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지리산-
지리산은 산우들 누구나 좋아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산이다. 남명선생이 " 하늘이 울어도 우지 않는 뫼'라 찬탄했던 산이고 천왕봉을 비롯, 수 많은 준봉들이 구름위로 솟아 올라 하늘을 바치고 있는 남한 제1의 산이다. 사시사철 한 폭의 동양화로 아름다움을 뽐내면서도 침묵 속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산, 지리산. 지리산은 짛은 솔잎 냄새, 부더러운 산길, 줄어든 계곡 물소리가 정겨워 6월이 산행하기 좋은 철이다. 꼭 이때가 이니라도 수천년의 아픔을 견디어 온 깊은 계곡, 힘찬 용트림으로 쭉 뻗은 능선, 원시림 같은 숲속, 아기자기한 전설을 얘기하듯 길게 나 있는 산길,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반겨주는 지리산을 언제 가도 좋다. 구슬 땀 흘리며 주능선에 오르면 눈 앞에 펼쳐지는 비경에 경이감을 감추지 못한다. 계절의 변화와 변덕스런 날씨로 지리산은 거대한 생명체가 꿈틀대듯 하루에 몇 번도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운무가 파도처럼 몰려 와 산봉우리들이 둥실 구름바다 위로 떠 오르고,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산 안개에 휩싸인 준봉들은 하늘로 녹아들듯 흔적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후드득 내리는 비가 산길을 적시다가 금새 구름 한 점없는 푸른하늘이 되는 산이 지리산이다 , 한 낮에 작열했던 태양이 산 능선을 넘어 진홍색을 뿜으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삼라만상이 신비경에 빠져드는 듯 깊은 침묵에 젖고, 어스럼이 내리면서 풍경들이 담록색으로 물들어 가면 지리산은 시공간을 넘어 깊고 거대한 전설이 된다. 이런 풍경을 최고로 즐기고 느키려면 반야봉의 석양을 바라봐야 한다고 누군가 했다. 맑게 개인 날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는 수많은 별들이 금방 산장으로 쏫아져 내려올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고, 마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품고있는 듯 별빛에 둘러싸인 벽소령 산장의 밤 풍경이 된다. 새벽 일찍 바라보는 천왕봉의 일출 풍광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이야기처럼 신비와 황홀을 안고 붉은 옷을 입은 채 달려오는 천사들의 군무로 착각할 정도로 함차고 희망을 안겨주는 한 폭의 파노라마이다. 지리산은 누구에게나 이런 아름다운 풍광만 보여주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묻는 사람들에게는 가야할 길을 안내해 주는 구도자 역할도 한다. . 이 구도의 길이 50여 키로의 지리산 종주길이다. 마음이 아픈 자,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자, 흐트러진 영혼을 추수리려는 자들이 찾는 이 길은 마치 인생을 축약해 놓은 것 같다. 길을 가다 돌아보면 걸어 온 길 아스라이 보이고, 험한 산길을 많이 넘어왔구나 싶다가도 앞을 보면 넘어야 할 봉우리들이 까마득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길, 이 길이 종주길이다. 목적한 산행을 완주하려면 앞으로 가는 외길만 있다. 언젠가 한 산우가 종주길에 내게 '가야할 길이기에 힘들고 험난해도 기쁜 마음으로 가야 하는 길이 이 길이다'라 했듯 우리의 삶의 길과 똑 같다. 세상 사람치고 오르막 내리막을 거듭하며 살지 않은 사람 누구 있겠는가? 종주길에는 벼랑 위를 걸어야 할 때도 산정에 올라 눈물겹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쉼의 시간을 가질 때도 있으니 우리 삶도 이렇게 생각하면 한결 편해질 것이다. 한편, 종주길을 떠날 때 배낭에 먹거리와 옷 등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많이 넣어 가지만, 길을 걸을수록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고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것잉을 깨닫게 되니, 이것 또한 우리 인생살이와 무엇이 다른가? 긴 인생 길을 걸어면서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 하나씩 내려 놓을 때 우리 마음과 영혼은 새로운 것으로 하나씩 채워질 것이다. 또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현명한 지혜와 시선도 생길 것이다. 종주길을 마치고 얻은 결실은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이 생기고, 영육이 건강해졌고 정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지리산의 참된 아름다움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데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멋진 삶의 이야기들이 지리산의 신비롭고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지리산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움을 갖고 산다는 것, 그러기에 지리산은 누구에나 열려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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