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에 없는 부슬비가 늦은 오후, 내리기 시작할 무렵, 담배를 꼬나문,
고참들 3명이 상가 앞에 죽치고 있다. 화창한 날을 기대한 반란이었지만,
그 반란의 신참들의 강우제 때문인가,, 기상조짐부터 심상찮다.
초대되지 못한 승환이 나타날 무렵, 그 조짐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엔
내가 더미를 뜨야 이 조직에 버틸 수 있다. 이미 나의 존재를 가장 부정하고
있는 인물,,,승환,, 그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각자 집에 숨겨놓은 비상 가출도구가 봉고차 앞에 수두룩하다. 텐트 3동,
불판 2장, 가스버너 2개, 렌턴 4개, 침낭 4개,,, 알만하다,,,, 40대 후반을 접어드는
이 남자의 가출본능을,, 반항본능을,,,
40대를 넘으면 집에서 부부싸움은 포기해야 한다, 기껏 반항이야 단기간 가출통보,,
이 정도일거다.
비오는 고속도로를 접어들자, 누구도 쌀,, 라면,,,삽겹살,,,,을 준비한 사람이 없다,, ???
열씸히 텐트, 코펠만 차에 쑤셔넣었을 뿐,,, 줸장,,, 어디서 사남,,,?
도착하면 한두시일텐데,,
이 허수룩한 고참들,,,
이천에서 고속도로를 내렸다.. 단지 이유는 마트가 묻닫기 전에,,, 뭘 사야만 했다.
열씸히 곽교관, 승환이 사러간다. 12만원어치를 사고 의기양양하게,, 봉고차에 올랐다.
다시 고속도로,,,
이 야밤,,봉고차에서 그냥 있을 순 없어, 펫트병 맥주를 깐다.. 이런 줸장,,,
이 허술한 고참들,,,
컵도, 안주도 없다.. 과자 부스러기 하나 없다... 우리 뭐하러 가는겨???
플라스틱 사발에, 생라면스프로 맥주 펫트병을,, 소주병을,, 깠다.
오줌 마려운 허수한 고참은 휴게소 대신 톨게이트에서 나란히 오줌도 누고,,,,
새벽 한시,,, 간월재 앞,,, 텅빈 공터 ?? 우하하
마치 우리를 위한 야영장이 펼쳐있었다. 바로 10미터 아래에는 계곡,,
탁월한 자리선택에 스스로 뿌듯해하며,,,
열심히 텐트 치고,,
안주라곤 달랑 삽겹살,,,김치,,,소주,,,맥주
이 허술한 고참들,,,,이 야밤에 산속의 정취는 좋은데,,, 부실한 준비는
고참의 반란이 얼마나 무지하고 부실한가 보여준다.
그래도 이 부실함을 이기고 앞으로 성실하고 모범적인 고참이 되자는
비이성적인 발언들이 난무한다.
텐트는 6인용, 4인용, 4인용,,, 모두 3개를 가져왔는데,,,
자는 곳은 각자 따로 따로 땅바닥 2명, 차 안 1명 ,,,
아침 8시,,왠 차소리가 머리 맡에 가까이 다가온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차에서 내리고
침낭에 얼굴만 쏙 내밀고 굳건히 잠을 자는 듯히 눈을 꾹 감은,,
날 쳐다보는 눈길이 따갑게 느껴진다.
아,,,주차장,,
주차장에서 우린 노숙한거구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휴가객의 차량 진입으로, 어쩔 수 없이
기상한다. 이 공터가 주차장이었구나,,,,
간월재는 기상악화, 사전예약제로 제대로 올라가보지 못한 채,
원래 목적인 보현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에서 최고 높다던 보현산으로,,,고고
근데 보현산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남아 도는 아쉬운 시간들
고참들은 이 방황하는 시간, 아쉬운 시간을 참지 못한다,
요 근처 어디라도 일단 가보자,,, 방향을 잡은 곳은
곰돌이 활공장,,왜 곰돌이 활공장인지 몰랐다.
졸려 꾸벅꾸벅 조는 차 안에서 곰두리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이 고참들이 심심해서 유원지 놀러가는 구나,,,
어느 순간,, 멋진 산속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훤히 트인
이륙장,, 곰돌이 활공장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은 스마트한
활공장,,좌측에서 탑랜딩이 가능하도록 잘 정비되어 있는 활공장이었다.
곽교관은 현지 팀과 14차례의 통화 끝에 이 이륙장에 도착한 터라,
기대가 부풀었건만. 바람이 측배풍이다. 누군가는 이 이륙장 사진을
하늘에서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럴만도 했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바로 올라가면 금방 1,500미터를 잡을 수 있는 산세였다.
조금 뒤 누군가 이륙장에 도착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패러팀,,,
세분이 오셔서 친절한 인사말과 안내를 해 주신다. 여긴 가을에 좋다고 한다,
지난주 토,일에도 정말 기막힌 비행을 했다고 한다. 2,000은 간단히, 3,000미티도
간혹 올라선다고 한다. 산세가 그런 산세였다. 울산에서 40분 거리이고, 간월재
아니면 이곳으로 비행을 온다고 했다. 자동차팀은 3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낮에도 비행하는 횟수가 많아, 자주 온다고 한다. 어느 팀원은 7년동안 무려
2,000회 비행을 했다고 한다.
