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된 아들이 8개월 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오기 전날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영국 BBC가 친척의 말을 인용,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목 메이어 잔(22)은 지난해 10월 7일 노바 음악축제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뒤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돼 있다가 이날 이스라엘군의 기습 작전을 틈타 다른 3명의 인질과 함께 풀려났다.
그런데 그의 부친 요시 잔(57)은 몇달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그는 8개월 내내 아들의 석방 소식이 들려올까 싶어 "텔레비전에 딱 붙어 있었다"고 누이 디나는 이스라엘 방송 칸에 털어놓았다. 그녀는 "오빠(남동생)는 아들이 살인자들 손에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되고 있다. 디나는 "오빠가 슬픔 속에 숨을 거뒀으며 아들이 돌아온 것을 끝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리들과 디나는 조카가 석방됐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크파르 사바에 있는 오빠 집을 찾았는데 끝내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응급요원이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내렸다. 곧바로 장례를 치르는 관습에 따라 네베 야민 묘역에서 이날 오후 5시 30분 장례를 치렀다.
잔 외에도 노아 아르가마니(26), 안드레이 코즐로브(27), 슐로미 지브(41) 등 모두 4명의 인질이 구출돼 무사히 돌아와 이스라엘에서는 당연히 환호하고 안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특수부대가 "창의적이고 용감하게" 행동했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인질이 풀려나게 된 이날 대대적인 공습을 포함해 인도적인 참사가 빚어져 이스라엘 정부는 심각한 역풍을 맞게 됐다. 하마스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74명이 그 작전에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다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악의 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 보안군(IDF) 대변인은 희생자 수가 100명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카타르 총리는 이날 도하에서 정상회담 도중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야만적인 공세"를 중단하라는 지구촌의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또다른 민간인 학살"이라고 개탄했다.
한 이스라엘 장관은 하마스가 민간인 뒤에 숨는다고 비난하지 않는 EU가 대신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을 구출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습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 부대들은 누세이랏 지구에서 하마스와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는데, IDF는 "정확한" 첩보에 근거해 "고위험의 복잡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4명의 귀환 인질을 찾아 한 명에게 "우리는 한 순간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병원 밖에서 "우리는 하마스가 그들 모두를 풀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들이 풀어주지 않으면, 그들을 집에 데려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8개월 전 납치돼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은 116명이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아마도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마스가 이끄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이후 3만 708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