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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학 이진석 선생님이 올리신글 옮겨왔습니다.
국립공원 자원활동가를 꿈꾸다!
2013 환경교육기자단 이진석(광주)
2013년 7월 3일 오전 8시 지리산국립공원 자원봉사센터로 가기 위해 시동을 켰다. 장맛비가 제대로였다. 이런 날씨에 과연 누가 올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물결이 거셌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산위를 휘몰아쳐 갔다. 그렇게 빗속을 달려 9시 45분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0시, 장맛비가 여전히 사나웠다. 지리산 ‘자원활동가는 최고다’라는 자부심 때문일까! 드디어 하나둘 회원들이 모이더니 금세 30명을 훌쩍 넘었다. 곧 지리산국립공원 자원봉사센터에 웃음이 가득했다. 빗소리마저 작게 느껴졌다.
지리산국립공원 자원봉사센터는 현대건설이 기증한 1호 건물이다. 이곳에서 많은 자원봉사자와 자원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 시민대학 2기생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공부 중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에 근무하는 강정순님이 자원봉사자와 자원활동가의 차이점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자원봉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각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신청, 등록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원활동가는 매년 자원봉사 교육 10시간 이상과 자원봉사 활동70시간 이상을 할 때 등록,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새삼 자원활동가들의 얼굴이 지리산의 품처럼 너그러워 보였다.
출발 전, 숲길체험 해설가 황인중님이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설명했다. 자원생태 탐방및 자원조사를 할 지리산 둘레길은 이곳 남부사무소에서 오미마을까지 약8km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진 촬영은 필수 코스!!!!! 뒤태 작렬, 앞태 깜짝^^ 찰칵 찰칵 ~~~
오늘 우리가 걸을 길은 지리산 자원봉사센터 ( 4.9km ) - 상사마을 ( 1.7km ) - 하사마을 - 용두갈림길 ( 1.0km ) - 오미 마을 ( 2.1km ) 까지 지리산 둘레길 제14코스 오미~방광 구간중의 일부이다
여기서 잠깐,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장거리 도보길.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고 있다.
사람과 생명, 성찰과 순례의 길!
지리산 길(둘레길)은 지리산 둘레를 잇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 잇고 보듬는 길이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을 통해 만나는 사람,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생명들의 속삭임을 귀 기울려 들어 보라.
외따로 떨어져 지내며 이제나 저제나 사람의 제취를 느끼고 싶어 동구 밖을 하염없이 바라 보는 할머니. 소로 이랑을 갈며 한 해, 한 철 농사를 이어가는 농부. 한 때는 좌, 우로 나뉘어 낮과 밤을 달리 살아야 했던 아픈 상처도 지리산은 품고 있다.
지리산 길의 출발은 순례길. 2004년 '생명 평화'를 이 땅에 뿌리고자 길을 나선 순례자들의 입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단 제안이 나왔다. 그 제안이 다듬어지고 구체화된 게 지리산길(둘레길)이다. 지리산 길은 소외된 지역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 길 위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평온함과 평안, 공존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참 바쁜 세상살이. 살붙이마저 마주 대할 시간이 없다.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마음은 허허롭기만 하다. 지리산 둘레길에 와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시.공의 길을 느껴보라. 처음과 같이 앞으로도 지리산 둘레길은 나눔과 되돌아봄의 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온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순천대학교 산림자원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라고 했다. 김진경(21),권정은(21)양은 이번이 두 번째 참가한 것이라고 하면서 신나 보였다. 이렇게 자원봉사하면 어떠냐고 물어봤다. 자신들은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게 꿈이란다. 구례 화엄사 아래 어디쯤이 고향인데 그래서 지리산과 함께 하는 게 참 좋다고 했다. 지난 달 지리산남부사무소 강정순님의 소개로 처음 참가하게 됐단다. 한번 해보니 넘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서 오늘도 참석했고 계속해서 나오고 싶단다. 그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처음 만난 봉사자분들이 부모님같이 잘해주셔요. 저희가 배울게 넘 많아요.”한다. 그녀들의 입가에 아이스크림 같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다. 그것도 셋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고모 두 분과 함께 서울에서 왔다는 최초롱(25)님이다.
“빗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신걸 보니 대단하다. 지리산은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참가하고 서울에 가서도 자원봉사에 대해 알아봐서 참여하도록 하겠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것 같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게 자원봉사의 힘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뭐라 말을 할 수는 없는 게 있다.”라고 말하는 그녀가 새삼 대견해 보였다.
주위에서 비가 계속와야지 하는 푸념이 웃음소리와 함께 들린다. 금방 햇빛이 쨍하니 떴다가 우의를 벗고 가면 다시 비가 주르륵을 반복한다.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몇 번 반복하고 나니 높은 습도에 땀이 절로 흐른다. 2시간쯤, 대략4km를 걸었다. 지리산 자원활동가로 2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백규 회장님이 섬진강 너머 파란 지붕 옆의 농장이 본인 집이라고 알려 주신다. 시간되면 한번 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회장님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지리산이 좋고, 내가 좋은니까 하는 것이지 누가 시켜서 하면 못해 하셨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쌓이면 무엇보다 자기만족보다 더 큰 보람이 있다고 했다.
