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다 빠뜨린 폰 건지려 저수지 물 210만 L 빼
인도공무원, 사흘간 펌프 2개로
4.6m였던 수심, 1.8m로 얕아져
권한 남용 논란… 당국, 정직 처분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칸케르 지역에서 한 공무원이 저수지에 빠뜨린 자신의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3일간 저수지 물을 빼내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사진 출처 인도 방송채널 IBC24 유튜브
인도 중부의 한 지자체 식품담당 공무원인 라제시 비슈와스는 이달 21일 지역 내 저수지에서 셀카를 찍다가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알려진 그의 전화기는 인도에서 10만 루피(약 160만 원)에 거래되는 고가품이었다. 저수지 수심은 4.6m에 달했다.
비슈와스는 곧바로 잠수부들을 수소문해 저수지에 투입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찾는 데 실패하자 30마력짜리 디젤 펌프 2개를 동원해 저수지 물을 빼기 시작했다. 이 물 빼기 작업은 3일 동안 이어졌다. 저수지 담당 공무원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서야 중단됐다. 영국 BBC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물 수위는 1.8m 수준으로 낮아져 있었다. 그사이 흘러가 버린 물은 약 210만 L. 약 6㎢의 농지에 관개용수를 댈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에서 공무원 권한 남용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은 “주민들이 여름 폭염에 대비하려면 저수지 급수에 의존해야 하는데 공무원이 관개용수로 사용될 수 있는 물을 빼버렸다”고 비판했다.
비슈와스는 “휴대전화에 민감한 정부 자료가 있어 되찾아야 했다. 담당 공무원에게서 물을 빼내도 된다는 구두 허가를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지역당국은 그를 정직 처분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비슈와스는 휴대전화를 찾는 데는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3일 넘게 물에 잠긴 탓에 작동은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아 일부 주민들이 밧줄을 타고 우물 안으로 내려가 물을 길어야 할 정도로 고질적인 물 부족 국가다. 게다가 올 4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도를 넘어설 정도로 때 이른 폭염도 심각한 상태다.
신광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