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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도 가도 안개 속이다.
강풍이 불어댔으나 만천만지한 안개라 조금도 쓸어내지 못하였다.
이틀 밤을 설동에 갇혔었다. 8월 22일 아침까지도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어 시계가 트이지 않았다. 큰일 났구나
하고 걱정하다가 아무래도 이 눈은 카힐트나 빙하 골짜기에만 내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량도
많이 축나서 더 이상 날씨 타령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마음을 다져먹고 펑펑 내리는 눈 속으로 나섰다.
안개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나침반뿐이다. 대나무 작대기를 지팡이처럼 앞으로 내밀어 더듬으며, 눈의 색깔
을 살피고 크레바스를 내려가면서 전진을 했다. 나침반의 바늘에 따라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가고 있는 줄 알
아도, 가끔 바람에 안개가 걷힌 순간에 살펴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우에무라 나오미(植村直己, 1941~1984), 『내 청춘 山에 걸고(원제 : 青春を山に賭けて)』
▶ 산행일시 : 2022년 3월 26일(토), 비, 강풍, 안개
▶ 산행인원 : 2명(메아리, 악수)
▶ 산행시간 : 7시간 27분
▶ 산행거리 : 도상 14.2km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KTX 열차 타고 둔내로 가서, 택시 불러 타고 우용리 문탄 마을로 감
▶ 올 때 : 곰둔이골 입구 상안1리 버스승강장에서 택시 불러 타고 안흥에 와서, 시내버스 타고 횡성에 와서
목욕하고 저녁 먹고, 시외버스 타고 홍천에 와서, 시외버스 타고 동서울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22 - 청량리역, 둔내 가는 KTX 열차 출발
07 : 25 - 둔내역
08 : 23 - 우용리 문탄 마을, 산행시작
08 : 57 - 주봉(周峰, 827.3m)
09 : 17 - 웰리힐리골프장
09 : 30 - 웰리힐리골프장 구내 벗어나 산자락 자작나무 숲에 듬
09 : 55 - 870m봉, 첫 휴식
10 : 00 - 백덕지맥, 절고개, 임도, 벌목 능선
11 : 05 - 1,038.2m봉
11 : 23 - 1,002.7m봉
11 : 37 ~ 12 : 12 - 1,058.5m봉, 점심
12 : 30 - 1,100m봉, Y자 능선 분기, 왼쪽은 백덕지맥 문재로 감
12 : 45 - 임도
13 : 33 - 표때봉(△864.5m)
14 : 06 - 825.2m봉
14 : 35 - 813.9m봉
14 : 50 - 임도
15 : 50 - 42번 국도, 곰둔이골 입구 상안1리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6 : 26 - 안흥
17 : 00 ~ 19 : 15 - 횡성, 목욕, 저녁
19 : 50 - 홍천
21 : 56 - 동서울터미널
2-1. 산행지도(주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2. 산행지도(표때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3. 산행지도(곰둔이골,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 주봉(周峰, 827.3m)
우리나라 최고 등급의 열차인 KTX가 정차하는 둔내역의 교통사정이 시골간이역보다 나을 게 없다. 오가는
택시가 없다. 상시에는 대기하지 않더라도 KTX 열차가 도착하고 출발할 즈음에는 택시 한두 대는 있을 법 한데
냉랭하다. 카카오택시를 계속 불렀으나 수락하는 택시가 없다. 둔내 택시부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러기를
40분이 흘렀다. 차라리 주봉 들머리까지 걸어갈까 하는 오기도 생겼다. 제너두 파크펜션까지 3km가 약간 넘는다.
우리가 설악산을 갈 때 설악동에서 비선대까지 3km 거리를 늘 걷는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먼 길도 아니다.
다만, 여태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전화번호를 눌러 댄 보람이 있었다. 가까스로
택시부와 연결이 되었다. 곧바로 오겠다고 한다. 택시기사님이 반갑다. 우용리 문탄 마을로 갈 것을 주문한다.
이번에는 주봉을 제너두 파크펜션이 아닌 그 반대쪽인 북릉으로 오르기로 한다. 주봉을 또 가는 것은 이 산이
명산이라기보다는 하루의 산행거리와 시간을 고려할 때 자투리로 만만해서다.
