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두 요목 해설(손정윤교무, 허공을 삼켜라) 중에서 발췌 정리

의두 요목 해설(손정윤교무, 허공을 삼켜라, 원불교출판사 원기 79년)1       1조 : 세존이 도솔천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이미 왕궁가에 내리시며, 모태중에서 중생 제도하기를 마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우리의 성품자리에는 도솔천이다 왕궁가다 하는 공간적 구별이 없다. 분별심을 가진 인간은 공간 개념에 묶여서 살아간다.   o 모태중에 있다, 중생제도를 마쳤다는 시간적 구별이 없다. 인간은 공간 개념 뿐만 아니라 시간 개념에 얽매어 개미 쳇바퀴 돌 듯 살아간다. 공간 개념과 아울러 시간 개념을 타파해 버리면 그 때 비로소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다.   o 도솔천을 떠난다(去), 왕궁가에 내린다(來)는 구별이 없다. 오고 간다는 구별이 없기 때문에 태어난다 죽는다는 사량분별도 없다. 여여자연 불생불멸의 진리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o 도솔천이다 왕궁가다 중생제도다 하는 일체의 분별사량이 없다. 일체의 분별시비를 다 놓아 버릴 때 비로소 이 세상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은 가장 즐거운 것이다. <분별시비도방하>의 경지라야 말로 자유요 해탈이며 자기완성인 것이다.      2조 : 세존이 탄생하사 천상 천하에 유아독존이라 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여기에서 말하는 유아는 형상있는 육신의 나, 분별시비 삼독오욕에 사로잡힌 거짓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깨친 마음 곧 청정자성‧본래면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참 나, 큰 나를 말하는 것이다.   o 나의 깨친 마음은 나 혼자만의 마음이 아니라 우주의 주인이요 이 세상에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무궁 무진한 조화를 부린다.   o 나의 깨친 마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깨친 마음도 이 세상에서 가장 높다. 나 혼자만 높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높은 것이다. 나만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생활이 된다.   o 사람만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라 세상 만물이 다 유아독존이다. 다시 말하면 존재하는 것은 다 존업하다. 천지 만물은 진리의 화현이요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다.   o 태어나자 마자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했다니 말도 안 된다. 언어 문자의 형식 논리로는 진리의 세계 근처에도 못 간다.   3:      3조 : 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니 대중이 다 묵연하되 오직 가섭존자만이 얼굴에 미소를 띠거늘, 세존이 이르시되 내게 있는 정법안장을 마하가섭에게 부치노라 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현상세계에서 보면 꽃 한송이는 보잘 것 없는 한송이 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본체세계에서 보면 꽃 한송이는 그대로 우주 전체다. 이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다.   o 꽃 한송이 드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나 서가모니불은 심신의 힘을 다 뭉쳐서 들었다. 크고 작은 일,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는 일이 따로 없다. 법당에 앉아서 기도하고 설법하는 것만이 불법이 아니다. 마당 쓸고 거리 청소하는 것도 다 불법이다.   o 서가모니불의 마음과 가섭의 마음은 하나였다. 이심전심이요 심월상조였다. 