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을 위한 건강식, 나가사키 짬뽕
대학 때 해가 넘어가면 교문 나가기 전 잔디밭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술판을 벌였다. 안주는 달랑 새우깡. 그럼에도 막걸리통과 소주병은 한없이 늘어났다. 무슨 그리 고민이 많았던지~술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티었을 정도다.
그나마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이라도 타면 중국집에 가서 짬뽕국물 안주에 소주를 들이켰다. 젓가락을 휘저으며 콩알만한 오징어라도 건지면 먼저 선배들 눈치부터 봐야해던 적이 있었다. 다.
깡소주에 부을대로 부은 위장은 빠알간 짬뽕국물이 치유해주었다. 마치 상처에 바르는 아까징끼처럼 말이다. 그래서인가 짬뽕하면 이렇게 배고픈 시절이 떠오른다.
요즘도 찬 바람이 불거나 입맛이 없을 때는 얼큰하고 칼칼한 짬뽕이 그립다. 땀이 범벅이되어 마지막 국물까지 목구멍으로 넘겨야 제대로 짬뽕을 먹은 것 같고 그래야 속이 후련하다.
몇 년전 꼬꼬면을 비롯한 하얀 라면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그중 삼양식품에서 나온 '나가사키 짬뽕'이란 있었다. 광고효과 때문일까 구조 '짬뽕의 원조는 나가사키' 라는 것이 뇌리에 박혔다.
그래서인지 나가사키에 가서 짬뽕을 먹지 않는다면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먹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로 여겼다. 한국인의 나가사키 짬뽕 사랑은 유별나다. 이곳에 와서 짬뽕 한 그릇 만 먹고 다시 기차타고 떠나는 이도 있을 정도다. 하긴 나가사키에는 그 흔한 라멘집 보다 짬뽕집이 더 많기도 하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개항지였기에 해외의 문물들이 먼저 들어왔다. 골프와 테니스가 이 항구를 통해 들어왔으며 포르투갈의 카스테라도 이곳을 통해 일본 전역에 파졌다.
짬뽕 역시 개항이 만들어낸 음식이다. 19세기 말 중국 이민자인 천평순(陳平順)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는데 그의 식당 시카이로(四海樓)에는 짬뽕 박물관을 있다.
당시 중국 복건성 출신 학생들이 일본의 선진 문물을 배우러 나가사키에 왔던 것이다. 가난한 유학생이기에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천평순은 같은 고향 출신의 학생들이 허기에 밥도 먹지 못하는 모습이 보고 안타깝게 여겼다. 이들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고 영양 많은 국수 요리를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나가사키 짬뽕이다. 산동성에서 건너온 중국인이 인천의 항구노동자를 위해 짜장면을 만든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쓸모없는 돼지 뼈와 닭뼈를 넣고 서너 시간 푹 고으면 뽀얀 국물을 나오는데 여기에 다듬다 남은 양배추, 파, 숙주나물을 볶아 넣었고 나가사키에서 나오는 새우, 오징어, 바지락을 고명으로 얹었다. 남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짬뽕으로 보면 된다. 중국 유학생 위한 이 국수요리가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급기야 전국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나가사키 짬뽕 체인점도 여럿 있을 정도다.
100년이 넘었다는 사해루 식당은 돈을 많이 벌어서인지 5층 빌딩에 박물관까지 가지고 있다. 통유리너머러 바다를 바라보며 짬뽕을 먹게 되는데 아무래도 호텔 레스토랑 분위기가 난다. 도무지 가난한 유학생 음식인 짬봉, 그 본연의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아무래도 좀 허름한 곳에서 먹어야 가난한 음식의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다.
여러 중국음식점을 기웃거리다가 찾은 집이 신화루다.
나가사키 짬뽕의 종류도 다양하다.
나가사키의 중국집에 갔을 때 이 여 스펠링 보고 '챔피온'으로 읽었다. 자세히 보니 'I'가 안보이더라.처음에 어떻게 읽어야 할지 한참 고민했네...짬뽕이다.....JJAMBONG 이라고 쓰면 금방 알텐데 ㅋㅋㅋ
그 옆에 있는 것은 '사라우동',,,일본어 참 쉽다.
자세히 보니 짜장면도 보인다. 한국에서 넘어간 요리가 아닐까 싶다. 1928년 창업했으니 86년이나 된 집이다.
문을 조심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우리네 중국집과 별 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1시 40분쯤 식당을 찾았는데....짬뽕이 나오려면 20여 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얼마나 대단한 음식이 나오길래 내심 기대 했다.
드디어 하얀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면요리가 나왔다. 우선 국물맛이 궁금했다. 라멘의 돼지뼈 국물은 기름이 떠 있고 느끼해 영 입에 맞지 않았는데 닭뼈 국물까지 들어 있어서인지 깔끔해졌다. 진하게 우려내서 그런지 곰국을 마시는 것 같다.
조개와 오징어를 건져 먹으니 숙주나물이 깔려 있다. 아삭아삭한 숙주와 바다향 나는 국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핑크빛 색소를 넣은 어묵이 조금 눈에 거슬렀지만 명란젓도 색소를 넣는 일본사람의 취향이 이런가보다.
국물 못지 않게 면발 또한 쫄깃하다. 우리네 짬뽕 보다는 면발이 얇고 색이 누렇다. 자작자각 국물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시장해서 그런지 아니면 늘 짬뽕을 대하는 습관때문인지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다 먹었다.
'오이시데스'를 연발하며 엄지손가락울 치켜세우니 주인장이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한다.
나가사키에 가면 짬봉을 꼭 먹어라.
귀여운 일본 여고생들
차이나 타운의 다양한 먹거리
오래 살려고 복숭아빵...안에 고기가 들어 있다.
첫댓글 여행의 잔재미는 역시 먹는거 . . . ㅎ ㅎ 배고파지네요. ㅎ ㅎ *^^*
맞아요 여행의 잔재미는 먹는거...ㅎㅎㅎ 복숭아빵은 장수를 기원하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