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조 : 우승후보들과 지난대회4강, 개최국의 마지막까지 땀을 쥔 접전.
인도네시아 2-1(1-1) 바레인 / 한국 1-1(0-0)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1-2(1-1) 사우디아라비아 / 한국 1-2(1-1) 바레인
인도네시아 0-1(0-1) 한국 / 사우디아라비아 4-0(2-0)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2승1무0패 승점7 7득2실+5
한국 1승1무1패 승점4 3득3실0
인도네시아 1승0무2패 승점3 3득4실-1
바레인 1승0무2패 승점3 3득7실-4
인도네시아 : 개최국 중 역습플레이가 가장 세련되고, 가장 스피드가 빠른 팀이었다. 그리고 부디, 밤방, 피르만, 엘리에 등 공격수들의 개인기는 현란했다. 수비도 비교적 탄탄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거대한 벽들이 놓여있었다.
첫 상대였던 바레인은 인도네시아가 바레인축구의 아시안컵도전사에 첫 승을 허용한 팀이다. 지난 대회 3-1로 패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빠른 돌파에 의한 부디의 골로 선제골을 가졌고, 이후 바레인의 거센 공세에 시달렸다. 홈팬들 앞에서 첫 경기인지 긴장하여 수비에서 여러 번 실수를 했고 바레인은 좋은 기회를 몇 번 가졌다. 여기서 바레인은 동점을 만들고 역전할 기세였지만 이를 막아낸 인도네시아는 후반 들어서도 상대의 공격을 잘 막고 역습에 치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바레인의 계속되는 공격을 막아내는 사이에 볼이 인도네시아의 공격진에게 전개되었고 피르만은 바레인의 수비수들이 뒤로 물러서자 멋진 중거리슛을 쐈고 골대를 맞고 나오자 이것을 뛰어온 밤방이 넣으면서 리드하기 시작했고, 바레인선수들은 이후 우왕좌왕하며 신장의 우위를 이용한 롱볼에 의존하면서 무너져 갔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빠른 움직임으로 추가골까지 노렸을 만큼 경기를 잘 마무리 했다.
두 번째 상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인도네시아는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카타니에게 헤딩 선제골을 주었지만 바로 돌파에 의해 동점골을 만들었고, 이후 경기를 지배하면서 역전의 기세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몰아붙였다. 후반 들어서도 좋은 경기를 하던 인도네시아는 후반30분 넘어 체력저하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고 후반47분 골문 앞에서 파울을 범한 것이 결국 알 하르티의 헤딩결승골로 연결되면서 아깝게 패배하고 말았다.
마지막 상대였던 한국전에서는 확실한 실력차로 그 이전 경기들보다는 내용이 좋지 못했다. 스피드, 개인기, 체력, 신장. 힘 등 개인능력에서 절대열세인 인도네시아는 아주 위협적인 장면을 1번 밖에 만들지 못하는 등 한국에 모든 면에서 밀렸다. 그러나 한국의 수비뒷공간을 파고들며 한국 수비를 괴롭혔고 악바리처럼 한국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며 눈물겨운 투혼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심판이 정상적인 공격 2번을 오프사이드로 판단하는 등 심판판정의 불리함도 더해지면서 그나마 적은 공격의 기회를 잃었다.
개인기, 스피드는 동남아최강 타이보다도 나은 수준이었다. 수비조직력도 수준급이었다. 특히 레플리카를 활용한 자카르타시민들의 성원과 함성은 세계최강수준이었다. 단, 타이와 달리 90분을 뛸 체력이 부족했고, 피지컬이 좋은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아쉽다. 앞으로 체력의 보강, 몸싸움능력 배양이 인도네시아의 당면과제가 아닐까 싶다.
바레인 : 지난 대회 유리치치감독의 지도하에 첫 출전만에 4강에 올랐던 인상적인 바레인을 기억하는가? 특히 홈팀 중국과 대등한 경기로 무승부, 카타르와의 무승부,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무승부, 일본전 3-4분패 등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던 팀이다. 이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올라 월드컵 문턱까지는 밟아보았다. 그러나 이번엔 베트남원정 3-5대량실점패 등 수비불안이 심각했다.