형상있는 육신은 각양 각색이라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형상없는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음이 서로 하나가 되면 천리를 떨어져 살아도 늘 같이 있는 것이요, 마음이 서로 따로 따로라면 한 솥밥을 먹으면서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삼세의 제불 제성이 서로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佛佛繼世하고 聖聖相傳하는 것이다.   o 스승과 제자 사이에 법맥는 사사로운 정으로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깨쳐 스승의 마음과 하나가 되면 법통을 가져가는 것이다.   4       4조 : 세존이 열반에 드실 때에 내가 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르기까지 이 중간에 일찍이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노라 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녹야원은 서가모니불이 최초로 설법한 곳이요, 발제하는 최후로 열반에 든 곳이다. 저기는 녹야원이요 여기는 발제하라는 공간적 개념이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모래 한 알 같은 곳이면서도 우주 전체다.   o 최초설법 최후설법이라는 시간적 구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서가모니불이 비록 49년의 설법을 마치고 열반의 세계에 들어갔지만 결코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래는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는 것이라, 언제나 상주설법을 베푸는 것이다.   o 팔만사천 법문을 설했다는 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처님은 형상있는 것은 모두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세계를 설하기 때문에 한 법도 설할 것이 없는 것을 설하는 것이다. 일체의 집착에서 떠나는 법을 듣기 때문에 한 법도 들을 것이 없는 것을 듣는 것이다.   o 팔만사천 법문은 다 방편설일 뿐이다. 법문 그 자체에 얽매이지도 말고, 법문을 설했다는 생각도, 법문을 들었다는 생각도 다 놓아버려야 하는 것이다.      5조 : 만법이 하나에 돌아 갔다 하니 하나 그것은 어디로 돌아 갈 것인가.    o <만법귀일 일귀하처>라, 만법은 천차만별 형형색색으로 나누어 있는 현상세계를 말한다. 수많은 인류가 이름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그 근본자리에서는 하나이다. 인생과 우주 삼라만상이 하나로 돌아가는 자리, 그것은 곧 우리의 근본마음, 청정자성이다. 만법이라는 것은 상대 개념이요 하나라는 것은 절대 개념이다.   o 만법을 파도, 하나를 물로 비유할 수 있다. 파도와 물은 하나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인간 마음속의 온갖 번뇌망상이나 사심잡념은 모두 파도와 같은 것이다. 번뇌망상을 잠재우고 사심잡념을 제거하면 청정자성이 나타난다.   o 만법은 차별현상이요 하나는 평등현상이다. 인간의 현실세계는 차별이 심하다. 그러나 차별은 영원한 차별이 아니다. 결국은 평등으로 돌아간다.   o 차별에도 묶이지 않고 평등에도 묶이지 않아, 차별은 평등이 되고 평등은 다시 차별이 된다. 평등은 보편성이라면 차별은 특수성이다. 오늘의 세계는 개성시대이다. 개성은 곧 차별현상이다.   o 만법은 있는 것이요, 하나는 없는 것이다. 색즉시공 이지만, 다시 공즉시색이 된다. 하나에서 다시 만법이 생긴다. 만법귀일 일귀만법이 되는 것이다.   o 하나라는 것에 집착하지 말아라. 하나는 우리의 근본마음이다. 마음이라는 것까지도 다 놓아버려야 한다. 마음에 집착하면 법박에 떨어진다. 법박에서 다시 천만가지 사심잡념이 일어나는 것이다.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그곳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6조 : 만법으로 더불어 짝하지 않는 것이 그 무엇인가.   o <不與萬法爲呂者是甚麽> 소태산 대종사가 혈인기도를 끝내고 처음 변산 월명암을 찾았을 때 이 화두가 벽에 걸려 있었다.   o 만법은 현상세계이다. 차별있는 현상세계는 상대적으로 건설되어 있다. 이러한 차별세계, 상대관념을 떠나서 홀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세계요 만법귀일의 세계다. 1,700화두가 그 표현은 각각이나 그 뜻은 결국 다 같은 하나인 것이다. 차별이 없는 평등의 세계, 상대적인 것을 넘어선 절대의 세계, 그것은 곧 우리의 본래 면목이요 일원상의 진리이다.   o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에 도달한 큰 도인을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떤 상대적 관계에서 살아간다. 부모 자식 스승 제자 등 상대적 관계에 묶여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유아독존의 경지에 도달하면 자유롭게 살아간다.   o 하늘은 아무 말이 없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으나 무위이화로 만물을 살린다. 