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1세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중병을 앓고 있었다. 알렉산더 1세가 생후 2개월이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태어난지 겨우 2개월만에 아버지를 여의었기에 알렉산더 1세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이나 생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자료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서로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은 겨우 2개월, 그 중 진짜로 함께한 시간은 1주일에 불과한, 직접적으로는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에 가까웠지만 간접적으로 그에게 끼친 영향력은 그의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났다.
라인하르트 1세는 승하하면서 알렉산더 1세에게 엄청난 것들을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그것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요약하면 알렉산더 1세는 '역사상 가장 엄청난 상속을 받은 자' 정도로 기억하면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 유산 대부분은 라인하르트 1세가 자수성가한 것이었다.
물론 라인하르트 1세가 제국을 접수한 뒤로는 나름 일이 순탄하게 풀리긴 했지만 그의 태생은 웬만한 평민만도 못한 신세일 정도로 비참하였고 성장사도 비참하였지만 결국에는 극복해내고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것도 자기 능력으로 말이다. 이러한 아버지를 둔 알렉산더 1세에게는 어릴때부터 유형무형의 압박이 들어왔다.
라인하르트는 재위기간과 집권기간을 합쳐 4년을 넘지 못하는 기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4년간의 행적은 2년에 한번씩 새 세기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수명은 너무 짧았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그의 은덕을 입은 제국민들은 그를 그리워했고 동맹 시민들도 자신들의 미래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위대한 지도자,그것은 필히 후계자나 다음 후임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자신의 업적이 아닌 혈연으로만 물려받았을 뿐인 후계자의 경우 그 부담이 특히나 더하였다. 심지어 주변인물들도 그에게 못해도 전임자의 업적을 훼손하지 않을 만큼은 잘 할 것을 요구하였고 라인하르트의 업적이 너무나 위대하였기에 그것으 지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노력과 능력이 필요한 일이었으나 알렉산더 1세는 이를 들어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렉산더 1세 역시도 아버지의 업적이 너무나 위대한 나머지 그를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모셨던 구신들로부터 아버지의 업적을 들을 때마다 가끔씩 과장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기도 했고 존경심을 담아 뢰벤브룬의 자신의 집무실에 커다란 아버지의 초상화를 모셔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알렉산더 1세는 아버지를 질투하였다. 너무 위대한 업적을 남겨놓은 나머지 자신은 뭘 해도 아버지와 비교당하였다. '선황제께선 더 잘 하셨을 것...", "아버지가 더 나았다." 등등...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살았다. 때문에 알렉산더 1세는 골덴바움 왕조의 황제들 중에서 코르넬리우스 1세에게 가장 잘 공감되었다.
코르넬리우스 1세 또한 위대한 명군인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의 '자식'으로서 즉위한 황제로 그 또한 위대한 명군이 선황제였던 사람으로 그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뛰어넘을만한 업적을 세우고자 동맹령 정복을 시도한 사람이자 라인하르트 등장 전까지 유일하게 성공 직전까지 간 사람이었지만 아쉽게 실패한 사람이었다.
알렉산더 1세는 그런 코르넬리우스 1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조그맣게 코르넬리우스 1세의 사진 액자를 놓으며 혼자 있을 때 가끔씩 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의 치세에 제국이 폭발적으로 팽창한 것 역시도 제국의 상황이 팽창을 요구로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의 아버지에 대한 강한 의식을 극복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라인하르트 치세에 제국은 긍정적인 지표에서는 많은 것이 늘어났다. 그러나 딱 하나 늘어나지 않은게 있었는데 바로 인류사회의 영역이었다.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한편으로는 그덕에 그것이 알렉산더 1세가 라인하르트 1세와 차별화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알렉산더 1세는 조급함에 일을 망쳐버리는 흔한 지도자들과는 달리 그 옛날의 코르넬리우스 1세가 동맹령 정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듯 근시안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공을 바라보며 움직였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에 대한 강한 의식은 그에게 정말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의 발끝은 따라가야 하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버지처럼 검소하고 아버지처럼 사생활이 깨끗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고 보면 라인하르트 1세의 인격과 알렉산더 1세의 인격은 꽤 차이가 많이 났는데 둘의 수명이 극단으로 갈렸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둘은 같은 나이 때에도 알렉산더 1세가 더 어른스럽고 인간성도 더 좋다는 평을 받는데 이 역시도 아버지를 넘어서고 싶은 알렉산더 1세의 강박감과 욕망의 산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