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의 다섯 가지 명품에는 ‘홍천 찰옥시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홍천은 ‘옥시기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옥시기’는 옥수수의 강원도 사투리다. 참고로 경상도에서는 ‘강냉이’라고 부른다.
옥수수는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로 멕시코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이다. 세계적으로 재배된 역사는 500년 정도로, 벼와 밀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을 당시에는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재배되고 있었는데,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의 에스파냐(스페인)로 전래되었다. 이후 유럽 전역을 거쳐 16세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으로, 조선에는 1700년대 명나라로부터 들어 왔다.
옥수수와 감자가 유럽에 전래되자 인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청나라의 인구 역시 급증했다는 기록은 옥수수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시사해 준다. 옥수수가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까지 있고 보면, 옥수수가 인간에게 끼친 활용도는 그만큼 높은 작물임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옥수수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쌀과 밀을 압도하고, 또 수확기간이 매우 짧다. 토질과 수질을 가리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 쌀이나 밀과는 달리 복잡한 가공 과정 없이 그냥 삶거나 구워서 먹을 수 있고 기름도 짜낼 수 있다. 곱게 갈아 빻은 옥수수가루로 면이나 빵을 만드는 등 쓰임새도 많다.
쌀 자급도가 낮았던 궁핍했던 시절에는 옥수수를 주식(主食)으로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은 옥수수밥이나 옥수수비빔밥, 옥수수국수 등 별미로 먹고 있으며, 옥수수로 만든 과자나 다이어트 식품 외에도 옥수수찐빵이나 떡, 빙수 등도 인기 있다. 옥수수로 맥주와 위스키 등의 술을 빚기도 한다.
옥수수는 식품이나 식품첨가물로만이 아니라 이삭과 줄기, 잎으로 가축사료도 만든다. 옥수수에 함유된 여러 가지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옥수수수염과 수술 부위의 약리 성분을 추출해 천연 신약 등도 생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옥수수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농작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총 곡물 수입량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수입의존도가 높다.
2008년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에 의하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500개의 상품 중 옥수수가 첨가된 제품이 372개로 약 74%를 차지한다니 옥수수는 우리 생활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식품인 셈이다.
옥수수에 얽힌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숨은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전쟁 중 연합군은 부상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미국 농무성 산하 농업연구청(ARS)에서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 때 생기는 용액을 이용해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연합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만나기사식당&하늘푸드
홍천에서 올챙이국수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업소
‘낯선 고장에서 값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기사식당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서석면 면사무소 근처 서석성당 정문 건너편에 ‘만나기사식당’이 있다. 이 식당 메뉴에서 ‘옥수수올챙이국수’가 눈에 띄었다. 가격은 3,000원. 요즘 김밥과 라면 정도를 빼고 단돈 3,000원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홍천 별미인 ‘옥수수올챙이국수’를 3,0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큰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주인 길상명씨는 이 음식을 차려내게 된 내력을 들려주었다. 어머니 김선녀씨가
과거 식당을 개업하면서 옥수수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팔았던 것이 지금의 ‘홍천올챙이국수’가 되었다고 한다.
길씨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옥수수국수공장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훗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다 그만 두고 자신의 옥수수 밭 한켠에 공장을 지어 ‘하늘푸드’라는 영농법인을 설립해 국수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현재는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해 전국 각지로 택배판매도 하고 있다.
시골의 5일장은 물건을 팔고 사는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情)을 나누는 곳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매 4일과 9일에 서는 홍천군 서석면 오일장터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옥수수올챙이국수가 외지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장 안에 옥수수올챙이국수를 파는 식당은 없지만 노점을 펼치고 올챙이국수를 파는 할머니들이 있어 그 맛을 볼 수 있다.
메뉴 올챙이국수 3,000원
전화 033-433-4216, 하늘푸드 033-433-2874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구룡령로 2562
풍년식당
서석시장 안 흥겨운 축제의 장(場)
홍천군 서석면 면사무소 앞쪽에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산촌 곳곳에 흩어져 사는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장터에서 만나 어울린다. 면민들이 모두 모인 듯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팔 물건, 살 물건이 없으면서도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옛말을 실감케 한다. 시장 안쪽에 있는 풍년식당(대표 사용희)에 모인 손님들은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인 듯, 가까운 친척을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막국수를 먹으며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오일장이 서지 않는 평일에는 식당이 썰렁하다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시골 오일장은 언제나 흥겨운 축제의 장(場)이다.
메뉴 메밀막국수 7,000원
전화 033-433-4156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장터2길 15
생곡막국수
운두령과 구룡령으로 가는 길가의 맛집
막국수는 강원도의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국수틀에 눌러 면을 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냉수에 3〜4번 헹궈 면을 만든다. 이 면을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것이 일반적인 강원도 메밀막국수다.
보통 면을 그릇에 담고 김칫국물을 부은 다음, 그 위에 얄팍하게 썬 김치와 오이를 얹고 깨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린다. 김치는 동치미, 나박김치, 배추김치 등을 쓰는데, 젓갈과 고춧가루가 많지 않은 맑은 김치가 좋다.
김칫국물과 차갑게 식힌 육수를 반씩 섞은 국물은 맛은 있지만 고기류나 파·마늘 등의 양념이 막국수 본래의 맛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막국수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리 기술이 필수라고 한다.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의 ‘생곡막국수’는 서석면에서 인제나 평창으로 넘어 가는 56번국도 변에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막국수 맛이 전국에 널리 알려져 주말이면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매주 화요일은 쉰다.