마찬가지로 만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도인은 가장 절실한 현실 속에서 일체중생과 더불어 살되 조금도 섞이거나 물들지 않는 것이다.    7조 : 만법을 통하여다가 한 마음을 밝히라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만법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주의 삼라만상 곧 차별세계‧현실세계를 말한다. 또 하나는 인류 역사상에 나타난 모든 성자의 가르침 곧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말한다. 한 마음 밝힌다는 것은 진리를 깨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청정자성을 찾는다는 뜻이다.   o 우주의 모든 차별현상은 진리의 나타남이다. 우주가 성주괴공으로 변화하고, 일년이 사시로 바뀌는 것을 통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o 종이로 된 경전만이 경전이 아니다. 천지 만물이 그대로 경전이다. 만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서 진리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성자의 입으로 설하는 법문만이 법문이 아니다. 새소리 물소리도 법문이요 비오고 바람부는 것도 법문이다.   o 내가 믿는 종교만이 참 종교가 아니요 내가 모시고 받드는 성자만이 참 성자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 모든 성자는 다 나의 인생길을 밝혀주고 진리를 깨우쳐주는 스승이다.   o 만법을 통하여다가 한 마음을 밝히는 공부는 곧 무시선 무처선,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생활이다. 여기서 통하여란 말은 거울삼아, 스승삼아란 뜻이다.      8조 : 옛 부처님이 나시기 전에 응연히 한 상이 둥글었다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고려시대의 자각국사가 (古佛未生前凝然一相圓釋迦猶未會迦葉豈能傳)이라 한 말에서 유래했다. 원불교에서는 초기 교서인 <불법연구회 근행법>에 처음 <古佛未生前凝然一相圓>이라 썼고, 이 무렵부터 불단에 모신 목판 일원상에도 썼다. 일원상의 유래를 설명할 때 흔히 인용하고 있다. 옛 선사들도 궁극적 진리를 일원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o 일원상의 진리는 우주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해 있었다는 뜻이다. 원불교에서 인생과 우주의 궁극적 진리를 일원상이라 한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으로부터 비로소 신앙의 대상 수행의 표본으로 확립된 것이다.   o 진리가 아무리 무시무종이요 불생불멸이며 영원 무궁하지만, 사람이 깨치지 못하면 진리가 있는 줄도 모른다. 진리를 모르면 진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o 무한한 우주는 무시무종이요 불생불멸이요 영원무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리도 영원무궁한 것이요 불생불멸한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깨달아 우리에게 가르쳐 준 서가모니불이나 소태산 대종사도 불생불멸한 것이다. 이러한 성자들을 표준삼아 그 가르침을 배워가고 마침내 우리도 소태산 대종사와 하나가 되고, 일원상의 진리와 하나가 되면, 결국은 영원한 생명을 얻어 여여자연한 것이다.    9조 : 부모에게 몸을 받기 전 몸은 그 어떠한 몸인가.   o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과 같은 경지다. 궁극적 진리 그 자체를 말한다. 몸을 받는다는 것은 본체계에서 현상계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달그림자로 나타나기 이전의 달, 그것은 하늘의 달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오직 하나뿐인 그 달이다. 부모로부터 몸을 받기 이전의 그 몸은 하늘의 달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를 청정법신이라 한다.   o 부모로부터 몸을 받는다는 것은 현생이요, 받기 이전은 전생이다. 전생‧현생‧내생을 삼세라 한다. 삼세는 끊임없이 돌고 돈다. 마치 해가 뜨고 지듯이,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듯이 영원한 세월에 육도윤회로 돌고 도는 것이다.   o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다 나와 혈연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모든 인류를 내부모 형제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내가 몸을 받기 이전의 그 몸이나, 다른 사람이 몸을 받기 이전의 그 몸은 다 같이 청정자성이요 법신이다.   o 부모로부터 몸을 받는 그 몸은 전생의 과(果)요, 받기 이전의 그 몸은 현생의 인(因)이다. 