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산업과 손잡은 윤동주시인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시인이라고 하면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사람 배고프게 생겼구먼.”이라고 말할 정도로 돈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사람의 깊숙한 내면세계를 관조하면서 고뇌하며 만들어진 시어(詩語)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맺힌 한을 풀고 응어리진 마음을 가다듬게 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시인을 돈과 견줘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고매하고 순결한 인물의 대표 격으로 시인을 부른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시인이 있기에 사유는 풍부해지고, 시인과 함께 마음껏 생각이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詩作)을 전업으로 먹고 사는 시인은 없는 듯싶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시인, 농촌에서 밭을 가는 시인, 회사에 나가는 시인, 목사나 신부 또는 스님의 신분을 가진 종교인으로서의 시인 등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도 다양하다.
시인도 한 사람의 생활인이기에 가정을 꾸려나가는 방편은 하나씩 있어야 될법하다. 예전의 시인들은 대부분 벼슬길에 올라 국가를 위한 봉공을 하면서 시를 읊었기에 따로 시인이라고 불려지질 못했다. 과거시험을 치르며 처음부터 시작(詩作)과 떼려야 뗄 수없는 공부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벼슬을 하지 않은 낙방거사들도 풍치 좋은 정자에 모여앉아 시 한수를 읊는 것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기도 하고 무료를 달래기도 했을 터이니 그들이 모두 선비라고 불려지는 시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서시’의 주인공인 윤동주가 대구에 나타났다. 게다가 사양길에 들어섰다고 말끝마다 호들갑을 떨던 대구의 간판 섬유산업과 손을 마주 잡았다는 것은 또 무슨 일일까. 말로만 들어왔던 민족시인 윤동주와 섬유산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궁합이 맞을 성 싶지 않은데 어찌하여 갑자기 합방이 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얽힌 사연을 풀어보자. 윤동주는 1945년 2월 조국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한다. 윤동주가 투옥된 것은 불과 1년 전이었으나 함께 투옥된 고종사촌 송몽규는 이미 항일투쟁으로 인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그들 두 사람은 만주 땅 용정에 있는 명동촌 에서부터 함께 자란 사이로 연희전문을 거쳐 일본까지 동행하며 조국을 위해서 의식을 키워온 사람이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저승길조차 한 달 사이를 두고 함께 가는 끈질긴 인연을 가졌다. 그들은 악랄한 일제 경찰의 고문에 이어 기결수가 된 이후에는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건장한 20대 청년으로 팔팔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주사와 약물투입에 의해서 시름시름 앓다가 고통 속에 죽어갔다. 사인을 조사할 수도 없는 외국의 하늘 아래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큰 뜻을 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어갔지만 윤동주가 남긴 시는 우리 문학사에 우뚝 솟은 금자탑이 되었다.
그의 서시는 이미 국민의 시다.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외치고 있는 그의 절규는 조선민족 전체의 외침이었으며 왜적에 맞선 혁명가의 다짐이었다. 서시는 절창(絶唱)이 되어 뮤지컬로 공연되며 크고 작은 문학 모임에서는 서시 낭송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때맞춰 윤동주 문학사상선양회가 발족되어 박영우를 회장으로 선출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 행사의 일환으로 윤동주가 대구지방에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대구 서구청(구청장 서중현)에서는 아무 연고도 없는 윤동주를 대구로 모셔와 11월29일 서구문화회관에서 ‘문학과 섬유의 만남’을 주최하는 남다른 센스를 발휘한다. 대구 섬유염색 산업에 민족시인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접목하는 이 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왕식은 “지역 특산품인 섬유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문학을 소재로 상품화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지역염색업체들이 총동원되어 시구(詩句)를 새겨 넣은 넥타이, 스카프, 와이셔츠 등 의류제품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기획이다. 한국농촌공사(사장 홍문표)에서도 특별후원을 맡고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은 윤동주상 시상식에서 특강을 통하여 한글 디자인의 매력을 펴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윤동주문학상은 박라연시인, 평화상은 오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교수, 민족상은 이종환 관정문화재단 이사장, 예술상은 김종학 서양화가, 해외동포문학상에 김관웅 연변대 교수, 특별문학상은 김우종 문학평론가가 각기 분야에서 출중한 업적을 남겨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서구청과 대구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는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서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계기로 대구 섬유산업이 왕년의 번성을 회복하여 고용과 소득의 증대로 이어지리라 의심하지 않으며 ‘문학의 산업기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첨병이 될 것이라고 축하하는 마음 가득하다.
첫댓글 문학과 섬유의 만남으로 대구 섬유산업이 왕년의 번성을 회복하여 어려운 한국경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