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함께 산책이나 떠나볼까?
_ 홍대의 휴일 두 번째 공연 '산책'
지난 2월 7일, 클럽 사운드 홀릭에서 홍대의 휴일의 두 번째 공연 '산책'이 진행되었다. 에쉬그레이, 나루, 모르모토, 몽니가 출연하였고 오후 7시에 시작하여 9시 40분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홍대의 휴일에서 주최한 것으로 작년 9월 '소년, 소녀를 만나다' 이후 이들이 주최한 두 번째 공연이었다. 입장권은 번호표가 붙은 장미꽃이었고, 공연 시작 30분 전에는 관객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대 위로 올라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작은 이벤트도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아티스트들이 특정 번호를 불러 해당되는 번호가 붙은 장미꽃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 준비된 상품을 건내주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바 테이블 위에 걸려있는 모니터에는 나무들이 옆으로 줄지어 있는 산책길 사진이 슬라이드로 계속 반복되며 나오고 있었다.
인디계의 떠오르는 밴드 _ 애쉬 그레이
*멤버 개개인마다 쌓인 노하우가 많은 애쉬 그레이.
가장 먼저 무대 위에 오른 것은 애쉬 그레이였다. 애쉬 그레이는 보컬 마현권, 건반 심태현, 기타 노민혁 이렇게 3인조로 구성된 밴드로 작년에 디지털 싱글 앨범 [사랑해.. 기억해.. ]로 데뷔를 한 실력파 인디 밴드이다. 밴드 구성원 개개인들의 경력이 화려한데 보컬 마현권은 드라마 ost에도 자주 참여를 하였고 다비치의 이해리 보컬 트레이닝도 맡은 바 있다. 건반 심태현 또한 여러 가수들과 함께 작사, 작곡을 맡아왔다. 기타 노민혁은 과거 90년대에 소녀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클릭비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였다가 이제는 인디밴드로서 계속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멤버 소개는 애쉬 그레이의 공연 중간에 이루어졌는데 노민혁을 소개하는 순간 관객석이 약간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이번 공연에는 애쉬 그레이의 기존 멤버에서 한 명이 더 추가되어 무대 위에 올라왔는데 J-Story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받은 정원식이 퍼커션으로 도와주기 위해 왔다고 한다. [사랑해.. 기억해..]에 수록된 "사랑이 기억해"를 첫 타자로 부르고 이어서 "너야", "낙타의 꿈", The Scrips의 "We cry" 등 총 6곡을 불렀다. "너야"를 부를 때에는 보컬 마현권이 입으로 "쁘쁘쁘"거리는 마치 트럼펫과 유사한 소리를 내었는데 멜로디언을 입으로 불며 연주하고 있는 건반 심태현과 누가 더 잘 부는지 일종의 대결구도를 펼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오늘은 어쿠스틱 사운드 _ 나루
'산책'이라는 이번 공연의 주제와 걸맞게 공연장에는 인공 나무와 예쁜 벤치가 올려 있었다. 공연 시작 전 폴라로이드 이벤트가 진행될 때 그 벤치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벤치는 나루의 의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었다. "산책"이라는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위해 나루는 일랙 기타 대신에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찰랑이는 모습에 어떤 여성 관객 분은 "미소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관중들을 압도하였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귀를 정화시켜주는 음악이었다.
*일렉 기타 대신 들고온 어쿠스틱 기타도 꽤 잘 어울리는 나루.
2008년에 1집 [자가당착]으로 데뷔를 하고 2009년 GMF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을 펼치다가 현재는 2집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2집 준비가 1년이 조금 넘는데 거의 막바지 작업에 도달했다니 곧 나루의 새로운 음악들을 즐기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에는 즉흥적 영감을 반영하는 음악들에 대해 약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신은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으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 또한 드러냈다. 이번 신보에 들어갈 3곡을 미리 들려주었으며 마지막에는 "좋은날"을 부르며 통기타도 한번 들어주시는 센스를 보이면서 신나게 마무리를 지었다.
일렉트로닉의 새로운 장 _ 모르모토
공연 준비 부터 무언가 육중한 기계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휴식 시간 동안 관객석 위에 좌우로 설치된 커다란 LCD 모니터에서는 "Mormoto(모르모토)"라는 글자들이 반복해서 떠올랐고 전지한만의 특별함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게 하였다. 이후 무대에 등장한 전지한은 승마복을 입고 있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무대에서 작동시킬 기계들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앞으로 선사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기대되는 모르모토.
모르모토는 피터팬 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이 만든 밴드로 오로지 일렉트로니컬 사운드만을 추구한다. 피터팬 컴플렉스와는 또다른 느낌이 든다. 주로 미술관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이번 공연이 있은 다음 날에 어느 한 미술관에서 공연이 있다고 한다. 전지한의 라이브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온 관객들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도 싶지만 늘 다른 시도를 해보이는 전지한의 독특한 세계관을 맛볼 수 있었다.
모르모토의 음악이 시작되었을 때 LCD 모니터에는 각종 선과 다각형들이 등장하며 색과 형태를 바꾸어가고 있었고, 뚜뚜뚜거리는 신비로운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나왔다. 전지한은 자신의 음악에 리듬을 타면서 몸을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흔들어댔고 음악이 진행되는 중에 드럼 소리도 함께 가미되었다. 총 세 곡의 음악만 보여주었지만 한 곡당 텀이 길었고 그렇게 30분 가량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관객들은 흠뻑 빠져 들었다.
감성으로 부르는 노래 _ 몽니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 뮤지션은 몽니였다. 홍대의 휴일에서 하는 첫 번째 공연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도 몽니가 출연을 하였는데 홍대의 휴일 공연에는 정기적으로 출연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공연 중간에 보컬 김신의가 이번 아이티 지진 사태와 관련하여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너져버린 건물 사이로 5살 난 아이가 혼자 살아남았는데 그 이유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지진이 일어날 당시 온 몸으로 자기 딸아이를 감싸안았단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감동을 받았다고 하며 잠시 관객석은 조용해졌다. 이어서 부른 "흔적"의 조용하고 암울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아파하는 한 사람 오늘도 무너지겠죠'라 말하는 가사는 몽니가 받은 감동을 노래로 전달하는 듯 싶었다.
*아이티 지진 사태에 애도를 하는 듯이 노래를 불러준 몽니.
현재 2집 녹음하는데 열중이라고 한다. 올해 4월에 쇼케이스가 있을 예정이다.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라는 곡의 가사 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문장에서 감명을 받아 선보인 "제자리"라는 곡은 진실을 간직하는 세상의 풍경을 염원하는 몽니의 마음이 한껏 엿보였다. "제자리"는 몽니의 신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든 산책
좌석제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산책과 어울리는 뮤지션들이 모여 일요일 밤을 한껏 빛내주었다. 보컬이 모두 남성분들이라 그런지 130석 가량 되는 좌석을 가득 채운 것은 대부분 여성 관객들이었다. 이벤트 선물로도 립클루즈나 바디 로션을 준비했었다니 사운드 홀릭 측에서도 여성 관객들이 대거 올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맥주 한 병과 함께 산책가듯이 편히 들을 수 있는 이번 홍대의 휴일 공연은 휴일인 일요일 밤을 편안함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홍대의 휴일에서 진행될 세 번째에 있을 공연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어 번창하길 바란다.
글 / 조은애
사진 / 박창현
2010.02.11
idea in
첫댓글 전지한씨의 새로운 변신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