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직 회장님!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당신이 그리울 때 우리는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의 그 멋진 웃음이 그리울 땐 우리는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할 것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이 당신 삶의 전체였고, 당신의 희망이었고, 꿈이었고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님, 편안히 잠 드시십시오. 평화와 안식을 기원합니다".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이어졌다. 손수건을 꺼내 눈시울을 닦는 이들이 늘어가고 급기야 통곡으로 변한 울음이 장내를 휘감아 돌았다. 무대로 꾸며진 제단의 국화꽃송이 속에 둘러쌓인 채 평상시 언론기자나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늘 취하던 포즈, 두 주먹 가볍게 모아 쥐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던 그 모습 그대로 영정 속 故 박세직 회장은 조문객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 제32대 故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의 영결식. 31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열린 故 박 회장의 향군장에는 3천여명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마지막 떠나가는 고인의 영면과 안식을 기원했다. ⓒkonas.net | |
제31, 32대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을 역임하던 故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의 영결식이 7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9시 고인이 20여년 전 '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열정을 불태웠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葬(장의위원장 김홍열, 해군부회장)으로 장중하면서도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 날 아침 빈소인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故 박 회장을 실은 운구행렬은 평소 고인이 다니던 여의도 침례교회에서 당 회장인 한기만 목사 인도아래 발인예배에 참석하고 9시 정각 3천여명 조문객의 영접을 받으며 국방부 군악대의 조악에 맞춰 운구병의 운구아래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 영정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앞세우고 운구병에 의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는 故 박세직 회장 유해 ⓒkonas.net | |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김규 호국안보국장의 약력보고에 이어 고인이 생전에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생전의 영상이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흐르는 가운데 김홍열 장의위원장의 조사가 낭독했다.
▲ 고인을 위해 묵념하는 참석자들.(왼쪽부터 김홍열 장의위원장, 백선엽 대장,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박진 한나라,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양 국가보훈처장, 장수만 국방부차관, 김중련 합참차장, 김종태 국군기무사령관) ⓒkonas.net | |
조사에서 김 장의위원장은, 76년 박세직 회장의 생애는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한 구국의 가시밭길이었다고 故 박 회장의 생애를 돌이켰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고인의 군 시절과 난관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성공적인 '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을 돌이키면서 "회장님께서 온몸을 불태워 이루어낸 올림픽의 성공은 이 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회고했다.
또 "'나라가 없으면 향군도 없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면서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전환 유보를 외쳤던 그 함성, 불법과 폭력시위를 온몸으로 응징했던 투혼, 향군의 조직강화와 재정자립을 위해 쏟은 회장님의 열정은 튼튼한 안보의 토대가 될것이며 향군 백년대계의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면서 "회장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회장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심장이 뛰고 있는 한 회장님께서 남기신 유업을 반드시 이어 자유, 민주, 통일 조국을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각오와 다짐을 보냈다.
▲ 김홍열 장의위원장 ⓒkonas.net | |
추도사에 나선 故 박 회장 타계 전 까지 육군부회장을 역임했던 박세환(예, 대장. 전 국회의원) 장군은 지난 달 열린 6·25 제 59주년 행사장에서의 고인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국회의원은 국회로, 언론인은 언론 본연의 자세로, 노동자는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며, 애국구국의 충정을 토로하시던 회장님의 강건한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이렇게 홀연히 떠나시다니 이 어인 일입니까?"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박 전 부회장은 또 "회장님께서 비록 오늘 우리 곁을 떠나신다 할지라도 생전에 남겨 놓으신 구국·애국·호국의 열정과 위대한 업적은, 자유대한을 지키는 밀알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싹이 트고, 꽃을 피워,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며 "전 향군 회원은, 조용히 옷깃을 여미고 우국 충정의 일념으로 살아오신, 이 시대의 구원자이며, 위대한 영웅이셨던, 박세직 회장님께 불멸의 찬가를 보낸다"고 추모했다.
▲ 김현욱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 ⓒkonas.net | |
이어 故 박 회장 생전 시 국가정체성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왜곡·폄하된 사관(史觀)을 회복하고자 함께 지혜를 모았던 김현욱(국정협 중앙위원, 전 국회의원)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도 추도사를 하며 슬픔을 이기지 못해 했다.
