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Part01)「기억상실증 고양이와의 기묘한 동거이야기」〃018
[부제: 너에게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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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안되!!!!!!!! 거짓말이야!! 잘못된거야!!... 이건... 말도 안되...."
테스트기를 바닥으로 집어던지며, 절규하는 해인.
" 아니야... 결과가 잘못된걸수도 있는거잖아..? 그래, 아니야... 아닐꺼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추스리고 화장실을 나와 침대에 몸을 뉘인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선, 사시나무떨듯 몸을 파르르 떨며 손톱을 물어뜯는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듯 하다.
어떻해야하는걸까... 어찌해야는걸까... 어쩌면 좋을까...
진짜로 임신이라면, 4달후에는 배가 나오기 시작할텐데...
결혼도 안한 처녀가 덜컥 애부터 가졌다고, 손가락질 당할거야..
집에는 뭐라고 말하지..? 우빈이는 뭐라고 할까..?
...태현이.... 는 어떤눈으로 날 볼까...
경멸할까..? 천박한여자라고 생각할까?
어쩌지? 어찌해야하는거야..?!
해답을 찾지못한 수천,수만개의 질문들이 이리저리 머리안을 헤집고 다녀 두통을 몰고온다...
선배..는 .. 뭐라고 할까..? 기뻐할까?
선배와 나의 사랑의 결실인데... 기뻐... 하겠지...?
현태에게 임신사실을 고할생각을 하던 해인은 낯에보았던 그의 싸늘했던 눈빛이 떠올라 불안해진다..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나쁜생각을 떨쳐본다.
" 아니야, 선배는 기뻐해 줄꺼야... 분명.. 기뻐해줄꺼야... 내가 책임칠테니,
낳아서 잘 기르자.. 라고 말해줄꺼야.. 분명 그럴꺼야..."
.
.
.
" 들어가봐, 나 갈께"
연지를 집에 바래다 주곤, 작별인사를 건네고 미련없이 돌아서는 래진.
" ...래진아!"
뭔가 할말이 있는듯 머뭇거리던 연지는 미련없이 돌아서는 래진의 행동에 놀라, 얼떨결에 이름부터 불러본다.
" 응? 왜"
연지의 부름에 고개만 돌리고 대답한다.
" ..저기.. 너 지금 집에가는거 아니지..? 너 요즘 집에 안들어오는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먹고하고하는거야? 부모님은 아셔?"
" 유호네집에 있어. 집에가봤자 아무도 없으니까, 들어가기 싫어.. 부모님도 아시니까 걱정마.
할말.. 그게 다야?"
" 응? ... 아, 응... "
간결하게 대답만을 들려주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래진.
" 그럼, 나갈께. 잘자"
" 저, 래.. "
연지가 또한번 그를 부르기도 전에 돌아서 성큼성큼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래진에게 뻗었던 손이 닿지 못하고, 힘없이 허공을 가르지르며 떨어져내린다...
" 이제... 다 틀린건가..."
연지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2시간이, 2년같이 길게만 느껴졌다...
보았던 영화는 무슨내용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것은, 숨이막힐듯한 어색함... 한시라도 빨리, 일분일초라도 빨리 그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솔직히, 나는 나의 이런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듯도 하다...
첫사랑이었다... 중1때부터 고1때까지, 4년간을 쭉- 연지만을 바라봤었다...
한번의 흔들림도없이....
그녀와 나는 코흘리개적부터의 친구였고,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 무슨 기구한 인연일까...
'이성'에 눈뜰무렵인 중학생때부터 곁에 있었던 연지...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크고 시원한 눈매.. 귀여운 콧망울.. 갖고싶어지는 입술...
그녀와 나는 우연적으로 만났고, 나는 필연적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나를 '남자'로 인식조차 하지 않았고,
언제나 '좋은친구'라고 하며 곁에두었다...
'좋은친구'로도 만족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감을 느꼈다...
더이상 주체할수 없을만큼... 더이상 숨길수 없을만큼....
그녀를 짝사랑하기 시작한지 2년만에 처음으로 고백을 했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널 가지고싶다고...
나의 고백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장난으로 치부해 버렸다...
