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정체된 사이 ESS 배터리 주목…"올해 61% 성장 예상"=한국 / 9/18(수) / 중앙일보 일본어판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EV용 배터리 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ESS용 배터리 수요는 EV 배터리에 비해 1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분의 1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불규칙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필수적이다.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ESS에는 많은 양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시장조사기업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보고서를 발간해 주거용·상업용 등 ESS 배터리 수요가 전체 배터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에서 올해 1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수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EV 배터리 수요에는 그다지 큰 성장이 없는 대신 ESS 수요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NEF 분석팀은 올해 ESS 설치가 전년 대비 6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반면 EV 수요는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개별 기업의 실적에서도 ESS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테슬라의 4분기 실적을 보면 같은 시기 EV 인도량은 44만 3956대로 작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반면 ESS 설치 규모는 같은 시기 9.4기가와트시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32%나 상승했다.
ESS의 시장 확대에는 인공지능(AI) 시장의 영향이 크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데이터센터 에너지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이렇게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ESS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 미국 투자 늘리는 한국 배터리 기업
한국 배터리 기업의 ESS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1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ESS 수출액은 올해 1월 1억 3216만 달러(약 188억엔)에서 7월 2억 9386만 달러로 6개월 사이에 2.2배가 됐다.
특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억제법(IRA)에 따라 기업이 ESS를 설치하면 투자세액을 공제하고 화석에너지 규제도 강해 ESS 성장이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또 ESS 시장은 중국 기업이 선점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 기업이 잠식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월 미국 애리조나에 7조 2000억원(약 7758억엔)를 들여 ESS용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현재는 공사가 잠정 중단됐지만 완공 시 생산능력은 최근 이 회사 ESS 배터리 전체 출하량의 2배 이상으로 커진다. 이 공장에서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ESS용 파우치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 미국 최대 전력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가 넥스트에라에너지에 공급하는 총용량 6.3기가와트시는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기가와트시)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