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창밖으로 호수가 내다보이는 창원 법당에 창원, 진주, 김해 정토회 세 곳의 정회원이 모였습니다. 2시에는 주간반,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정회원을 위해 교육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이번 천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천일은 정토회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천일은 만일결사의 마지막 천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아홉 번의 천일과는 달리 만일 같은 천일을 보내야 합니다. 또 이번 천일은 다음 만일을 준비하는 천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30년을 정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에 60년과 같은 천일을 보내야 합니다. 60년이면 인생 다 가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어서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의 변화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스님은 매일 같은 내용을 두 번, 많게는 세 번씩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첫째, 중앙 중심에서 지역 정토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둘째, 법당을 모둠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셋째, 통일의병 활동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중 모둠 중심으로 법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일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정토회는 총무, 부총무, 소수의 팀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운영이 되어 왔습니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정토회가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법당을 개원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개원을 했더라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열정을 갖고 정토회를 운영해 온 것은 좋지만, 문제는 현재 이분들이 너무 지쳐 있다는 겁니다. 갈수록 규모는 커지고 일은 많아지는데 봉사할 사람은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수에게 일이 몰리는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봉사할 사람이 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사회가 많이 변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전업주부가 점점 줄어들고 여성들도 모두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존경의 대상은 되지만 정작 자기가 그 사람을 닮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회원들 사이에 ‘정토회에 너무 발 들여놓지 마라. 발 빠지면 못 나온다’ 이런 얘기가 돌 정도입니다. (모두 웃음)
그만큼 이분들의 희생이 너무 커 보이는 겁니다. 조금 시간을 내서 도우라면 돕겠는데, 시간을 많이 낼 형편은 안 되기 때문에 아예 봉사를 못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는 사람들마저도 겁을 내서 자꾸 물러나고, 그 결과 소수에게 일이 더 많이 집중되었습니다.
소수에게 일이 몰리는 문제를 이제는 극복해야 합니다. 일을 조금씩 나누어서 전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해요. 이것은 정토회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구상했던 내용이에요. 그게 바로 ‘모자이크붓다 운동’입니다. 모자이크붓다 운동은 어떤 사람은 일을 많이 하고, 어떤 사람은 일을 적게 하더라도, 모자이크처럼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운동입니다.
크든 작든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되자
여기 종이가 한 장 있는데요. 이 종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면 큰 조각도 있고, 작은 조각도 있겠죠. 큰 조각은 큰 조각대로 한 부분을 맡는 것이고, 작은 조각은 작은 조각대로 한 부분을 맡듯이, 법당 운영도 작은 역할과 큰 역할을 각자 형편에 맞게 맡아서 모두가 함께 운영해 나가자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팀장 중심으로, 즉 사업 중심으로 운영을 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하도록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이번 10차 천일결사의 중요한 사업방향인 ‘모둠 중심의 법당 운영’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정회원 자격 유지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람이 잘 챙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정회원 한 사람이 만들어지기까지 몇 년의 노력과 정성이 드는데, 그만둘 때는 순식간에 그만두어 버려요. 애써서 정회원을 만들어놔도 유지가 안 된다면 정회원을 만드는 의미가 없습니다. 일을 나누자는 것은 개인에게 부여되는 일을 덜자는 뜻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게끔 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뜻도 있습니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게끔 하는 방법으로 제안된 것이 바로 모둠 중심의 법당 운영입니다. 모둠으로 나누어서 모둠이 법당의 모든 사업을 맡는 방식이에요. 업무 중심으로 배정했던 팀장 직책은 모두 없애고, 지원팀장이라고 해서 업무를 지원하는 한 사람과 그 밑에 담당들만 두고, 나머지 회원들은 모두 모둠에 편성이 됩니다. 기획을 하거나 사업을 관리하는 것은 지원팀에서 하지만, 사업을 집행하는 것은 전부 모둠이 맡아서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진행해왔던 사업 중심의 조직체계를 모둠 중심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제대로 실행이 되지 못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실행을 하게 된 겁니다. 왜냐하면 현안을 빨리빨리 처리하려면 사업 중심의 운영이 단기적으로는 훨씬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번 천일결사 준비위원회에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전체가 모둠 중심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라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서 모둠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사업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혼선도 많고 현재 이해의 정도도 가장 부족한 것 같아요.”