인과의 관계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금생에 짓는 것은 내생에 받게 될 인(因)이 되고, 금생에 받는 것은 전생에 지은 과(果)이다. 나고 죽는 것은 인과의 이치따라 돌고 도는 것이다. 잘 태어나려면 잘 죽어야 한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10조 : 사람이 깊이 잠들어 꿈도 없는 때에는 그 아는 영지가 어느 곳에 있는가.   o 잠을 잔다는 것은 육근동작을 쉰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낮에 활동할 때에는 몸과 마음이 함께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둘기가 몸은 산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속담처럼 사량계교심으로 사는 사람은 마음이 잠시도 한 곳에 있지 않고 천만경계에 끌려 다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잠을 잘 때에도 육근이 완전히 쉬지 못하고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그 꿈이란 것은 평소에 마음이 끌려 다니는 곳으로 생각이 가게 되는 것이다.   o 평소에 마음공부를 잘하여 자기의 본래면목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항상 텅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 일이 있을 때에 마음이 일어나고, 일이 끝나면 무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이 있을 때는 그 일과 하나가 되어 주객일체 물심일여가 된다. 아무리 천만경계를 대하되 경계에 마음이 끌려가지 않는다.   o 이런 수행자는 자기 자신을 이익을 위해서는 한 물건도 취하지 않는다. 항상 철저한 무소유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건지고 중생을 제도하는 입장에서는 한 물건도 버리는 일이 없다.    11조 : 일체가 다 마음의 짓는 바라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一切唯心造>. 이 세상 모든 일은 다 사람의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짓는다. 존재론적 입장이라기 보다는 가치론적 입장, 우주론적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는 주로 인간의 행 불행, 선과 악도 자기의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o 인간의 모든 행동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의 모든 일도 마음의 조화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과학의 발달도 마음에서 오는 것이요, 나라와 나라사이의 전쟁도 마음의 조화이다.   o 마음은 이처럼 우주만유의 조물주요, 무궁무진한 조화를 부린다. 인간의 모든 행동, 세상의 모든 일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정 모든 생각도 마음의 조화이다.   o 그러나 마음은 아무데도 없고 아무 형상도 없다. 누가 마음의 모양을 보았는가. 누가 마음의 모양을 그려 보았는가. 누가 마음을 두 손으로 잡아 보았는가.   o 마음은 우주만유의 조물주라, 마음을 찾고,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공부 곧 마음공부가 가장 큰 공부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부려쓸 줄 아는 사람이다.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사람은 천만 경계에도 끌려 다니지 않는다.      12조 : 마음이 곧 부처라 하였으니 무슨 뜻인가.   o 예로부터 불가에서 <是心是佛> <心則是佛> <則心是佛> 그 뜻은 같은 것이다.   o 진리를 깨친 마음이 곧 부처와 같다는 뜻이다. 부처란 깨친 사람이란 뜻이요, 깨친다는 것은 마음을 깨친다는 뜻이다.    인간은 진리를 깨쳐야만 삶의 의미,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이 가치 있게 살고 살지 못하는 것은 진리를 깨치고 깨치지 못하는 차이인 것이다. 진리를 깨친다는 것은 우리의 본래마음을 찾고 깨친다는 것이다. 마음을 깨치면 내가 곧 부처요, 극락이다. 마음은 우주의 주인이요, 만물의 창조주이다. 마음을 깨치면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쓸 줄 알게 된다. 깨친 마음은 텅 빈 마음이요 무심이다. 텅 빈 마음이라야 삼독 오욕심이 없다. 삼독 오욕심이 없기 때문에 죄업을 짓지 않는다. 