이곳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산자락 택지조성(?)을 위해 벌목한 사면을 오른다. 등산화가 무겁도록 진창이
다. 사면 쓸어 엷은 능선을 잡는다. 흐릿한 인적 쫓는다. 줄곧 오르막이다. 비옷 입고 스패츠 찼던 터라 금세 땀
난다. 산정 부근은 안개에 가렸다. 고지가 보이지 않으니 올려다보아 주눅들 일이 없다. 서울 인근 산에서 보았
던 바람꽃이나 복수초, 노루귀 등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눈 밝은 메아리 님에게도 부탁하여 좌우사면을 두루 살
피며 간다.
완만하던 능선이 주릉에 가까워지자 가팔라진다. 주봉 동서 주릉에 올라서고 곧 정상이다. 잠시 서성이다 내린
다. 동진한다. 완만한 내리막의 숲길이다. 인적은 사라졌다. 낙엽송 숲속 질척한 도랑을 건너고 잡목 숲을 헤친
다. 골프장이다. 이 비가 내리는데도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더러 이 빗속에서 산을 가는 사람
들이 있다고 하지 않을까? 골프장 길 따라 돌아간다. 전에는 클럽하우스 주변의 소나무들이 아주 멋지게 보였
는데 오늘은 시들해 보인다.
전에는 골프장 관리인이 뛰어나와 통행을 제지하더니만 오늘은 조용하다. 그래도 클럽하우스 주차장은 승용차
들이 절반이 넘게 찼다. 13홀 지나서 산속에 든다. 자작나무 숲이다. 시인 최창균은 자작나무를 ‘(먼 계곡에서
물 긷는 여자의)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로 보았다. 안개 속에 비가 내리니 그 하얀 종아리가 더욱 차갑게 느껴
진다. 870m봉을 직등하기는 너무 가파르고, 왼쪽의 넙데데한 능선으로 돌아 오른다.
안개 속을 간다. 어찌 보면 등로 주변의 나무들이 흑백 농담의 동양화 같기도 하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우산
을 받치고 여러 겹의 비닐로 싸맨 카메라를 꺼내려니 웬만한 경치에서는 손쓰기가 번거롭다. 안개가 짙어 어둑
한 산길이다. 미역줄나무 덩굴이 온 능선을 덮었다. 처음에는 허리께에 걸리는 가닥마다 일일이 꺾어 길을 뚫었
지만 발걸음이 지체되어 온몸을 부딪쳐 나아간다. 점차 그도 힘에 부치고, 사면 아래로 비켜간다.
870m봉. 배낭 벗어 놓고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 마신다. 오가는 이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에서 비 맞으며 탁
주잔 비우는 우리가 약간 청승맞다는 생각이 든다. 870m봉에서 조금 더 가면 백덕지맥 주릉이다. 종주꾼들의
산행표지기가 보이지만 펑퍼짐하여 방향 잡기가 어렵다. 발로 길을 찾는다. 서쪽으로 갔다가 뒤돌아 남쪽으로
간다. 산릉에서는 안개가 어두운데 그쪽은 가릴 산릉이 없어 안개가 맑아 꼭 골로 갈 것만 같다.
미국 영화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에서 아버지인 헨리 존스(숀 코네리)는 나치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그 아들 존스(해리슨 포드) 혼자서 성배(Holy Grail)를 찾으러 가는 길에 협곡의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
널 때 망설였지만, 믿어라! 하는 아버지의 전심을 듣고 발을 성큼 내딛자 다리가 나타났다. 우리의 발걸음이 그
와 비슷하다. 나침반 방향을 믿고 내린다. 한 피치 뚝 떨어져 내리자 임도가 지나는 안부가 나타난다. 절고개다.
3. 웰리힐리골프장
빗속에서도 골프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더러 이 빗속에서 산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을까?
4. 웰리힐리골프장, 등산화로는 고운 잔디를 차마 밟을 수 없었다.
5. 골프장 구내를 벗어나서 산릉에 오르고 안개가 자욱하다.
6. 안개가 짙어 사방이 어둑하였다.
7. 인적은 드물고, 미역줄나무 덩굴은 성가시게 굴었다.