모둠으로 운영하는 취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정회원이 많았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는 공청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산, 진주, 김해 정토회의 정회원들은 다양한 질문과 제안을 했습니다. 주간반과 저녁반을 합해 모둠 운영에 대한 질문과 제안사항이 가장 많았습니다.
모둠은 어떻게 구성하면 되나요?
모둠 구성을 정회원으로만 하는 건가요? 천일결사자나 법당에 나오는 일반회원들도 포함하나요?
저녁부 활동가들에게 담당을 맡기면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업무 소통이 늦을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모둠장 직무 교육에 담당자 이상만 참여하라고 안내받았습니다. 담당자는 주 3일 이상 상근 하는 사람입니다. 작은 법당일수록 담당자가 아니라도 모둠장을 맡아야 하는 분들이 많은데 담당자 직급이 아닌 모둠장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구조를 보면 각 사업은 모둠이 집행을 하지만, 기획은 담당 혼자 하게 되어있습니다. 기획도 팀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모둠에서도 담당이 기획한 사업을 집행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획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집행을 하는 행정처, 의결하는 대의원회, 감사하는 법사단이 하는 일의 구체적인 내용과 한계를 알고 싶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간사 이상 책임자의 정회원 정지율이 천 명이었습니다. 수행법회에 안 나와서 정지된 사람이 많았는데요. 저녁부는 시간이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봉사하러 겨우 나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불교대학 봉사한 걸 법회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이 지금도 많은데 모둠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을 줄이더라도 수행법회가 우선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0차 천일결사에서 청년의 입지는 어떻게 되나요? 지난 9차에 청년은 정회원 숫자도 적고 구심점이 별로 없었습니다.
9차에는 청년국이 있긴 했지만 지역 청년을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불교대학, 경전반 등 청년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금 변경하고 싶습니다. 10차에는 총무님을 통해 행정처로 의견을 전달하면 될까요?
법당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정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좋아서 모였습니다. 불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 불교의 색채를 안 드러낸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돼요.
법당에 봉사하러 왔는데 선배 활동가들에게 매일 혼나는 것 같았어요.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서 개인적으로 불편했어요.
명절에도 사시예불을 드리기가 힘듭니다.
그중 계율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요?
“정토회에서 이 계율을 정할 때 사실은 굉장히 논쟁이 많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산다’라고 계율을 정해도 이것 역시 굉장한 문제잖아요. (모두 웃음)
그렇다고 해서 ‘분리수거를 잘한다’라고 하면, 분리수거만 하면 되지, 쓰레기가 나오는 것 자체에는 또 관심이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매번 참회하는 수밖에 없어요.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켜도 참회하고, 적게 발생시켜도 참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웃음)
그렇게 따지면 불살생계(不殺生戒)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살생계는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내용이지만, 작은 미생물까지 생각한다면 인간이 다른 생명을 안 죽이고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계속 참회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만큼 다른 생명의 기반 위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까 삶을 좀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의 삶 자체가 쓰레기를 계속 만들어내는 삶이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이 계율은 늘 참회를 해야 하는 겁니다. 참회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돌아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계율을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가 자꾸 문제가 되기 때문에 수계를 줄 때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것만 계율로 주는 거예요.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지는 말라’를 포함해 다섯 가지 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계율입니다. 모기를 잡거나 하는 다른 살생에 대해서까지는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거예요. 스님이 면제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정토회에서는 이 다섯 가지 계율이라도 반드시 지키자는 뜻입니다. 이것만이라도 지킨다면 최소한 정토회 출신은 가정폭력이든 학교폭력이든 폭력 사범은 없을 거잖아요. 근본적인 정신 위에 이렇게 최소한으로 한계를 지우는 겁니다.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우리의 목표이지만, 살다 보면 아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자연은 쓰레기가 없습니다. 자연에서도 쓰레기가 나오지만, 그건 다 순환이 되기 때문에 쓰레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조개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쓰레기이지만, 자연 속에 버리면 쓰레기가 아니거든요. 음식물쓰레기도 도시에서 배출하면 쓰레기이지만,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사람에게는 쓰레기가 아니라 거름입니다. 어떤 위치에서 사느냐에 따라서 쓰레기가 되는지 여부가 달라집니다. 여러분이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살려면, 일단 음식물 쓰레기부터 최소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집안에서 퇴비화해서 화분의 거름으로 활용하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늘 엎드려서 절하고 참회를 하더라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산다’ 하는 이런 정신을 늘 갖고 있어야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최소화한다’ 이렇게 계율을 정해 두면 최소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늘 추상적으로 논쟁이 될 수밖에 없어요. (모두 웃음) 이 계율의 핵심은 우리가 늘 이런 정신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살고 있으니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내 삶 자체가 늘 쓰레기를 발생시키며 사는 삶이구나. 나의 이런 도시생활 자체가 지구에 쓰레기를 만들고 있으니까 쓰레기를 최소한으로만 만들면서 살아야겠다.’