죄업을 짓지 않기 때문에 생사 거래에도 얽매이지 않고, 육도 윤회에도 끌려 다니지 않으며, 천만경계에도 내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o 그러나 마음을 깨치지 못하면 전도몽상한다. 불나비가 불을 보고 아름다운 꽃인 줄로 잘못알고 날아들어 타죽듯이, 애착‧탐착‧삼독심에 빠져 악도세계에 떨어진다. 깨치지 못한 마음은 온갖 고통과 죄악의 근본이 된다. 모든 것이 텅 빈 진리를 모르기 때문에 형상 있는 것에 집착하여 온갖 죄업을 짓고 고통을 받게 된다.    13조 : 중생의 윤회되는 것과 모든 부처님의 해탈하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o 중생은 천만경계에 끌려 육근동작을 하게 되므로 악업을 짓게 되고, 지은 업에 끌려 육도윤회를 하게 된다. 중생에게는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 六境이 되어 참 마음을 빼앗아간다. 경계에 마음이 끌려 십악업을 짓게 된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살생, 남의 것을 훔치거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빼앗는 투도, 부부가 아닌 관계에서 부당하게 육체적 향락을 취하는 사음, 거짓말이나 진실하지 못한 허망한 말을 하는 망어, 도리에 어긋나고 교묘하게 꾸며서 남을 속이는 기어, 한입으로 두말하는 양설, 남을 비방하고 욕하고 저주하고 화나게 하는 악구, 재색명리를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탐욕, 화내는 마음이나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진에, 인과보응의 이치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사견 등의 십악업을 짓기 때문에 육도윤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o 모든 부처님은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쓰기 때문에 육근동작에 항상 선업을 짓게 되고, 경계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자유자재로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생사 거래에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모든 부처님이 인과와 생사거래에 해탈하는 원인은 1. 이미 지은 업은 즐겨 받기 때문이다. 2. 복 짓는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3. 四相을 없애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4. 텅 빈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5. 무소유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은 탐욕심이 되고 다시 탐진치 삼독심이 자라나서 경계에 끌려 다니게 된다. 무소유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우주전체가 내것이 되며 무한한 자유와 해탈을 얻게 된다. 6.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14       14조 : 잘 수행하는 사람은 자성을 떠나지 않는다 하니 어떠한 것이 자성을 떠나지 않는 공부인가.   o 동정간에 청정자성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동할 때에는 경계에 마음을 끌려 죄업을 짓게 되기 쉽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다. 이 자리가 곧 자성 그대로다. 그러나 경계 따라 요란함이 생기고 어리석음이 생기고 그름이 생겨 죄업을 짓고 고통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정일여 공부를 하는 것이다. 동이란 육근이 일 있을 때 곧 경계를 말하고, 정이란 육근이 일 없을 때를 말하며, 일여란 동정 간에 자성을 그대로 지키는 것을 말한다.   o 무시선 무처선 공부를 표준으로 살아간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마음을 찾아 길들이는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천만가지로 흩어지는 마음을 하나로 집중 통일하는 것이다.   o 일상생활 속에서 정신수양 공부를 한다. 마음을 빼앗아갈 시끄럽고 복잡한 경계는 피한다. 삼독오욕심‧사량계교심 없이 텅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대화하며 호연지기를 기른다. 일을 당해서는 일심전념한다. 그러나 일이 끝나면 모든 생각을 다 잊어버린다.    15조 : 마음과 성품과 이치와 기운의 동일한 점은 어떠하며 구분된 내역은 또한 어떠한가.   o 心性理氣는 性理의 문제이다. 性은 인간의 본성‧자성에 관한 것이고, 理는 우주 만유의 본래이치에 관한 것이다. 진리의 궁극에 들어가서는 인간의 본성과 우주 만유의 본래이치는 하나가 된다. 