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달인을 만나다] ‘달걀 생산·유통’ 이욱기 제주웰빙영농조합 대표 유용미생물 활용 사료 개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받아 토종 ‘구엄닭’ 달걀로 차별화 판로 다양화·간편식 출시도 이욱기 제주웰빙영농조합 대표가 제주 제주시 애월읍 달걀 집하장에서 세척·선별을 마친 달걀을 선보이고 있다. 고품질 달걀을 생산·유통해 제주 달걀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축산인이 있다. 제주에서 산란계농장과 달걀 집하장을 운영하는 이욱기 제주웰빙영농조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사료회사에 다니다 2005년 양계업에 뛰어들었다. 제주에서 3만마리 규모 산란계농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다.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고 판매처를 안정화하기 위해선 고유의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뜻을 같이하는 축산인들과 2005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깨끗하고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닭 면역력과 달걀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용미생물(EM)을 활용한 자체 사료를 직접 개발했다. 쑥·솔잎·생선·해초 등 제주산 자연물을 발효시킨 원액을 기본 사료에 첨가해 급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했다. 그 결과 2009년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았고, 생산부터 축산물 가공·유통·판매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준수하는 업체에만 수여되는 안전관리통합인증도 획득했다.
달걀 품질이 입소문을 타자 사업 규모도 크게 늘었다. 현재 제주웰빙의 협력농장은 제주 전역 18곳, 총 사육마릿수는 40만마리에 이른다. 18곳 농장에서 생산되는 하루 30만개가량 달걀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웰빙 자체 집하장을 통해 세척·선별·포장·판매가 이뤄진다. 제주 전체 달걀 유통량 가운데 약 30%, 제주 유정란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약 90%에 육박하는 취급량이다.
이 대표는 일찍이 동물복지형 축산에도 박차를 가했다. 협력농장 18곳 가운데는 난각 사육환경번호 3, 4번에 해당하는 관행 케이지 사육농장도 있지만, 자유방목하거나 축사 내 평사에 방목해 사육하는 농장이 12곳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곳은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고, 나머지 농장들도 인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단순히 산란계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 방안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도 고수했다. 이같은 철학에서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이 바로 구엄닭이다. 구엄닭은 제주 토종 재래닭으로, 쫄깃한 육질과 달걀의 감칠맛으로 이름나 있다. 그러나 평균 산란율이 45% 정도로 일반 산란계의 절반에 불과해 1개당 소매단가가 1000∼1200원에 달할 정도로 높고, 이에 농가들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사육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대표 생각은 달랐다. 충분한 홍보만 뒷받침된다면 값이 비싸더라도 프리미엄 축산물인 구엄닭 유정란을 찾는 고객들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러한 판단 아래 제주시 일대 구엄닭 농장들을 협력농장으로 지정해 구엄닭 육계 약 2만마리와 달걀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시 용강동에서 자연방목 방식으로 구엄닭 6000마리를 사육하는 부웅관 부성농장 대표는 “2014년 제주웰빙과 협력관계를 맺은 이후 달걀과 육계 판매량이 늘고 수익도 연중 안정화돼 만족스럽다”면서 “제주 토박이로서 제주 토종닭을 지킨다는 자부심은 덤”이라고 강조했다.
판로도 다양화했다. 대형마트와 식당 등에 달걀을 납품하는 것은 물론,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구축해 제주도 내 가정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몰을 통해 월 1회 이상 신선란 등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1만가구에 달하며, 주문량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귀띔이다.
신선란 수출도 재개할 예정이다. 2020년 제주 최초로 홍콩·두바이에 달걀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올 6월 두바이 수출 재개 계획을 확정했고, 홍콩과의 거래선 회복도 협의하고 있다.
제품 다양화를 통한 판로 확대에도 힘썼다. 우선 제주웰빙 집하장을 통과하는 달걀 하루 30만개 가운데서도 상위 품질인 동물복지 유정란을 <애월아빠들>이라는 별도 브랜드로 유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가정간편식(HMR)시장 성장에 발맞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닭을 이용한 닭곰탕·닭개장·닭칼국수 HMR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는 닭육포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에 나선 단계다.
달걀 품질 제고와 다양한 유통망 확보는 우수한 경영성과로 이어졌다. 2020년 140억원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22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2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건강하게 키운 닭과 그 닭이 낳은 달걀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면서 “농장에 부착된 카메라가 닭 행동을 모니터링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이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