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인 200명 “홍준표, 장콜 예산 확보하라”
“장콜 한번 기다리는데 두세 시간”
7월부터 관외운행 지역 확대되는데…
운행대수와 운전원 수는 그대로? “예산 확보하라”
대구장차연 활동 18년 만에 공식 출범하기도
“(장애인)콜택시 한번 탈라 그르면, 느긋한 마음을 안 묵으면 혈압 올라 쓰러질 정도로 힘이 듭니다. 두세 시간 기다려도 (장애인콜택시가) 안 와서 약속했던 거 다 깨져 삐리고, 내가 계획했던 일들도 망가져 삐리고, 이렇게 대구의 장애인콜택시는 지 마음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차는 늘리지도 않으면서 차량 이용자는 해마다 어마무시하게 늘고, 인자(이제) 7월 지나모 운행지역도 넓어진다 카는데, 대구시는 예산을 안 늘리고 기다리라 그럽니다. 얼마나 품이 너른 대구시장 홍준표이신지, 우리 장애인들이 많이 참고 있습니다.
그런데 투쟁하면 불법이라 카고, 이기적인 집단이라 카고, 즈그들(장애인들)만 아는 사람들이라고 얘길 합니다. 누가 이기적입니까? 대구시가 이기적인 집단이고 홍준표 시장이 이기적인 사람 아닙니까?”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대구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최고기온이 33도였던 27일 오후 3시, 대구시 장애인들 200여 명이 대구광역시 도심을 행진하고 대구지하철에서 이동권 보장 투쟁을 벌였다. 대구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지난 5월 18일부터 진행한 ‘전국 이동권 순회 투쟁’의 마지막 지역이다.
7월부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운행지역이 넓어지지만 대구 장애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운행대수는 그대로인데 지역만 넓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특별교통수단 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 전에는 대구장차연이 활동 18년 만에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반월당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 대구장차연
- 장콜 법정대수 못 지킨 대구시… “예산 보장하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대구시 특별교통수단 ‘나드리콜’의 운행대수는 163대다. 법정대수 216대에서 53대가 모자란다. 보급률은 75.5%에 그친다.
운행대수와 운전원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7월부터 운행지역이 넓어질 예정이다. 현재 나드리콜은 경산시 일부, 칠곡군 동명면, 고령군 다산면 등 대구시 시내버스가 다니는 연접 지역까지만 관외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근 9개 시군까지 허용될 예정이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이제 나드리콜을 타고 경상북도 대부분의 지역에 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명애 대표의 발언처럼 현재도 특별교통수단 이용은 쉽지 않다.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빨리 타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박 대표는 “어떤 날은 5분도 안 돼서 바로 오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드물다. 대체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투쟁으로 법은 바뀌었지만 예산이 안 따라주니 장애인 입장에선 특별교통수단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까 봐 불안만 커진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은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대구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내년까지 특별교통수단 차량을 220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예산 부서와 협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법정대수를 겨우 맞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운행대수만큼 중요한 것이 운전원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전근배 활동가는 “나드리콜 163대가 24시간 돌아가는 게 아니다. (운전원 수를 고려하면) 하루에 4대 정도 다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운전원 인건비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 없다. 7월부터 시행되는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때 예산 지원 범위에서 ‘운전원 인건비’ 부분을 삭제했다.
박명애 대표는 “나는 마흔여덟에 검정고시를 보고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나도 내 마음대로 이동하고 학교 다닐 수 있었으면 남들처럼 살아보는 꿈이라도 꿨을 것”이라며 “인생이 서럽다. 나도 이렇게 안 살고 싶었다. 내 인생, 내가 잘 꾸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기본적인 이동조차 되지 않으니 ‘내 청춘 돌려달라’고 국가를 고발하고 싶다”고 규탄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인운동 탄압 중단”,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국민의힘 대구시당 정문 앞에 붙였다. 경찰들이 정문에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전국 10개 지역 돌고 전동행진으로 순회 투쟁 마무리
이날 대구장차연은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오후 1시 30분부터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진행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줄지어 천천히 열차에 탑승하며 범어역까지 이동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열차 지연을 우려하며, 탑승 중에 출입문을 닫았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는 “사람이 타고 있었고 충분히 다 탈 수 있었는데 문을 닫아버렸다”고 규탄했다.
오후 3시부터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행진했다. 4시 20분경 대구시당 정문 앞에 도착한 장애인들은 정문에 “장애인운동 탄압중단”,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 등이 적힌 권리스티커를 붙였다. 최근 국민의힘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애인투쟁을 향한 탄압이 지속되는데, 이를 비판한 것이다.
전장연은 29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되는 ‘전동행진’으로 전국 이동권 순회 투쟁을 마무리한다.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옆 의사당대로에서 본대회를 연다. 4시부터는 마포대교를 건너 애오개역까지 행진하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장애인권리법안 입법,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