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김기리
무더위 주위!
무더위 주의!
여름 내내
울리는
쨍쨍,
비상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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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김기리
할아버지
산소 앞에
피었네.
할머니 대신
절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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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김기리
세 끼 밥보다
더
배부른
- 함머니,* 보고 싶어용!
- 엄마, 토요일에 내려갈 게요!
아플 때보다
더
서러운
덩그렁,**
안 울리는
전화통.
* 함머니: ‘할머니’의 사투리.
** 덩그렁: 넓은 공간에 홀로 우뚝 드러나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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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김기리
목련나무엔
목련꽃만,
벚나무엔
벚꽃만,
백일홍나무엔
백일홍꽃만
피지요.
눈꽃은
꽃들 다 떨군
나무 위에도,
꽃들 못 피워 본
풀 위에도,
넝쿨장미 떠나보낸
담장 위에도
안 가리고
고루고루 피지요.
평화롭게
두루두루 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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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를 멈추는 법/ 김기리
매미들이
여리게 세게 강약 중강약
씰씰씰씰 쏴쏴쏴쏴 씰룽씰룽……,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재채기
에쒸에쒸에쒸에에쒸……,
그치지 못하고 에쒸에쒸에에쒸……,
탕- 나무 치니 뚝 그친다.
내 짝 수민이도 음악시간에
두 손바닥으로 입 막아도
재채기가 연달아 나와
왁- 하고 어깨를 탁- 쳤더니
뚝 그치던 재채기
재채기는
매미나 사람이나
깜짝 놀라게만 해주면
쏙 들어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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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 터진 구구단/ 김기리
할아버지와 구구단 공부.
“칠 삼은 이십 일, 칠 사 이십 팔,
칠 오 삼십 오, 칠 육 사십 이……”
- 어, 잘 한다. 다음은 팔 단.
“팔 오 사십, 팔 육 사십 팔,
팔 칠 오십 육, 팔 팔?
팔 팔은……?”
- 몰라?
“팔 육 사십 팔, 팔 칠 오십 육,
팔 팔?
팔 팔은……?”
- 천천히 생각해 봐.
“팔 육 사십 팔, 팔 칠 오십 육,
팔 팔?“
- 옳지, 그렇지. 팔 팔은?
“팔 팔은……?”
- 아직도 몰라?
“팔 팔은?”
- 그래, 그래!
“팔 팔은?
…… 할아버지 건강 나이!”
할아버지가 허허허, 웃으셨다.
나도 헤헤, 웃었다.
- 김기리 동시집 『웃음보 터진 구구단』(아동문예, 2016)에서
카페 게시글
거미줄 사유
김기리 동시집 『웃음보 터진 구구단』(아동문예, 2016)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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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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