김 이사장은 "아무리 참고 참아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 길로 떠나신다 생각하니 복바쳐 오르는 비통함과 몸을 죄어오는 아픔과 그리움을 형언할 길 없다"고 눈시울을 붉힌 뒤 "국민·애국동지들과 함께 이루어야 할 국가적 현안이 너무나 중대하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박세직 회장님을 보내드리기가 이렇게 아프고 억울하고 분하면서 슬픈 것이라고 애도했다.
김 이사장은 또 "좌파정부 10년 동안 흔들리고 찢겨버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뿌리와 이념과 가치를 되살리고 지키기 위해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를 만들고, 115개가 넘는 애국단체들이 참여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수정하는 일에 전국의 수백만 애국동지들이 정열을 바쳐온 지난 3년의 세월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헌정질서를 회복시키는데 참으로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국정협의 활동을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박 회장님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속에 오로지 이상과 희망과 사랑의 물결을 만들고 전파하며 살아오신 국민적 영웅이었고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린 위대한 애국자였다"고 흠모했다.
그는 끝으로 " 신의 그 멋진 웃음이 그리울 땐 우리는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당신 삶의 전체였고, 당신의 희망이었고, 꿈이었고 생명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추도사에 나선 신현웅(전 문화부차관)서울올림픽 국장동우회 회장은 서울 올림픽 당시를 상기하면서 "20여년 전 이곳 올림픽 회관에서 밤새워가며 준비한 서울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던 날 울려퍼졌던 '손에 손잡고'의 감격적인 노래가 위원장님을 떠나보내는 오늘, 우리의 가슴을 또 다시 울리고 있다"며 "위원장님은 수천년 간 축적되어온 우리 민족의 위대한 잠재능력을 한꺼번에 일깨워 꽃피우게 한 '서울올림픽의 영웅'이었다"고 예를 갖췄다.
신 회장은 故 박 회장과의 인연을 덧붙이며 "소생이 서울올림픽 조직위 홍보조정관과 외신지원단장으로 위원장님을 미력이나마 보필하여, 세계속에 '한국과 서울올림픽의 이미지를 심는데 일조한 것을 제 삶의 가장 큰 축복으로 생각하면서 오늘 더욱 더 위원장님을 그리게 된다"고 아픈 심경을 토로했다.
이 날 추도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장내에서는 흐느낌이 계속되고 특히 김현욱 이사장이 추도사를 하는 순간에는 여기저기서 장탄식과 통곡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
이어 고인이 다니던 서울 여의도 침례교회 당회장인 한기만 목사는 "하늘에서 주님의 영접이 더 크게 있게 되기를 기도 드린다"고 기도했다.
▲ 헌화 후 묵념하는 김양 국가보훈처장 ⓒkonas.net | |
이어 유가족과 김홍열 장의위원장, 김양 국가보훈처장, 백선엽 장군 등 군 원로와 각계를 대표하는 대표자들의 헌화가 있은 뒤 국군의장대에 의한 15발의 조총이 3회에 걸쳐 발사됐으며, 이어 고인을 실은 운구는 영정과 이틀 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추서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앞세우고 조문객들의 안타까운 이별을 뒤로 한 채 고인이 마지막 심혈을 경주했던 성수동 재향군인회 본부로 향했다.
▲ 성수동 집무실로 향군 임직원과 유족들의 영접을 받으며 들어서는 故 박세직(영정)회장 ⓒkonas.net | |
▲ 향군회관을 떠나는 故 박세직 회장. 직원들이 마지막 먼 길을 떠나는 故 박 회장의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konas.net | |
11시 경 성수동 향군회관에 도착한 고인은 지난 3년 3개월 동안 본인이 재직했던 10층 집무실로 임직원들의 영접속에 도착, 잠시 머문 뒤 11시 25분 경 부하 임직원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영원히 안식할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안장식은 오후 15:00에 유가족, 향군 임직원, 동기생, 안보단체장 등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다.
한편 사마란치 IOC 명예위원장도 편지를 통해 "IOC 위원장으로 재직 중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여러 번 뵈었다"고 회고하고, "대한민국 올림픽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고 박세직 회장님께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애도를 전해 왔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