첫 경기 인도네시아전에서도 바레인의 수비불안은 여전했다. 분명 내용은 바레인이 주도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위기를 여러 번 맞았고 반대로 바레인도 결정적 찬스를 얻었지만 1골만을 성공시키면서 2-1로 패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선수들의 투지와 홈팬들의 열광에 바레인선수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듯 심리적으로 완패했다.
두 번째 한국전에서는 바레인 특유의 공간을 점유하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강팀 한국에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전에서의 수비불안도 선수들의 정신무장으로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특히 개인기의 우위 및 역습을 활용한 약4번의 좋은 찬스 중 2번을 살린 골결정력으로 반대로 한국의 골결정력 부재에 의한 1실점과 합쳐 2-1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비기고, 한국이 예상대로 이기면 8강행을 이룰 수 있던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교하고 빠른 공격에 수비가 무너지며 0-4대패를 당했다. 바레인은 내용상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리지 않았지만 공격의 날카로움, 수비력 등에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분명 열세에 있었고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바레인은 지난 대회보다 약해진 모습이었고 명장 밀란 마찰라감독의 선임으로도 수비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주공격수 알라 후바일과 그 형 모하메드 후바일의 조모상(祖母喪)으로 인한 부진은 그들의 강점인 스피디한 공격이 무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바레인은 최강 중 하나인 한국을 무너뜨리는 등 여전히 녹록치 않은 기량을 가진 아시아의 신흥강호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 대회 시작 전부터 미드필더 누르, 수비수 알 몬타샤리의 배제로 시끄러웠다. 평가전에서 U-23세선수가 주축인 북한대표팀에 1-1로 비기는 등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첫 상대였던 한국전에서 전반 한국은 부정확한 패스, 사우디아라비아는 몸싸움측면에서 각기 부진한 모습으로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이후 후반 들어 한국의 페이스에 말려 한국에 결정적 기회를 내주면서 0-1로 밀렸지만 한국 수비의 진로방해파울을 유도하여 얻은 PK로 1-1균형을 맞췄고 정전사태 이후 속개된 경기에서 알 하르티의 역전골이 나올 뻔 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는 끝까지 분전한 경기였다.
두 번째 상대인 인도네시아전에서 인도네시아의 거친 파울과 속공에 상당히 고전했지만 후반 막판20여 분간 저력을 발휘하며 결국 2-1로 승리하였다.
세 번째 상대인 바레인전에서는 초반 팽팽한 경기 중 멋진 골을 순차적으로 성공시키면서 바레인의 투쟁력을 무너뜨려갔다. 특히 기술적 측면에서 앞서면서 똑같은 골찬스에서 상대와 달리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아시아의 브라질’로서 유연한 개인기, 기술의 우위, 승리를 향한 집념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밀리는 경기도 무승부 및 승리로 만드는 저력이 이들의 전통인데 06월드컵 한국과의 경기, 우즈베키스탄원정경기, 이번 아시안컵 한국, 인도네시아전에서 보여줌으로써 이기는 법을 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라 하겠다.
한국 : 중심선수들인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설기현이 모두 빠지면서 1.5군수준의 팀이 되었다. 게다가 성남일화의 김영철 제외 등 수비진도 대폭 물갈이 되면서 세대교체의 시험 중의 팀이기도 하다.
첫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후반 초중반 대공세에 의한 염기훈의 크로스=>최성국의 멋진 헤딩골이라는 장면을 만들고 조재진의 멋진 슛이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백중우세의 경기를 했지만 진로방해를 범하는 실수에 의해 PK를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바레인전에서는 김두현의 절묘한 골이 전반4분에 터진 이후 바레인의 거센 저항에 고전하면서도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바레인의 빠른 역습에 말리며 골을 내준 후 후반들어 한국선수들은 골이 터지지 않아 지쳐갔고, 드로인 후 수비로의 백패스가 인터셉트 되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마지막 인도네시아전에서는 개인능력의 절대적 우위를 앞세워 우세한 경기를 했지만 상대의 거센 저항에 고전했고 무딘 골결정력을 노출했다.
수비진으로의 백패스로 상대 미드필드의 간격을 넓혀 공간을 만든 후 생긴 빈 공간에 찔러넣는 롱패스로 찬스를 만드는 베어벡 감독의 전술이 아직까지는 잘 먹히지 않는 느낌이고 수비수들의 경험부족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전체적으로 한국은 아시아 전통의 강호로서 우승후보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 부활한다면 충분히 우승후보로서 면모를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