8. 1,038.2m봉. 전사에는 1037 고지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적비다.
9. 만천만지한 안개라 강풍이 조금도 쓸어 내지를 못한다.
10. 비닐 비옷 후드의 귓전을 갈기는 빗소리, 바람소리가 대단했다.
▶ 표때봉(△864.5m)
임도 절개지 옆으로 비스듬히 난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 사면은 벌목하여 광활한 벌판으로 변했다.
여태 조용하던 바람이 세차게 분다. 허공을 맴돌던 바람이 땅으로 내려왔다. 강풍이다. 비는 우박처럼 내린다.
비닐 비옷 후드의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왼쪽 북사면으로 피해 질러간
다. 북사면은 눈이 군데군데 쌓였고 얼었다. 숫제 빙벽을 오른다. 번번이 미끄러져 엎어지곤 한다.
손이 시리다. 핫팩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다. 장갑은 빗물에 젖어 무용지물이라 맨손이다. 어렵기는 메아
리 님도 마찬가지다. 메아리 님은 짧은 스패츠라 바지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왔다. 발이 무
척 시리다고 한다. 겨울에는 발의 보온유지를 위해 으레 발바닥 핫팩을 깔았다. 오늘은 비가 겨울 눈 못지않게
차디차다. 도중의 탈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다. 고민은 있다. 탈출하여 도로에 내려선다 해도 차가 없다
면 도로를 걷는 것이 산길을 걷는 것보다 못할 것.
1,038.2m봉. 우리에게 낯익은 봉우리다. 묵은 헬기장 풀숲이 더욱 우거졌다. 6. 25. 전사(戰史)에는 1037고지라
고 한다. 헬기장 가장자리에 ‘자유를 위하여’ 전적비가 있다. 비문은 불어, 한글, 영문을 병기했다.
“1951년 3월 5일,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펼쳐진 1037고지 전투에서 유엔군 소속 프랑스 대대원
28명이 전사하고 1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참혹한 전투에서 용맹스럽게 싸운 프랑스 대대는 값진 승리를 거두
었지만, 문재터널까지 전사자 및 부상자들을 후송해야 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기서 문재까지는 도상 3.8km이고 오봉산(1,129.6m)를 비롯하여 1,000m가 넘는 준봉을 5개나 넘어야 한다.
능선 또한 암릉이 빈번하게 출몰하여 양쪽 사면으로 비켜 넘어야 하는 험로다.
1,038.2m봉을 벗어나 내림 길에 대형 송전탑이 나온다. 여느 때는 먼 데 조망이 트였지만 오늘은 캄캄하다. 길
게 내리 쏟았다가 잠깐 오르면 1,002.7m봉이다. 가도 가도 안개 속이다. 강풍이 끊임없이 기세 좋게 불어대지만
안개를 조금도 쓸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빗발에 힘을 보태줄 뿐이다. 1,058.5m봉. 백덕지맥 종주꾼의 표지판과
산행표지기가 반갑다. 정상에 오르면 지도 정치하여 나침반 방향을 확인하고 내린다. 이를 소홀히 할 때면 꼭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만다.
1,058.5m봉 약간 내리고 바람 막을 바위벽에 점심자리 잡는다. 버너 불 피워 어묵과 라면 끓여 한속을 녹인다.
손이 곱아 젓가락질이 기예다. 힘은 뱃심이다. 아무튼 든든하게 먹어둔다. 주릉은 잡목과 바위 섞인 험로다. 오
른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곤 한다. 사면은 양지쪽이지만 땅 거죽만 녹았다. 쭉쭉 미끄러진다. 1,100m봉.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왼쪽은 백덕지맥 오봉산을 넘어 문재로 간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간다.
긴 내리막이다. 내릴 때가 저절로 쏟는 걸음을 제동하자니 오를 때보다 더 힘들다. 날이 맑으면 걸음걸음 왼쪽
골짜기 건너 오봉산의 연봉과 너른 품을 전망하기 좋은데 오늘은 심안으로 본다. 긴 내리막이 임도에서 주춤한
다. 다행히 임도 절개지가 낮다. 휴식한다. 메아리 님은 젖은 양말을 벗어 물을 짜내고 다시 신는다. 일단 버틴
다. 다시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866.8m봉을 대깍 넘는다.