인간의 본성은 心性으로 우주 만유의 본래이치를 理氣로 설명할 수 있다. 심성이기는 결국 인간의 본성이요, 우주 만유의 근본이치인 일원의 진리 곧 우리의 청정자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마음을 떠나서 성품이 따로 없다. 성품이 動하면 마음이 되고 마음이 靜하면 성품이 된다. 성품에서 분별이 일어나면 마음이 된다.    理는 우주 만유의 근본이치를 體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다. 理가 用으로 나타나게될 때에는 氣가 되는 것이다. 복숭아 꽃이 필 수 있는 이치(理‧體)가 있다. 봄기운 따라 복숭아 꽃이 피는 것 그것이 氣요 用이다. 복숭아 꽃의 생명력은 理가 되는 것이다.    理와 氣는 體와 用으로 나누어볼 때 구별되지만 사실은 하나이다. 理를 떠나 氣가 따로 없고 氣를 떠나 理가 따로 없는 것이다. 氣가 靜하면 理가 되고, 理가 動하면 氣가 된다.   o 심성은 인간의 본성이요, 이기는 우주 만유의 근본이치이다. 인간을 주관, 우주를 객관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심성은 주관이요 이기는 객관이다. 심성과 이기가 본래는 하나이기 때문에 주객일체가 된다.   o 심성이기는 결국은 다같은 것이지만 동과 정, 체와 용, 주와 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다. 심성이기가 본래는 다같은 하나로되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각각이다. 동물이나 식물은 이기의 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사람은 수행을 많이 할수록 심성이기가 균형을 이루게 되고 결국은 하나가 된다. 심성이기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우주 만유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16조 : 우주 만물이 비롯이 있고 끝이 있는가. 비롯이 없고 끝이 없는가.   o 시간과 공간이 유한한 것인가, 무한한 것인가. 좁은 생각으로, 분별심으로 보면 우주 만물은 비롯이 있고 끝이 있다.   o 일원의 진리를 불변하는 입장(有常)과 변하는 입장(無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입장에서 보면 우주대자연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영원불멸이요 불생불멸이다. 불생불멸이기 때문에 상주불멸이요 여여자연하다. 우주대자연은 시간적으로 계산할 수도 없고 공간적으로 그 넓이를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변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인생은 생로병사로 변하는 것이다.   o 우주 대자연이 무시무종한 자리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진공묘유의 조화로 무량세계가 전개되는 것이다. 무량세계 속에서 삼라만상과 육도사생은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다. 개개의 생명은 생로병사로 변화하지만 생명 그 자체는 영원한 것이다. 우주 대자연이 영원불멸 불생불멸 상주불멸한 것을 알게 되면, 나의 본래 마음도 영원불멸 불생불멸 여여자연한 것을 알게된다. 곧 성리를 깨치게 되는 것이다. 17       17조  : 만물의 인과 보복되는 것이 현생 일은 서로 알고 실행되려니와 후생 일은 숙명이    이미 매하여서 피차가 서로 알지 못하거니 어떻게 보복이 되는가.   o 인과의 이치는 엄연한 진리다. 누구나 지은대로 받게 되고(定業不免), 내가 짓고 내가 받게 된다(自業自得). 그러므로 <금생에 받는 것은 전생에 지은 것이요. 금생에 짓는 것은 내생에 받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o 천지에는 영생을 통해서 어떤 기운을 느끼고 있다. 길을 가다가 처음 만난 사람이고 그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지만 친밀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그 사람과는 서로 전생에 어떤 가까운 인연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상생의 인연을 맺는 것이다.   o 인과응보는 직접으로 서로 주고 받지만 때로는 간접으로 주고 받을 수도 있다. 가령 갑이라는 사람이 을에게 빚을 지고, 병이라는 사람은 갑에게 빚을 졌을 경우에, 갑이 을에게 직접 빛을 갚지 않고 병에게 대신 빚을 갚으라고 할 경우가 있다. 또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의탁하여 인과보복을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o 인과를 받는 시기에 네 가지 구분이 있다. 