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일본불교사연구소"의 학술세미나가 벌써 네번째를 맞이합니다. 연구소의 생명, 연구소의 본질은 학술세미나와 논문집 발간에 있습니다. 적어도 이 두 가지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연구소는 말은 연구소지만 연구소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다 한다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연구활동은 끝을 모르는 일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만이 백년대계가 아니라, 연구 역시 백년대계입니다. 지금 우리가 투자를 하고 노력을 쏟아붓지만 이러한 투자와 노력의 효과가 백년을 지나서야 나타날 수 있다는 뜻에서 "백년대계"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향유할 몫이 아닙니다. 우리의 후손, 우리의 후학의 몫입니다.
내가 향유하지도 못할 백년 뒤의 미래를 위하여 투자를 하고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연구소와 같이 신설 연구소가 출범하자마자 학술세미나를 하고 논문집을 발간한다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입니다. 그것도 꼬박꼬박, 현재까지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그동안 동참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학술세미나 역시 많은 스님들, 많은 후원회원들, 그리고 많은 연구회원들의 정성어린 박수 덕분에 열릴 수 있었습니다.
그 크신 은혜를 생각하면서 저희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하였으나, 적지 않게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애시당초 이번학술세미나는 도겐(道元, 1200 - 1253)스님의 "정법안장수문기"를 교재로 삼으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좋은 번역서를 교재로 구하기 어려웠던 까닭에 급히 주제를 더 넓게 잡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래서 "도겐스님의 생애와 사상"으로 하다보니, 이번에는 발표자를 찾기가 극히 어려웠습니다.
겨우 두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주제 중심으로 하려니 이제는 사람이 없습니다. 백년 전에, 지금 우리가 하는 노력을 아무도 할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학술세미나의 방향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인설관하는 것입니다. 위인설관이라는 말은 좋은 뉘앙스가 아닙니다. 원래 그 소임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 자리가 없었는데 특정한 사람에게 벼슬자리를 주려고 하다보니 자리를 뒤늦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하는 말이 위인설관입니다.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관직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관직이 먼저 있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우리가 공부하고 싶은 주제가 먼저 있고, 그 주제를 연구하여 발표해 주실 선생님을 그 다음에 찾아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 준비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불교학계에서 일본불교 연구의 현단계이며, 우리 불교계에서 일본불교에 대한 관심의 현주소입니다. 할 수 없이, 앞으로는 먼저 발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여 위촉하고 주제는 그분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위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6개월 동안 우리들이 공부할 분야가 매우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학자들보다 우리 청중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같습니다. 내년 봄의 제5차 학술세미나부터 이렇게 "위인설관" 식으로 하게 되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그 자세한 계획은 이 자료집의 뒤에서 밝혀두었습니다.
아울러, 내년 가을의 6차 세미나부터는 이러한 학술세미나의 계획, 즉 발표자 위촉과 논평자 섭외 등의 모든 일을 편집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준비해 갈 것입니다. 저는 비전공자이며, 편집위원회에는 전공자들이 모여있으므로 그렇게 일임하기로 하였습니다. 내년 봄 5차 학술세미나는 지금 발표자와 주제를 섭외하여야 해서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미리 우리가 주제나 범위 정도는 알고 있어야, 6개월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인설관은 정상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기형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어서 빨리 이러한 기형적인 모습이 해소되어서, 법(法)이 먼저 정해진 뒤에 인(人)이 뒤따르는 방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성원해 주실 때 그 시간은 다만 1초라도 당겨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도와주시고 동참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2010년 10월 16일
일본불교사연구소 소장, 동국대 교수 김호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