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원에서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 원내 도로청소를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린라이프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청소를 하며 자연스레 각 개인의 삶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모이는 장소로 이동하며 함께 살고 있는 한 분께
무엇을 하러 가는지 물어보니, 청소를 해야한답니다.
청소를 왜 해야하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므로 우리가 청소해야한다고 합니다.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청소를 해야하는 필요성에 대해 제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질문을 했습니다.
청소를 해야하는데 도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먼저 나온 몇 분과 함께 청소도구를 찾으러 다닙니다.
직원이 대신 찾아주지 않고 자신의 해야할 일을 직접 할 수 있게 거들어 드렸습니다.
어느 정도 청소도구가 모이고, 사람이 모이니,
제법 시끌벅적 합니다.
청소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할일을 자연스레 찾습니다.
평소 리어카를 사용하시는 분은 이미 리어카를 선점했습니다.
대빗자루로 쓸려는 사람, 갈퀴로 법사면의 낙엽을 긁어 모으려는 사람,
쓰레받이와 빗자루로 모아진 낙엽을 리어카에 담으려는 사람.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본인의 선택에 맡겼습니다.
도구를 고루지 못하시는 분들께는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빗자루로 낙엽 쓸어 모아주세요"
"경사가 심해 넘어지니 조심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빗자루로 낙엽을 모아주실 수 있겠어요?"
"경사가 심해 넘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그 분들의 입장에서 이야길했습니다.
그 누구 하나 싫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흥이 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러합니다.
누군가 시키는 것보다 제가 선택하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이니 상대에게 감히 그러질 못합니다.
각자 도구를 가지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청소를 하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분께는 방법을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설명을 듣고, 옆의 동료가 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갑니다.
청소가 중반으로 치닫을 때 쯤 몇몇 분이 흥미를 잃었는지 서성이고 있습니다.
살며시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빗자루 쓰지 않으면 저 주실래요. 제가 청소할께요."
"아니요. 제가 할래요."
"리어카 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의 말에 갑자기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입니다.
잘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하진 못하더라도 무엇인가 본인의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삶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하여 할 수 있게 거들어 드리는 것이
도로청소를 하며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찬호의 생각이 귀하다. 그분들과 그렇게 소통할 수 있음에 희망을 갖게 된다. 찬호가 사는 이야기, 자주 보고 싶다.
네, 정리하는대로 틈틈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무슨 일을 하든지 적용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한미경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공손하게 여쭙고 의사를 결정하도록 질문하는 자세를 본받아요. 고마워요
상대가 누구이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역시..찬호형이십니다! 반가운 소식, 좋은 이야기를 접하니 덩달아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잘 지내지? 곧 대구에 가는데, 섬활 어땠는지 직접 얼굴보며 듣고 싶네.
찬호야~ 이 글을 요결에 넣을까?
제 글이 복지요결에 넣어도 될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요결에 들어간다면 저에겐 크나큰 영광이겠지요.
찬호 선배~ 그분들의 생활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모습 멋있습니다. 나중에 한 수 가르쳐 주십쇼.
부끄럽다. 현기야. 섬활은 어땠어?
찬호야~ 소속과 직책 - "장봉혜림재활원 생활재활교사" 맞지?
이 곳 혜림원에서는 생활지도원이라는 용어를 쓰던데 둘 다 같은 뜻인지요?
이제는 재활원에서도 생활지도원이라고 하는가? 바뀌었는가?... 아동시설에서는 생활교사, 노인시설에서는 생활지도원, 장애인시설에서는 생활재활교사라고 했는데...
선생님~ 인천광역시에서 나온 2006 장애인 복지사업안내 책자를 살펴보았는데, 사회복지생활시설 종사자 봉금 지원 기준에 생활지도원 각주 달린 것을 보니, 생활지도원 : 생활보조원, 생활재활교사, 보육사, 사무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선배님...섬활친구들이 청소할때도..잘 거들어주세요^^" 섬에서 청소했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글을 읽었어요.. 누구든 할수 있는데.. 항상.. 챙겨줄려고만 하는.. 제 마음.. 선배 글을 통해서 아직은 간접적이지만....^^ 많이 배웁니다. 선배님 맞죠? 저는 섬활 4기 대구대학교(사복) 4학년 이종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종련이 맘씨가 참 귀하다. / 그런데 어쩌지? 나찬호 선생님은 올해 계명대학교를 졸업하셨어. 화성전문요양원에 계시는 김진원 선생님과 동기이며 절친한 친구란다. / 정보원 동문이니 그냥 오빠라고 하는 게 좋겠다. 사나이의 멋과 겸손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가지신 분이야.
선배님이라니 어색하군요. 정보원에선 나이에 따라 호칭을 붙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27살 남자입니다. 뵌 적은 없지만, 혹 뵙게 된다면 편하게 부르셔도 좋습니다. 이종련 님만 불편하지 않다면 나이와 성에 맞게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