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1년.
질 들뢰즈는 좌파라는 것은 먼저 세계를 내다보는 것, 멀리 내다보는 것- 우리 동네의 문제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제3세계의 문제를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반대로 좌파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민중 계급과 노동 계급에게 좌파 정치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감내하는 것들을 아주 실용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 계급인 우리 부모님은 시공간적으로 먼 곳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바라보았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영감을 받은 정치적 기획이 아니라 항의에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혁명이 제대로 한번 일어나야 하는데.”라고 되된다 해도 이는 다른 정치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된 생활 조건과 참기 힘든 부정의와 관련된 틀에 박힌 표현이었다. 우리는 혁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것이지는 자문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닥친 모든 일이 불가사의한 힘-우파, 부자놈들, 거물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혁명은 하나의 신화에 맞서는 또 다른 신화인 양 우리에게 소환되었다. (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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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의하면 ‘지금–여기’(우리 고장)에서 ‘나중–거기’(제3세계)를 바라보는 자세가 좌파이고 진보이다. 우파가 말하고자 하는 ‘지금-여기’는 ‘우리와 고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우파는 자기를 둘러싼 가족과 소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우파가 대체로 이러한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 포항에서는 지식인이나 교양인라고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이 좌파를 비난하면서 탐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