뢰를 싣고 있을 뿐인 일본 잠수함과는 달리 한국 잠수함은 탄도미사일까지 갖추고 있다. 공군은 막상막하이고 육군 비중이 낮은 일본 육상자위대는 한국의 상대가 아니다.
한일 양국의 육군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현재의 전력상 일본군은 무력화된다. 포병과 기갑, 탄도미사일 전력의 차이는 너무 커 비교할 의미가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한국이 세계 최강급인 현무미사일을 쏘면 일본은 마비된다. 이런 비현실적인 가정까지 하는 것은 군사력에서 앞선 나라의 정치인들이 약한 나라가 쳐들어오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겁주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일본 자위대를 수용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잘 알 것이다. 반일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사실에 부합하도록 할 수는 있다. 그런 반일에는 국제사회도 외면하지 않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