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옥(瑕玉)
티가 있는 구슬 즉 옥에 티라는 뜻으로, 공연한 짓을 하여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비유하거나 모든 점이 다 좋은데 아깝게도 한 가지 작은 흠이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瑕 : 허물 하(玉/9)
玉 : 구슬 옥(玉/0)
연한 녹색의 아름다운 보석인 옥(玉) 중에서 흠 없는 것이 있을까. 변화(卞和)란 사람이 발뒤꿈치를 잘리는 형을 받으면서도 가치를 지켰던 화씨지벽(和氏之璧)이나 그것을 강대국에 뺏기기 일보 직전에 인상여(藺相如)가 되찾은 완벽(完璧)은 같은 옥이다.
완전무결한 이 옥 외에는 흠집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결점은 있다고 ‘옥에도 티가 있다’란 속담이 남았다.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을 만들 수 없다는 옥불탁 불성기(玉不琢 不成器)란 명언도 있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은 ‘옥에 티’라 했다. 하자(瑕疵)라고 해도 똑 같다.
허물이 있는 구슬(瑕玉)이란 말은 아무리 값진 보배라고 해도 작은 허물이 있으면 제 값어치를 못한다는 뜻이다.
완벽한 가운데 아깝게도 한 가지 작은 흠이 있는 것을 비유하기도 하고, 잘 되어가는 일에 공연한 짓을 하여 사태를 악화시킬 때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곳은 회남자(淮南子)란 책에서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손자인 문학애호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빈객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저술한 책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옥에 티는 반드시 나쁜 의미만이 아니다. 설림훈(說林訓) 편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자.
治鼠穴而壞里閭(치서혈이괴리려)
潰小皰而發痤疽(궤소포이발좌저)
쥐구멍을 함부로 뜯어 고치려 한다면 마을의 문을 모두 부수게 되고, 작은 여드름을 짜다가 잘못 뾰루지가 나거나 등창이 된다.
若珠之有纇 玉之有瑕 置之則全 去之則虧.
약주지유뢰 옥지유하 치지즉전 거지즉휴.
그것은 흠이 있는 진주와 티가 있는 구슬을 그대로 놓아두면 온전할 것을 없앤다고 하다가 이지러뜨리는 것과 같다.
그냥 두어도 가치를 지니는 옥에 티를 지우려 하다가 모두를 잃게 된다는 뜻으로 썼다. 진정한 가치의 순수한 것은 구하기 어렵다. 계획에서부터 결과까지 일을 완전무결하게 해 내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일에도 흠집은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은 상대방의 눈에 잘 띈다. 일부러 실수하려 한 흠이 아니라면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남이 못되도록 결점을 침소봉대한다면 발전이 없다.
▶️ 瑕(허물 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 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叚(가, 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瑕(하)는 ①허물 ②티(조그마한 흠) ③옥의 티(조그마한 흠) ④틈, 틈새 ⑤멀다 ⑥어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허물 구(咎), 허물 건(愆), 허물 자(疵), 허물 죄(罪), 허물 고(辜), 기생충병 하(瘕)이다. 용례로는 흠이나 결점을 하자(瑕疵), 흠이나 단점이나 결점 또는 부그러움이나 치욕을 하근(瑕瑾), 흠이 될 만한 부분을 하구(瑕垢), 흠이 난 자리나 자취를 하적(瑕跡), 미덕과 과실을 하유(瑕瑜), 헐뜯어 비방함을 하폄(瑕貶), 흠이 없으면 완전한 것인데 아깝게도 흠이 있어 결점이 된다는 뜻으로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을 하옥(瑕玉), 허물이 되는 흠을 흔하(痕瑕), 더러운 허물을 예하(穢瑕), 조금도 흠이 없음을 무하(無瑕), 조그마한 흠이나 작은 결점을 세하(細瑕), 한 가지 흠이나 조그마한 결점을 일하(一瑕), 작은 상처 또는 약간의 결점이나 조그마한 흠을 미하(微瑕), 옥에도 티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도 한 가지의 흠은 있다는 말을 옥하(玉瑕), 일부분의 흠으로 말미암아 전체를 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불엄유(瑕不揜瑜), 흰 옥이 흠이 없다는 뜻으로 결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옥무하(白玉無瑕), 더러운 티와 때를 깨끗이 씻어 없앤다는 뜻으로,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침을 이르는 말을 척하탕구(滌瑕蕩垢), 적의 방어가 견고한 곳을 피하고 틈이 있는 곳을 공격함을 피견공하(避堅攻瑕) 등에 쓰인다.
▶️ 玉(구슬 옥)은 ❶상형문자로 세 개의 구슬을 끈으로 꿴 모양으로, 중국 서북에서 나는 보석을 말한다. 처음에는 王(왕)으로 썼으나 나중에 丶(점)을 더하여 王(왕)과 구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구슬이란 호박이나 옥을 뜻했다. 옛사람들은 옥도 가공해야 장신구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구슬을 뜻하는 玉자는 가공된 여러 개의 보석을 끈으로 연결해놓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갑골문에 나온 玉자를 보면 지금의 王(임금 왕)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王자와의 구별이 어려워지게 되어 점을 찍은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玉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옛 글자인 王자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珍(보배 진)자나 班(나눌 반)자처럼 王자가 부수로 쓰여 있다 할지라도 모두 ‘구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玉(옥)은 (1)빛이 곱고 아름다운 광택(光澤)이 나며 모양이 아름다워 귀(貴)하게 여기는 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구슬 ②옥(玉) ③아름다운 덕(德) ④미칭(美稱), 상대편의 것을 높여 이른 말 ⑤옥(玉)과 같은 사물의 비유 ⑥아름답다 ⑦훌륭하다 ⑧가꾸다 ⑨소중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주(珠), 구슬 원(瑗), 구슬 경(瓊), 구슬 선(璿), 구슬 벽(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돌 석(石),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옥으로 만든 도장을 옥인(玉印), 옥으로 만든 패물을 옥패(玉佩), 옥으로 만든 함을 옥함(玉函), 옥과 같이 보배롭고 귀한 그릇을 옥기(玉器), 임금이 앉는 자리를 옥좌(玉座), 옥으로 만든 술잔을 옥배(玉杯), 옥과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옥계(玉溪), 옥에도 티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도 한 가지의 흠은 있다는 옥하(玉瑕), 옥같이 희고 고운 팔이라는 옥완(玉腕), 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을 애옥(愛玉), 구슬과 옥을 주옥(珠玉), 옥을 갊으로 지덕을 닦음을 공옥(攻玉),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옥과 돌이 함께 부서진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동쇄(玉石同碎), 옥계에 흐르는 맑은 물을 옥계청류(玉溪淸流), 옥과 돌이 한 궤짝 속에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나 혹은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한데 섞여 있는 경우를 말함을 옥석동궤(玉石同匱), 귀한 분의 걸음걸이와 몸이란 뜻으로 남의 건강을 비유하는 말을 옥보방신(玉步芳身), 빛이 썩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뛰어난 풍채와 골격을 옥골선풍(玉骨仙風), 아주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러한 의복과 음식을 옥의옥식(玉衣玉食), 옥녀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옥녀가인(玉女佳人), 아름다운 얼굴에 영걸스러운 풍채를 옥안영풍(玉顔英風), 아름답고 얌전한 신랑이나 젊은이를 옥인가랑(玉人佳郞), 맑고 깊은 바다와 단단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상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을 옥해금산(玉海金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