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통증을 오래 방치했다가 못 견딜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유증 때문이다. 그런데 힘든 결정 끝에 수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수 유 씨(62)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수술 부위의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허리와 왼쪽 종아리, 발바닥이 저리고 화끈거리며 감각이 무뎌졌다. 고통 때문에 수술한 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수술이 잘됐으니 운동을 하면서 기다려보라는 설명뿐이었다. 유 씨는 통증이 심해 강의를 제외하면 외출도 삼가게 됐다. 그러면서도 한 번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재수술은 엄두도 내질 못하고 참고 있었다.
사실 유 씨처럼 수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MRI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을 호소할 때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난감하기만 하다. 수술 후 원인 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내시경을 통해 환부를 직접 보면서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신경성형술이 효과적이다. 비수술 치료이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담 없이 허리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비수술이라 흉터 안 남아
신경성형술은 전신마취 없이 국소마취 하에 환자의 꼬리뼈로 특수 제작된 지름 1~2mm의 끝 부분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카테터(가는 관)를 삽입해 시술한다. 내시경으로 상태를 파악하면서 좁아진 디스크 간격과 유착된 신경 사이를 벌려줄 뿐 아니라 삽입된 카테터를 통해 신경이 유착된 곳에는 유착 방지제를 뿌리고, 염증이 생긴 부위에는 염증 제거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없앤다. 또 주변 조직에 널려 있는 혈전을 제거하거나 신경이 눌린 부분을 풀어주기도 한다.
어찌 보면 신경성형술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디스크에 의해 눌린 신경과 신경유착, 염증 등을 내시경 화면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어 방사선 소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수술 후 피부층이나 장기, 신경 등이 들러붙는 유착 현상이 생겨 재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신경성형술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착 현상이란 수술 부위가 아무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재수술 시에는 유착된 장기와 신경 등을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 부위에 접근하는 것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자칫 혈관이나 신경을 잘못 건드리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신경성형술이 재수술 시에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척추관협착증, 만성적인 요통, 허리·목디스크, 좌골신경통 등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신경성형술은 시술 시간이 20~30분 정도이며 시술 후 1시간 정도만 안정을 취하면 입원 없이 바로 귀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빨라 시간이 촉박한 직장인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비수술이므로 절개하지 않아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더불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으로 척추수술이 불가능하거나 부담이 되는 경우도 시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성형술은 시술 시 척수신경을 건드릴 위험뿐아니라, 부작용으로 감염의 위험과 재발 가능성이 있다. 숙련된 전문의가 아니면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시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