예전보다 등로에 잡목이 무성하다. 흐릿한 인적을 눈에 힘주고 쫓아가기보다는 나침반 믿어 잡목 헤칠지언정
막 간다. 820m에서 오른쪽으로 직각방향 튼다. 약간 내렸다가 250m쯤 오르면 표때봉이다. 묵은 헬기장(?) 잡목
숲이다. 삼각점은 ‘안흥 306, 1989 재설’이다. 표때(푯대)는 깃대의 다른 말이다. 표때봉이 오늘로 세 번째다. 추
억으로 오고 가는 산길이다. 그때처럼 휴식한다. 탁주 분음하며.
표때봉 내릴 때도 혼동이 일었다. 잘 내리다가 오른쪽 능선이 더 잘 생긴 같아 그리로 갔더니 아니다. 생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하여 주릉 잡는다. 이런 경우 흔히 대물을 만나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아무 소득이 없다. 잣나무
숲속 어둑한 길을 간다. 825.8m봉 넘고 왼쪽 사면은 철조망 두른 산양삼재배지다. 산양삼재배지가 넓기도 하
다. 813.9m봉에서 벗어난다. 813.9m봉에서도 방향착오다. 북진할 것을 서진한다. 길 없는 우리 길 간다.
11. 찬바람에 능선의 나무들도 떨었다.
12. 백덕지맥 1,058.5m봉
13. 1,058.5m봉 바로 아래 바람 막는 바위벽에 기대어 점심밥을 먹었다.
14. 암릉이 심심찮게 출몰한다.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었다.
15. 땅은 거죽만 녹아 비탈진 데서는 쭉쭉 미끄러진다.
16. 오봉산 갈림길인 1,100m봉을 한바탕 내리면 산허리 도는 임도가 나온다.
메아리 님도 고전이다. 신발에 물이 차서 수시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짜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발이 시려
더 걷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17.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는 메아리 님
가시밭에 들어선다. 벌목한 지 오래되어 산딸기, 엄나무, 두릅나무 등 가시나무가 무성하다. 다 날이 바짝 선 송
곳가시다. 그 서슬에 깜짝깜짝 놀라며 가시덤불을 헤친다. 얼마쯤 가면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소나무 모수가 등
대다. 능선 마루금은 임도에 다다라 높은 절개지다. 오른쪽 사면으로 크게 틀어 내린다. 산허리 돌고 도는 임도
다. 임도 옆 빗물에 흠뻑 갯버들에서 봄을 본다. 갯버들에 맺힌 영롱한 빗방울 보니 문득 오에가 생각난다.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자,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1935~ )는 어릴 적 감
나무에 맺혀 빛나는 물방울을 보고 “내 자신의 삶의 방식이 완전히 변해버릴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초
등학교 시절에 무심코 나무 끝에 달린 물방울을 자세히 보았더니 물방울 안에 나도 들어 있더라, 이 세계는 엄
청난 세계로구나! 그렇게 느낀 것이다. 아래 4행시는 그가 열 살 무렵에 생애 처음으로 쓴 시라고 한다. 예순 살
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의 문학적 이력도 바로 이 물방울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굴기, 『꽃 산행 꽃 詩』)
빗방울에
풍경이 비치고 있다
방울 속에
다른 세계가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능선에서 살짝 벗어났다. 워낙 펑퍼짐하여 지도를 정확히 읽기가 어려웠다. 그 능선을 다시 잡
은들 방금과 같은 가시밭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바람은 멎었지만 비는 부슬비로 내린다. 안개는 여전
히 사방에 자욱하다. 임도는 산굽이 돌고 돌지만 곧장 42번 국도 상안1리로 간다. 거기까지 도상 3km다. 아서
라, 그만 임도 따라 하산하자고 합의한다.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는다.
임도 왼쪽 사면은 한창 벌목 중이다. 베어낸 나무들이 임도에 아무렇게나 들어찼다. 이를 헤치고 나아가기가 아
까 산릉의 험로보다 더 고약하다. 또한 멀기도 하다. 차라리 가파르지만 골짜기로 내렸다가 건너편 임도를 오르
는 편이 낫겠다. 자갈 바글거리는 사면을 내리고 골짜기 너덜 건너서 잡석 사면을 여러 걸음으로 기어올라 임
도다. 동네에 가까워지고 산자락 양풍의 전원주택들이 이국의 풍경이다.