현세에 짓고 현세에 받는 경우, 현세에 짓고 내세에 받게 되는 경우, 현세에 지은 업을 내세 또는 내내세에 받게 되는 경우(이 경우 무거운 업을 먼저 받게 된다), 과보를 받는 시기가 일정치 않는 경우   o 사람이 사는 장소를 바꾸어도 업인은 그대로 갖고 있다. 또한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공업을 지을 수 있다.      18조 : 천지는 앎이 없으되 안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천지에 識이 있느냐, 있다면 어떠한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識이란 대상을 인식하는 힘을 말한다. 사람은 안다 모른다는 구별이 있고, 알면 안다 하고 모르면 모른다 한다. 모르면서 아는체 하기도 하고 알면서 모르는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지의 식은 무위의 식이라 원만 평등 지공무사한 것이다.   o 사람은 무엇을 조금 알면 아는체 해서 말도 많고, 글을 통해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식이란 천지의 식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고 한계가 있다. 천지는 아무런 말이 없으나 모르는 것도 없고 지극히 원만 평등하다. 가령 땅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종자를 심으면 싹이 돋아난다.   o 천지에는 도와 덕이 있다. 천지의 도와 덕은 천지에 식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우주의 큰 기운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천지의 도요, 그 도가 운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천지의 덕이다. 천지의 도는 지극히 밝고, 정성스럽고, 공정하고, 순리자연하고, 광대무량하고, 영원불멸하고 길흉이 없고, 응용무념하다. 인간이 천지 팔도를 본받아 실행해가면 천지의 기운을 받고 천지와 같은 밝음과 자비와 위력을 얻게 되며 천지와 더불어 도와 덕을 합하게 된다. 19       19조 : 열반을 얻은 사람은 그 영지가 이미 법신에 합하였는데, 어찌하여 다시 개령으로 나뉘어지며 전신 후신의 표준이 있게 되는가.   o 개령이 靜하면 대령이 되고, 대령이 動하면 개령이 된다. 불보살은 현실 속에 살면서도 청정자성 그대로 작용하면 개령과 대령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들은 현실 속에서 본래심으로 살지 못하고 분별지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의 개령은 번뇌망상이 되는 것이다.   o 생사의 문제에 있어서도 중생의 경우에는 생사이지만 불보살의 경우에는 생사거래요 생사일여이다.   o 열반은 육신이 한번 바뀔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몸을 갖고도 수없이 열반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밭을 매는 농부가 아무런 사심 없이 청정일심으로 염불을 외우면서 일을 한다면 그의 마음은 곧 열반을 증득하게 된다. 그래서 그 때 농부의 개령은 대령과 합치된 것이다. 그러나 분별심이 일어나게 되면 대령에서 다시 개령으로 돌아온 것이다.   o 전신과 후신도 지은 업이 다르기 때문에 전생에 김아무개라 해서 후생에도 똑같은 몸을 가진 김아무개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o 열반즉 생사, 번뇌즉 보리, 차별즉 평등인 진리를 알아서 영원한 세월에 걸쳐서 생사에 끌려 다니지 않고 청정자성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불보살이다. 마음이 정하면 대령에 합하고, 경계에 따라 다시 개령이 나타나되 자성을 떠나지 않는 것이 곧 해탈이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며 이런 사람이 곧 생사거래에 자유자재하는 불보살이다.   20       20조 : 나에게 한 권의 경전이 있으니 지묵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한 글자도 없으나 항상 광명을 나툰다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o        달마대사 <我有一卷經 不因紙墨成展開無一字常放大光明)에서 유래    경전의 종류는 크게 다섯가지. 성현의 법문을 문자로 기록한 경전, 우주의 자연 현상, 인류의 역사적 사실, 눈앞에 전개되는 현실세계, 사람의 마음작용 법   o 달마 대사는 문자로 된 경전보다 더 중요한 경전, 앞에서 말한 다섯가지 경전보다 더 중요하며 모든 경전의 기본이 되는 경전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의 마음경전, 자성경전이라는 것이다.    자성경전은 곧 반야의 지혜를 말한다. 청정자성에서 나온 반야의 지혜가 곧 우주 만유의 창조주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