좋은 인연을 맺은 것을 감사해 하며, 곰돌이 활공장에서의 비행은
이번 가을로 미루고, 원래의 목적지인 보현산으로 다시 향한다.
보현산 가는 길,,, 4차선대로 옆 농로에서 라면을 끓인다. 언제 사왔는지,,
햅반이 3개 놓여져 있음은 고참의 철저한 경제적인 관념에서 시작되었음은
불 보듯 뻔하다. 지방의 유명 먹거리,, 이런 호사스러운 단어는 아예 꺼낼
수도 없다. 경제적으로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원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집행부의 지론인 것 같다. 텐트에 라면,,,,호사스럽다면 비행 마치고
각자에게 던져진 쭈쭈바 하나가 그 여유로움이다.
보현산 9부 능선부터 구름이 걸려 있다. 바람이 쎄면 구름이 날라갈텐데..
바람이 보현산 머리맡에 머물러 있다. 이 높은 1190미터의 천문대 정상과,
1130미터의 시루봉 이륙장에서도 여름엔 바람도 제 더운지 머물러 꿈적하지
않는다.
더미는 역시 승환이가 맡았다. 클럽내 제 위치에 불안감을 느꼈는지,, 더미로서
그 역할을 다하려 한다. 착륙 후 구름 운행이 처음이라는 승환,,, ㅋㅋ 많이 놀랬을
것이다. 나 역시도 첫 비행에서 구름이 워낙 짙게 끼여, 방향 감각을 3~4분
잃었었다. 물론 나침반은 준비했었지만, 능선이 아예 안 보여서 바싹 너무 긴장했고,
오른쪽으로 너무 나아가 착륙장까지 고도도 모자를 판이었다.
역시 시루봉 등산객에게 우리는 신기한 존재로 여겨지나보다. 여름 휴가객이
꼬치꼬치 패러에 대해 물어본다. 나의 징크스는 이런 물음에 일일이 대답하면,
이륙실패가 있다는 거,, 패러준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괜히 위세를 내세우려는
심리가 올라와서 일까…
이번에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다가, 하체부실로 옆으로 스텝을 밟는
우스꽝스런 연출로 이륙실패를 감행한다.. 요런,,줸장,, 쪽팔았네,,,,,내가 마치 패러에 대해
아는 것처럼 다 이야기했는데,,,
어~~휴 이번에도 나의 징크스 발현,,
아래 착륙장은 천문대교육센터의 운동장,,, 마치 광탄의 착륙장 분위기이다.
초보자들에겐 위험한 착륙장,, 앞에는 높다란 고압선이 위치하고 뒤면엔 와류권이 형성
될 수도 있는 곳,,
나와, 성탁형, 곽교관이 자연스레 팬서비스를 연출하며, 여름 휴가객의 박수를 자아낸다.
구름을 지나온 터라 그 비행소감도 만만찮다. 보령 성주산에서 구름 비행을 서너번 했지만
이번 보현산처럼 오랫동안 구름비행을 한적은 없었다. 또한 보령 성주산은 그냥 앞으로 직진하면
바로 착륙장으로 향할터였지만, 이번 보현산은 직진해서 나아가 어느 순간 좌턴으로 골짜기를
돌아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 좌턴의 순간을 언제 잡아야 할 지 모르는 곤혹감이 있었다.
아래에서 바라봐주는 열 여명의 젊은 친구들의 회식모임,, 바로 위로 살짝 지나가는
착륙루트를 잡더라도 튈 염려는 없었다.
오후 7시 비행이 마무리 되고, 역시 럭셔리~~~,,, 사만코 붕어 아이스크림으로
고참의 성공적인 반란비행을 자축했다.
비록 이번 원정이 고참들의 반란비행이라는 명목이었겠지만,
장거리 연속 2주 비행에 대한 고참들 체력 테스트를 몸소 한 것이었고,
음,,, 가을 그 좋은 가을 하늘을 위한 사전 답사차원이었음을 겸허히
알리구,,,
근데,,, 3주 연속 원정은 안될까??
이번 주말은 지리산 가는뎅,,, 구제봉도 있고 망운산도 있는뎅,,,,
첫댓글 마트에서 먹거리 사고..그 옆에서 뻐다귀 해장국도 먹었잖어..맛~~있었어..ㅎㅎ
장은 묵은 장이 최고여! 3주 째 회장님만 ok면 나도 콜!
콜..
근데 이러다 우리 쫓겨나는거 아닌지,,ㅎㅎ
지리산 구제봉.형제봉.남해 망운산은 같은 곳은 담번 대장정비행을 위하여 사전 답사가 필요하긴하지..
이번에 다녀온 곰돌이활공장도.지금은 착륙장 조건이 좋지 않지만,가을에 추수가 끝나면 모두 댈구 대장정비행으로 가도 좋을 만한,아주 멋있는 활공장임을 확인하고 왔듯이.. 또 답사 비행 함 가봐..???
아 역시 잡지사에 다닌다더니 일필휘재(이거 맞나?)하네.... 틀려도 곱게 봐줘
근데 또 가자고요? 이번주 에이 난 근무 담주 부터는 휴가.........
더미.....싸게 팔까요? 걍 드릴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