하사마을 슈퍼 앞에서 전부 입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숲길체험 황인중해설가의 마무리 말을 들었다. 서로에게 박수를 쳤다. 왼쪽으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원추리가 화사롭게 눈에 들어왔다. 뒤를 돌아다보니 여전히 지리산은 말없이 웃고만 있다. 오전엔 장맛비가 정신없이 퍼붓더니 오후엔 햇살과 비 사이에 서 있다. 오늘 하루 참 고마운 하루였다. 모두가 환히 웃으면서 서로에게 격려의 말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봉사 때 또 보자고 환한 웃음과 함께 아쉬움의 포옹을 했다. 생생한 체험의 현장 속에서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교육 시간이었다. 정상을 정복할 필요가 없고 시간의 제약도 없다. 발걸음이 가는 만큼만 가다 쉬면된다. 말없이 반겨주는 야생화와 마주치며 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둘레길은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가슴에 담아가며 삶을 배우는 길이다.
끝으로 오늘 만난 녀석들 중 지리산 노고단의 대표 야생화인 원추리와 능소화를 소개하고자 한다.섬진강 바람도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는 노고단 봉우리다. 역시나 골짜기 아래에서 치어다보니 봉우리를 채 넘지 못한 섬진강 구름이 가쁜 숨을 삼키며 걸려있다. 지리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이 3대 주봉을 비롯해 고봉준령 들이다. 그리고 크고 작은 산봉들 속에서 자라는 수많은 나무 ,꽃, 새, 나비 들이다. 노고단의 야생화 천지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더구나 노고단 원추리는 둥근이질풀, 미나리아제비,노루오줌 ,흰제비난초들과 노고할머니의 젖을 나눠 먹으며 피어난 야생화의 맏이다
1. 원추리 이야기
원추리 : Hemerocallis aurantiaca Baker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 무리에 흑심을 품지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 ( …중략… )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 언제 어느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중에서>
사는 일이 힘에 부치면 무작정 지리산으로 떠나자. 태양은 뜨거운데 마음 한 켠 어둔 그늘이 깊어만 갈 때 가쁜 숨 몰아쉬며 노고단에 오르자. 쓸데없는 잡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면 노고단 구름바다에 흠뻑 젖어보자. 그리고 세찬 풍우에 흩어지는 노고 운해 사이에 오롯이 피어난 노랑 원추리 꽃을 만나자. 그제야 살아가는 일이 축복이고 생명 하나만으로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놀라운 은총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운해도 흔들리는 1,500m의 고도정상에 비경이 드러났다. 분명 하늘의 신이 천왕봉, 반야봉을 건너뛰다 잠시 쉬어갈 유희의 비원임에 틀림없으리라. 수직상승 구도에서 경쟁, 교만, 집착 따위가 도사리는 저 아래 세상에선 볼 수 없는 온갖 희귀 야생꽃 천지다.
원추리의 말밑 과정은 훤초(萱草)에서 ‘ㅎ’이 떨어져나가 ‘원초’가 되었고, 원초가 모음조화에 의해 ‘원추’,여기에 리가 붙어 원추리가 되었다고 한다. 훤초는 근심을 잊게한다 하여 <산림경제>에서 망우초(忘憂草)라 부르며, 사람이 이 꽃을 보면 곧 근심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였다. 훤초는 우리말로 원추리다. 그리고 부인이 임신했을 때 이 꽃을 차고 다니면 반드시 아들을 낳게 되므로<초목기>에는 훤초를 일명 의남초(宜男草)라 한다. 또 어머니가 머무시는 내당 뒤뜰에 많이 심은 꽃이라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 능소화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thunb) k . schum
옛날 임금의 눈길을 받지 못한 ‘능소’라는 궁녀가 죽어 핀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양반집에만 심던 꽃이라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한다. 서양에서는 ‘Chinese trumpet creeper (차이니즈 트럼펫 클리퍼)라고 부르는데 이 꽃을 보고 트럼펫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동서 양을 막론하고 보고 느끼는 것은 똑같은 모양이다.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식물이다. 특히 다섯 갈래로 벌어진 꽃 속으로 한 개의 암술과 네 개의 수술이 드러나는데 이 노란 수술은 끝이 구부러져 있다. 능소화는 꽃가루에 독성이 있어 눈에 들어가면 치명적이라고 해 함부로 꽃을 만지지 않는다. 그런데 꽃가루에 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갈고리 끝이 구부러져 있어 눈에 들어가면 망막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그런 말이 도는 것이다.
< 능소화 > -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
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서투르게 흉내 내는
바이올린 소리
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
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
능소화의
주황색 손길
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
무구한 눈길 같은
“능소화는 길상사 능소화가 제일이어요”하는 말처럼 숨은 듯 고요한 길상헌과 극락전 사이 단아한 나들문 위로 선홍빛 능소화가 넘실거렸다. 길상사의 능소화는 생명이 오롯한 선홍이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몸뚱어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는 다비식을 하지 말라던 생전의 당부에 만장이나 꽃상여 없이 ‘비구법정’은 “스님, 나오세요 불 들어갑니다.”라는 추모객들의 외침 속에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더 이상 맑고 향기로운 소리, 때로는 천둥 같은 쓴 소리를 들을 수 없음에 오열하던 그들이 이곳 길상사에서 그리움에 서성인다.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 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 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남겼던 법정스님의 독경을 발치에서 듣고 차마 다가서지 못한 채 빨갛게 물만 들이던 ‘선홍이’ 능소화다. ‘선홍이’ 능소화는 스님의 <무소유>가 길상사의 주춧돌임도 알고 있다. 그리고 종교 간에 손을 잡고 얼싸안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자취도 기억하는 선홍이다. 꽃은 들을 줄도 새길 줄도 안다. 다 지나가는 것임을 알기에 맑고 향기로운 도량 길상사다. 고요한 뜰에 선홍이 능소화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결만으로도 충만했다. 지리산 돌담길을 따라…….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생생한 체험과 보다 좋은 추억으로 길이 남을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
다음에 더 멋진글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