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출신의 화가 야니스 로젠탈(Janis Rozentāls)의 그림 몇 점을 감상해 본다. 불가(佛家)에서 이르길 생노병사(生老病死)라 하듯, 인간의 생(生)이란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게 전부라고 하겠거니...그럼에도 사람들은 삶의 끈을 놓는 게 아쉬워선지 아님 무서워선지 숨이 멎을 때까지 발버둥쳐 보지만 그 끝은 차안(此岸)에 이를 수밖에 없는 걸. 혹여 카론(Charon)이 건너편 하데스꺼정 데려다 줄 뱃삯이나 내게 줄 사람 있음 그 얼마나 다행일까나.
그림1. 탄생(Birth)
누군가는 말했지, 삶은 고(苦)라고...그래도 태어남은 축복이리니, 먼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 진 아무도 모를진대 오늘 태어난 사랑스런 아기를 반기고 안아서 얼르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그림은 로젠탈의 부인 엘리(Elli Forssell)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라고 하더만...
그림2. 삶(Life)
그래도 기왕에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열심히 살아야겠제잉. 게다가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시도 때도 없이 '하느님, 부듸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라고 뇌까리잖여. 그림은 노소(老小)를 막론하고 안식일에 교회를 찾아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빌고 나오는 모습이구만.
그림3. 늙음(Agedness)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준 수수께끼는 "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2개가 되기도 하고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였다지? 허위허위 고개를 넘어가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못 풀어 목숨을 잃었다더만, 오이디푸스는 용케 답을 알아맞혔구만 그랴. 로젠탈의 그림은 공동묘지를 참배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인데, 늙은 사람들 일색이면서 정말 발이 3개인 사람들도 네 명이나 있네.
그림4. 죽음(Death)
인간에게 죽음이란 언제나 불시에 찾아오는 법.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저승사자는 지 맘대로 인간의 목숨을 갖고 놀다 어느 때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닌 사람꺼정 잡아갔다 염라대왕한테 혼구녁이 난 사례를 누가 모를 줄 알고...그림은 성질 더러운 저승사자가 큰 낫(scythe)을 들고 이제 겨우 첫돌 지냈을 법한 귀여운 얼라를 데꼬 갈라꼬 하니, 얼라의 엄마가 그꼴 보고 기냥 '예, 언능 데꼬 가셔요' 하고 지레 엎어질까? 천만에! 그녀는 애기를 넘겨주지 않으려 품에 꼬옥 안고서는 저승사자를 저주하듯 째려 본다. 근디 동양의 저승사자는 검은 옷의 남자인데 서양에선 흰 옷의 여자네.
그림5. 피안(Arcadia)
인간으로서의 삶이 고뇌(苦惱)의 바다를 헤쳐 온 것이라면, 그들이 다음에 만나야 할 삶은 당연히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윤회(輪回)의 사슬을 끊어낸 곳이어야 하리니 그곳이 바로 이상향(arcadia)이다 . 그림은 로젠탈이 그리는 이상향인 듯한데, 한결같이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나체로 그려진 건 순수(purity)함의 상징이라 보여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