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만에 김을 굽고 된장국을 끓이고 냉장고를 정리하는데..
그러다 발견한 오래전 싱크대 밑에 처박아 두었던 감자 한뭉태기..
싸다고 많이 사다놓은게 잘못이었다..
바로 죄다 깎아서 국을 끓이던 전을 부쳐먹던 했어야하는데..
푸른 싹이 피다 못해 검은 줄기까지 금새 봉지라도 뚫을 듯 자라있다..
무슨 독이더라..
감자에 싹나면 생기는 독, 그래서 먹으면 안된다는..
확실히 죽기만 한다면야 그냥 확- 먹어버려?
버리려니 아깝고 실은 그보다도,
요즘처럼 '먹기'보다 '버리기'가 더 어려운때,
음식물쓰레기봉투 하나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만큼 굵은 알들이 족히 7,8개는 되는것 같으니..
우선 봉지째 그대로 현관 앞에 모셔두고 갖다버릴 곳을 생각해봐야겠다..
어디 논이나 밭이나 이런데 버리면 저절로 썩을 것을..
무단투기 하자니 법 없이 사는 내가 그럴 순 없고,
또 행여나 집없는 그 수많은 고양이들이 먹고 집단 떼죽음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이래서, 이래서 싸다고 많이 사두면 안되는거다..
필요한만큼 먹을만큼만 좀 비싸더라도 동네슈퍼에서 하나 두개 사서 해먹는게 낫지,
매번 이게 몬가..
음식 버리면 죄 받는다는데, 어차피 죄 많은 인생? 그깟건 안 무섭고,
그놈의 음식물쓰레기 분리하고 처리하는게 넘 넘 귀찮다..
나 하나 뿐이면 집에서 절대 밥 안 해먹고 싶은데..
해먹기보단 시켜먹는게 훨- 싸고 훨- 편하고.. 훨- 메뉴도 다양하고 또, 훨- 맛있고..
정말이지 돈 버는 것보다 그 돈 써서 밥 해먹고 사는게 더 힘들 줄이야..
남자들은 펴엉생 그 힘듦의 반에반에반에반도 모르고 살테지만..
우리 어머니들, 정말 존경스럽다..
그 썩은 감자를 보며,
저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어둡고 습한 곳에 처박아 두니 상할 수 밖에..
처박아두기만 했나, 그리곤 잊어버렸으니..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방치'한 채,
처음 굵고 실한 알들로 고르고 골라 뿌듯한 맘으로 계산을 하고 사 올 적에는,
저리 될 거란 생각 안했겠지..
저리 망가뜨리고 상하게 할 생각 없었겠지..
아무도 그 누구도 단 한번도 봐주지 않은 오래시간동안 내내 방치되어 있다가,
결국 스스로 썩어 독을 만든..감자들..
애초에 시작을 말아야한다..
자신없다면..
아무생각없이 그 순간의 욕구에만 충실해 집어든 감자 한 알도,
내가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봐주지않으면, 저 혼자 썩어버리지 않나..
어느날 우연히 발견했을땐 이미 썩을대로 썩어 먹을 수도 버릴 수도,
처치곤란의 상태가 되어 독을 품고 있지않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감자전 감자볶음 감자국 감자튀김 찐감자 등의 맛난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내가 혹 저 감자들을 싹이 피고 줄기가 자라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그리 썩게 하는 줄도 모르고 방치해버리는 그런 몹쓸 짓을 하게 되진 않을까?
그런 생각의 생각 끝에 진정으로 자신있다면,
감자들을 맛난 반찬과 요리로 재탄생 시킬 수 있겠단 믿음과 의지가 생긴다면,
그때, 자신의 능력과 형편을 고려해 그에 적합한 감자를 골라 사야한다..
그리곤 절대 변심하지 말고, 처음 마음 그대로 실천에 옮겨야한다..
감자 한 알 사는 것에도 이리 신중해야 하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배고프다..
첫댓글 그거 그냥 역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되남? 누이 잘 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