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평선마라톤대회가 지평선 축제를 마친 뒤 온전히 따로 열리게 되었다.
예전엔 보통 축제 전이나 축제 중간쯤에 걸렸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번엔 그 덕에 태풍도 피했고 가장 좋은 조건이 되는 날을 선택 받은 듯.
일단 기온이 한자리수로 뚝 떨어졌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내내 16℃내외를 유지했는데다 습도까지 낮아 기록을 내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
이런날 몸관리 잘해놨다가 선수로 참가해야 되는데...
벌써 몇해째 진행이나 심판으로 더부살이 신세가 되었다.
이번에도 하프 반환점에 배치가 되었고 안선생님 차를 내가 몰고 그쪽까지 가면서 5Km반환점에 안선생님, 10Km반환점엔 강산을 각각 내려준 뒤 나중엔 역순으로 철수.
사람들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는 있다.
모두다 저마다의 사연도 있을테고 생김새가 다르듯 달리는 폼도 제각각에 페이스의 분배 또한 성질대로 스타일대로
대회를 마친 뒤 금구로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나른한 몸을 한숨 붙이고...
비몽사몽 제법 긴 시간을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피로가 풀리기는 커녕 더 나른하기만 하다.
밖으로 나가서 런닝을 하려고도 생각해봤는데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해가 너무나 쨍쨍 내리쬐고 있어 그것도 부담스럽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피부가 덜 상한 이유는 대부분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훈련을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한낮에 그늘도 없는 천변길을 달린다는건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그렇다고 건지산을 가서 달리자니 그것도 번거롭고... 선택지는 편리함과 접근성 모두를 갖춘 아파트 헬스장으로 정해진다.
아무리 실내라지만 밖의 기온과 습도가 내려가다보니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선선하게 느껴진다.
대형선풍기를 등 뒤에 제일 쎄게 틀어놓고 왼쪽 첫번째 기계에 올라가 런닝을 시작.
여기는 타임 리미트가 75분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재가동을 시키지 않아도 15km내외까지 뛸 수가 있다.
시작은 시속 9Km로 했지만 바로바로 속도를 올려나가 15분이 지난 뒤에 5분 페이스인 시속 12에 이르고 이후로 아주 완만하게 상승을 거듭하며 누적거리를 채워나간다.
30분이 지난 뒤...그리고 30분이 남았을 무렵...최종 15분이 남았을테
각각의 의미와 페이스가 확연히 달라진다.
막판에는 서브3페이스로 지속하다가 최종적으론 4분 페이스 안쪽인 15.1Km/h로 마무리를 지으며 총 누적거리 16Km를 달성.
지난번에 90분 넘게 달려서 채웠던 거리를 이번엔 75분도 걸리지 않아 도달했으니 이게 날씨 덕인지 몸이 올라온 것인지 아님 둘 다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런닝을 마친 뒤 기계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에 땀도 떨어지지 않았다.
여느때 같으면 봉걸레 가지고 와서 여기저기 닦아내고 계기판이나 손잡이 주변은 수건으로 훔치고 난리가 났을텐데 이건 분명히 날씨 덕.
집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말리 산책을 시켜준 뒤 이 고지식한 운동으로 얻은 기쁨을 이번엔 변수와 요행, 그리고 웃음이 가득한 게임과 같은 당구에서 이어간다.
역시나 운빨이 70%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배워가고 있는 당구가 늦빨에 솔솔한 재미와 웃음을 안겨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