그러니 질문자도 참회할 때마다 이런 정신을 늘 다짐하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가장 시급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는 환경문제입니다. 나라마다 사회 문제가 있고, 또 사람마다 개인 고민이 있지만, 지금 지구 전체의 존망을 다투는 문제는 기후 변화입니다. 기후변화는 지구 상의 많은 생명들에게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에게 큰 위기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신종 바이러스가 많이 나타나는 것도 크게 보면 기후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일어난 시리아 난민 사태도 얼핏 보면 종족 분쟁 문제 같지만,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그 뿌리는 기후변화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들거나 폭우가 오다 보니까 러시아에 흉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동에서 소비하는 식량의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수입합니다. 흉작으로 곡물 가격이 오르니까 식품 가격이 다 오르게 된 거예요. 식품 가격이 오르니까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불만이 생겨서 사회폭동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게 점점 커져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그 내전으로 2000만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해서 유럽 전체를 흔들어 놓게 된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도 직접적인 계기는 영국이 시리아 난민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거든요. 이처럼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재활용 유통 사업과 농사
정토회를 시작할 당시 원래 계획했던 것 중에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시작한 것이 재활용 유통 사업입니다. 환경 파괴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물건을 자꾸 새것만 사지 말고 재활용을 해서 써야 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직 사용할만한 데도 버리는 물건을 북한이나 중국에 보내줬는데, 중국도 이제는 살만하니까 헌 옷을 받지 않으려고 하고, 북한도 자존심 때문에 안 받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물건을 필요로 하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체면이 있는 거예요. 이제는 버린 물건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추려도 그 물건을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안에서 재활용을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재활용 유통을 담당하는 부서를 이번에 신설한 겁니다. 앞으로는 모든 법당에도 재활용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이 배치되어서 모든 재활용품을 모으고 전시해서 재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 일은 엄청나게 크게 성장하게 될 사업입니다.
그리고 먹거리의 안전성을 위한 유기농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작년에 제가 고추 농사를 지어서 서원 행자들에게 나눠주었던 것은 작은 실험이었고, 올해부터는 농사담당자를 한 명 배치해서 정식으로 농사를 지을 계획입니다. 담당자는 농민으로 등록도 했고, 담당 부서도 신설했습니다.
유통사업팀과 농사팀, 두 개 부서 모두 두북 수련원에 사무실을 차렸어요. 두 팀 모두 제가 팀장을 맡았습니다. 스님도 팀장을 하는데, 팀장을 맡았느니 못 맡았느니 서운하다느니 이런 말을 해서 되겠어요?” (모두 웃음)
열 시가 되자 스님은 새로운 실험을 앞둔 정회원들을 격려하며 교육을 마쳤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함께 해 나가 봅시다.” (모두 박수)
교육을 마치고 다시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오니 밤 12시였습니다. 오늘까지 경상도에서의 정회원 교육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라도 광주에서 정회원 교육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