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역을 지나며
장석민
어둠이 내려
어둠도 잘 곳을 찾고 있는 시간
어둠의 색깔로 몸을 감싸고
머리엔 눈꽃이 만발한 채
무표정한 얼굴들이
전철 안으로 들어선다
앉을 자리가 없자
몇 명은 통로에 털썩 주저앉아
들고 온 경마지(誌)를 펼치고 있다
오늘 경마장에서
배팅한 것에 대한 복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내일 경마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경마지(誌)의 작은 글씨를 읽고 있다
역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일행들이 하나둘 내리고
혼자 남아 우두커니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의 눈이 반짝인다
긴 터널 속에서 가끔씩 스쳐 가는 불빛들이
한 마리 경주마가 되어 트랙을 질주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환상을 보고 있다
다크호스의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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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경마공원역을 지나며
장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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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
24.03.06 14:1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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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날 노름꾼들은 자려고 하면
화투가 천장에서 떠다닌다고 하더군요.
開東 선생님!
감사합니다.
경마도 한 번 발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4호선 전철 타고 가다보면 경마 하는 날은 그 역에서 많이 내리고 타는 모습을 봅니다
경마지(誌) 들고 있는 사람들 눈에 띄죠.
본인들이 다크호스인데,
그걸 모르고 경마장에서 없는 다크호스를 좇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가 참 산뜻하고 흐뭇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어쩌면 환상을 잡으려고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는 게 그래요ㆍ
신이비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렇죠 산다는 것이 환상을 쫓을 때가 있거든요.
생각하는 시 입니다
임창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경마는 건전한 오락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 푹 빠지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합니다.
다크호스라 기대했는데
혼자 남은 사람이 뚜껑을 열어보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얼마나 허무할까요? 그래도 다음날 또 경마장에 가서 베팅을 하시겠지요!
장 작가님 건필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변 작가님!
감사합니다.
경마장에 가는 사람들은 더욱 그런 일이 많겠지만
일반인들 중에서도 뭔가 기대를 하면서, 혹은 환상을 쫓다가
한 해, 두 해 세월만 보내기도 하죠.
조금 쌀쌀한 날씨지만 햇살 좋은 주말입니다.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