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마음가짐
부처님 오신 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합니까?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거룩하고 위대하신 석가모니불
시방세계 무엇으로 견주어보리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부처님만 한 어른 다시 없어라.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봉안한 불보종찰 통도사, 통도사는 벌써 신록으로 물들어 있다.
가람(伽藍)을 끼고 흐르는 시냇물은 더없이 맑고
일주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표정은 벌써 속세의 티끌을 다 털어낸 듯하다.
그뿐이랴. 통도사를 끌어안은 영축산은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앉은 듯 크고 넉넉하다.
구하(九河, 1872-1965) 스님과 경봉(鏡峰, 1892-1982) 선사의 법맥(法脈)을 이어
영축총림 통도사를 지켜온 월하(月下) 큰스님은 영축산만큼이나 넉넉한 인품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일행이 큰절로 인사를 드리자 “옛날 풍습인데 무슨 큰절이냐.”며 손을 내저으셨다.
그리곤 “시골에 사는 늙은이한테 뭐 들을 얘기가 있다고 찾아왔느냐.”며 말문을 여셨다.
* 이제 곧 부처님 오신 날을 맞게 됩니다.
해마다 맞는 날이지만 언제나 새로이 새겨야 할 뜻이 있을 듯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합니까?
* 부처님은 오래전에 이 세상에 오셔서 뭇 중생들을 제도하고 가신 분입니다.
그런 성인이 나투신 날이니만큼 경건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뜻을 받들어야겠지요.
또 단지 기념행사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어떻게 중생들을 제도했는지 생각하고 그 위대함을 본받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은 탄생 직후 주행칠보(走行七步) 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의 ‘유아(唯我)’는 사람마다 지닌 마음자리, 곧 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마음의 근본을 밝혀 주셨습니다.
- 월하 대종사 - 1995년 5월 2일 [경향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