산중에서 다 먹지 못한 간식과 탁주가 있었다. 비 가릴 농가 헛간에 들어 잠시 휴식하며 비운다. 그리고 42번
국도변 상안1리 버스승강장이다. 승강장 안에 게시한 버스의 운행지역과 시간표를 보면 여기가 안흥과 횡성을
오가는 길목이다. 버스가 금방 지날 것 같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감감하다. 정작 녹아난 건 이 30분이다. 젖
은 옷이라 속속들이 한기가 엄습했다. 하는 수 없어 안흥 택시 부른다.
부기) 원주로 갈까, 횡성으로 갈까? 안흥 가는 택시기사님에 물었더니 원주는 5만원, 횡성은 4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한다. 그냥 안흥으로 갔다. 안흥에서 횡성 가는 시내버스가 바로 있어 횡성으로 갔다. 횡성터미널 두 정
거장 전에서 내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터미널에서 내렸더니 주변이 썰렁했다. 우선 언 몸을 녹일 목욕탕이 급했
다. 메아리 님이 근처 파출소에 가서 물었다. 사거리 건너 공원 지나 골목길을 계속 가면 나온다고 했다.
목욕탕은 한산했다. 우리를 포함하여 세 명이 입욕 중이다. 온탕(열탕은 없다)이 미지근하다. 그래도 오래 담그
고 있으니 노곤하여 졸음이 온다. 목욕탕 여주인이 알려준 맛집을 찾아가다가 더 맛있는 맛집을 찾았다. 삼겹살
에 덕순주 3병을 나누어 마셨다. 작은 두 잔은 사장님과 옆 자리의 젊은이에게 맛보시라고 권했다. 횡성터미널
에 갔다. 동서울 가는 버스시간을 미리 알아보지 않은 건 그 시간에 쫓길 것을 염려해서였다.
동서울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다. 18시 10분이 막차라고 한다. 홍천 경유 춘천 가는 버스를 탔다. 홍천까지 30
분 걸린다고 한다. 지금시각 19시 15분이다. 잘 하면 21시 50분발 동서울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아슬아슬하
게 21시 50분에 홍천에 도착했다. 버스가 출발하려고 후진하여 막 방향을 틀려는 것을 멈추게 했다. 차표를 끊
어오라고 한다. 현금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매표창구는 문을 닫았고 무인판매기에서 끊어야 한다. 때마침 퇴
근하려는 매표원을 붙들어 무인판매기에서 차표를 끊게 했다. 메아리 님은 그 횡성 버스로 춘천으로 갔다.
아침부터 교통 운이 따라주지 않은 날이었다.
18. 비는 부슬비로 변했다
19-1. 지난날 표때봉에서(2012년 12월 12일 산행 때다)
19-2. 지난날 표때봉에서(2019년 2월 13일 산행 때다)
19-3. 오늘 표때봉 그 자리
20. 잣나무 숲길
21. 잣나무 숲길
22. 임도 주변의 갯버들
흔히 버들강아지라고 부르는 갯버들(Salix gracilistyla Miq., Rose-gold pussy willow, ネコヤナギ, 細柱柳)은
개울(갯)가에 사는 대표적인 버드나무다.
23. 임도 주변의 갯버들
첫댓글 벌써 올리셨네요^^ 종일 강풍과 추위에 고생한 하루였습니다...신발까지 푹 젖어서,,,그래도 오지의 능선을 찾아가는 산행은 어쩔수 없이 좋은가봐요^^
겨울보다 더 겨울 같은 날이었습니다.^^
궃은 날에 고생하셨네요. 저는 금학산 가려다 새벽에 굵은 빗줄기를 보고는 포기했습니다. 오후에는 갠다고 해서 좀 아쉬웠지만요...
킬문 님이 그러실 때가 다 있네요.
인간적이십니다.^^
비오는데 대단들 하시네요~~
초지일관!
이런 날 저런 날 가리면 산에 갈 날이 적어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