진심어린 고백을 장난으로 치부해버린 그녀의 행동에 가슴깊이 상처를 받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을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그후,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해댔고,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듯 싶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몇달후 그녀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고,
나는 손놓고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그의곁에서 행복하게 웃는그녀에게
'내곁에 올때까지 기다리겠다' 고 선언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 나 너를 친구이상으론 볼수없어, 아니 생각하기도 싫어. 친구란 이름이 아니면 너와함께 있을수 없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두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잔인한 그말을 아무렇지도 뱉어냈던 그녀였다....
그런 잔인한말을 듣고도,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도 그녀를 포기하지 못해 후 2년을 몰래 계속 짝사랑해왔었다...
그런 그녀가 2년전 내가 그녀에게 했던말을 반복해온다.
'네가 좋다고, 내곁에 올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 고....
그리고, 나는 2년전 상처입었던 그말을 그녀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사랑의신 '큐피트'가 정말로 있는것이라면, 당장이라도 찾아가 따져묻고싶다.
대체 나에게 무슨 원한이 깊길래 이런 시련을 주는것인지....
연지를 바래다주고, 정류장을 지나쳐 인도를 따라 걸으며 생각에 잠겼던 래진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손목시계를 돌려본다.
" 헉, 벌써 9시 넘었네"
이미 해인이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같은 보폭을 유지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
.
.
" 다녀왔습니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와, 나직히 중얼인다.
집안은 온통 어둠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멍이만이 돌아온 래진을 반길뿐이었다.
' 누나 안왔나... 화해.. 한건가....'
살짝 풀이죽어 소파로 천천히 발을 옮기며 멍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힘없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 .....힘들다... 내가 여자복이 없는건가... 아님, 여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인가...."
고개를 뒤로 제끼고, 혼자서 중얼이는 래진.
...... 채칵...채칵...채칵.....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려온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윗집사람의 발소리도 들린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분좋게 눈을 감았을때, 침대쪽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려온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며, 동공이 확대된다.
" ... 누구야..?!"
도둑이라도 든건가 싶어, 겁을 줄 요량으로 소리를 질러보는 래진.
그러나, 도망가는기색도 부스럭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의 스위치를 켠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것은 곤히 잠들어있는 해인뿐...
" 뭐야... 간떨어지는줄 알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스위치를 내리고 침대로 다가간다.
침대옆에 바짝 붙어서서 해인의 얼굴위로 손을 뻗어본다.
" .....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왜 닿을수 없는거지...?
이렇게나 가까이있는데...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져...."
뻗었던 손을 거두며, 섰던 자리에 털썩주저 앉아 침대 가장자리에 팔을 기대고 해인의 잠든 얼굴을 응시한다.
창가에 기울어진 달빛이 비춰들어와 그녀와 그의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진다...
.
.
.
작은 쪽배같은 달이 기울어졌던 창에, 평화로운 아침이 찾아온다...
" ...으응.... "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키고 눈을 부비는 해인.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침대 끄트머리에 팔만 걸치고 잠들어있는 태현이 보인다.
" 왜이러고 있는거야... 불편하게... 태현아, 일어나. 침대에서 자야지"
태현의 어깨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어제너무 운탓인지 더이상 태현을 깨울 기력도 없는 해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만 덮어주고 욕실로 향한다.
세면대에 팔을 기대고 선 해인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빨갛게 충혈된눈밑엔 검은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얼굴은 핏기하나 없이 창백했다...
" ... 처참하다... 곽해인... 곧, 죽어버릴것 같네..? "
자신의 수척한 모습이 한심스러운듯 거울을 쓸며중얼거리다.
수도를 틀어 신경질적으로 거울로 물을 끼얹어 버린다.
" 힘내.. 지금부터 시작이야.. 나를 위해서도,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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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일이야? 근무시간이라 빨리 들어가봐야되니까, 짧게 얘기해"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나타나, 테이블에 앉으며 차갑게 말을 내뱉는 현태.
" 기억해요? 2달전일.. "
" 2달전?..... 아, 그게 왜"
" 그때 참 좋았었는데, 요즘 선배.. / 딴소리하지말고 본론만 얘기해, 뭔데"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해인을 다그치는 현태.
깊게 숨을 들이셨다 내쉬며 말문을 여는 해인.
" 나, 임신했어요"
" ... 뭐?"
입에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리는 현태.
" 임신했어요, 선배 아이 가졌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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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녀석: Love less〃세파)
(메일: jsg8648@hanmail.net)
(팬카페: http://cafe.daum.net/lovesacrif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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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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