메뉴 메밀막국수, 감자전, 두부 각 7,000원. 옥수수동동주 8,000원
전화 033-436-5061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군두리길 310
검산막국수
서봉사 계곡 초입에서는 바로 이 집
산자락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 운영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검산막국수’의 업주 박혜영씨는 50대 후반임에도 발랄한 목소리에 친절미가 철철 넘쳐 젊은 느낌을 준다. 이 식당은 홍천에 사는 산악계 후배가 강력하게 추천해 준 업소다. 기본인 메밀막국수 외에도 들기름으로 구운 감자전, 옥수수동동주와 함께 나온 편육도 맛있었다. 야외에 설치된 식탁의 분위기도 좋아 하잔주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업소다. 업소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 번 찾아왔던 손님들이 홍보대사를 자청하며 지인들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메뉴 메밀막국수, 감자전, 메밀꿩만두, 옥수수동동주 각 7,000원. 편육 1만5,000원
전화 033-433-5060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검산길 10
양지말화로구이
무쇠화로에 재빨리 굽는 특미 화로구이
홍천읍내 하오안리의 ‘양지말 먹거리촌’은 작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이 마을의 대표적인 업소인 ‘양지말화로구이’가 꾸민 것이다. 이 식당은 숲속에 감추어져 있다. 양지말화로구이의 ‘양지말’은 ‘양지바른 마을’의 줄임말로 보통명사인데, 이 식당 덕분에 고유명사화되었다. 홍천군청에서 펴낸 홍보자료에 ‘하오안리 먹거리촌’이 아니라 ‘양지말 먹거리촌’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여서 외지 사람들은 으레 ‘양지말’을 지명으로 알고 있다. 양지말화로구이를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결혼했다는 전명준·유영순씨 부부다.
화로숯불구이는 삼겹살을 갖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장에 섞어 재운 다음 숙성해 큰 무쇠화로에 담긴 참나무숯불에 구워 낸다. 강원도산 최상급 돼지고기에 묵은 고추장과 토종 벌꿀을 사용해 돼지고기 잡내를 없앤 것이 이 업소가 크게 성공한 비결 중 하나라고 한다. 이제는 홍천을 찾는 여행객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식도락가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전국에 택배판매도 하고 있다.
메뉴 화로구이 기본 2인분(400g) 2만4,000원(추가 1인분 1만2,000원). 양송이 더덕구이 2만 원
전화번호 033-435-1555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양지말길 17-4
정원닭갈비
여성 산꾼 출신이 차려 내는 인정담긴 음식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 닭갈비는 철판에서 볶거나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있다. 정원닭갈비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철판닭갈비보다 숯불닭갈비를 더 좋아 한다고 했다.
후덕한 인상의 안주인 황선미씨는 결혼하기 전까지 홍천의 ‘벌력천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했었다고 한다. 벌력천산악회의 ‘벌력천(伐力川)’은 흔히 홍천의 옛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지명이라기보다는 이곳에 주둔했던 옛 군부대의 이름이다. 벌력천은 통일신라시대 각 주(州)에 두었던 십정(十停)군단의 하나로 옛 고구려 지방을 지배하기 위해 한산주(漢山州)·하서주(河西州)·수약주(首若州) 3주를 설치했다.
메뉴 철판닭갈비, 숯불닭갈비, 고추장삼겹살 각 1만 원
전화 033-432-1857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홍천로 421
홍천 옥수수 매년 여름 홍천찰옥수수축제 열려
홍천에서는 매년 7월 말~8월 초에 ‘홍천찰옥수수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는 옥수수와 관련된 각종 체험과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홍천찰옥수수는 15℃ 이상 일교차가 나는 중산간지역(표고 150~400m)에서 생산되어 달고 껍질이 얇아 다른 지역의 옥수수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옥수수연구소의 지속적인 품종개발로 흰색의 미백2호, 자주색의 미흑찰, 흰색과 자주색이 혼합된 흑점2호, 기능성을 가진 청춘찰 등이 재배되어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요즘엔 찐옥수수 이외에 찐빵, 콩국수, 올챙이국수, 떡, 도넛, 쿠키, 피자, 막걸리, 식초, 범벅, 빙수, 비빔밥 등 옥수수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진공 포장법으로 연중 홍천 옥수수를 맛볼 수 있다.
구입처 홍천농협두촌지점(풋옥수수, 진공포장 택배 판매) 033-435-3611, 산촌마을(옥수수범벅) 033-435-5575
식당 옥수수밥정식-한림정(033-434-8300), 파레스가든(033-434-2505), 올챙이국수-강희네(010-4147-7352), 대운올챙이(010-5531-2898)
한림정 품격 있는 식당의 실속 있는 옥수수밥정식
홍천사람들이 상견례를 하거나 귀중한 손님이 오면 안내하는 곳이 있다. 한정식과 꽃등심을 전문으로 하는 ‘한림정(대표 김명숙)’이다. 홍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홍천강 건너편에 있는 한림정은 대도시의 여느 식당 못지않은 대형 업소다.
이 집에서는 고기뿐만 아니라 옥수수밥정식상을 받고 보면 놀라움이 앞선다. 이런 진수성찬을 이 가격에 차려 내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업소 측은 건물이 자가 소유이고 식재료구입도 현지에서 하는 덕분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강원도 지정 으뜸음식점과 홍천군 모범향토음식점인 만큼 시설이 깨끗하고 종사자 모두 친절한 업소다.
메뉴 옥수수밥정식 2인 한상 3만 원, 명가정식 1인 3만5,000원. 물냉면, 비빔냉면 7,000원
전화 033-434-8300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송학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