細雨濕衣看不見(가는 비는 옷을 적시나 보이지 않고)
閒花落地聽無聲(외진 꽃은 땅에 져도 소리가 없네)
- 당나라 시인 유장경(劉長卿) 詩 중에서 -
새벽 3시에 오르는 설악산.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오색입니다.
그동안 매번 한계령에서 오랐는데 오늘은 오색으로 가봅니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계단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산행객이 대단히 많아서 몇 년 전에 신년 일출을 보러 산동성 태산을 올랐을 때 이후 가장 많고 긴 줄의 산행객을 봅니다. 경사는 그런대로 오를만 하고 산행속도가 느려서 체력에는 그리 부담되지 않는 오르막길입니다.
대청봉 중간 지점 정도에서부터 세우(細雨)가 내립니다. 어떤 산행객은 대청봉 일출을 염려하고 어떤 산행객은 공룡능선 산행을 염려합니다.
누군가가 대청봉에 다 와가냐고 묻는데 동행하는 분이 참 센스 있게 답을 합니다.
" 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을 무렵이 되어야 대청봉에 다다르게 되요. "
이제 날이 밝았습니다.
대청봉이 지척인데 소나무 위에서 자라는 철쭉에 꽃이 피어 있어서 사진촬영을 합니다.
반가운 아침 태양입니다.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따뜻하게 산행객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드디어 대청봉 정상에 다다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손이 시린데 일부 청춘남녀들은 반바지를 입고 와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하려고 상당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잠시의 틈을 부탁해서 신속하게 정상석을 촬영하고 곧바로 대청봉을 내려옵니다.
중청대피소에 들어가니 전자렌지가 있어서 준비해간 약식을 데워먹습니다. 정말 꿀맛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조금 전에 운무에 가려 있었던 설악산의 모습이 점차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을 본 산행객들이 설악의 비경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캠코더로 촬영합니다.
상당시간 동안 설악산의 비경을 감상하고 중청대피소를 내려갑니다. 경관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봅니다.
길 옆으로 조금 돌출된 바위가 있어서 앉아서 사진촬영을 합니다. 정년퇴직을 하셨다는 두 남성분이 함께 앉았는데 한 분이 저에게 빵을 하나 꺼내주십니다. 한 분은 설악산에 20여 회 이상 오셔서 설악산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아시는 분인데 동료분이 공룡능선을 안내해달라고 해서 오늘 산행을 오셨는데 새벽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오늘은 천불동계곡으로 가신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20여 분을 앉았다고 다시 산행을 시작합니다.
무너미고개에서 앞서 만났던 분들을 다시 만납니다. 동영상촬영을 하는데 순진무구한 모습입니다. 저는 이곳을 촬영하고 먼저 내려갑니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내려와 얼마간 가니 다람쥐가 불쑥 나타나더니 저만치 있는 바위 위에 앉습니다. 이는 먹이를 달라는 다람쥐의 제스처입니다. 저는 ' 사진촬영을 하고 빵을 주겠다. ' 하고 다가갑니다. 다람쥐는 말귀를 알아듣고 익숙한 자세인 듯 포즈를 취합니다. 저는 촬영을 하고나서 조그만 빵 10여 개를 숲속에 놓아줍니다. 다람쥐는 맨 아래쪽에 있는 빵을 붙들더니 작별인사를 해도 쳐다도 보지 않고 정신없이 빵을 먹습니다. 아마도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천당폭포에 앉아서 경관을 보고 있는데 앞서 만났던 분들이 와서 합석하여 떡을 나눠먹었습니다.
이곳에서 20여분 이상 있다가 함께했던 분들을 먼저 가시라고 하고 저는 계곡으로 내려가서 촬영을 합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모른겠으나 꽃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 꽃 한 송이가 햇빛쪽으로 향해서 단정하게 피어 있어서 가까이 촬영을 합니다.
오늘 산행은 설악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온 풍성하고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안전운행해주신 기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장시간 산행을 리드해주신 알프스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