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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전라북도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의 여러 마을에서 농기(農旗)를 가지고 벌이던 민속놀이. 용기(龍旗)놀이라고도 부른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무렵까지 성행하였으나 이후 간헐적으로 1956년까지 전승이 이루어지다가 중단되었다. 1974년 풍남제 행사 때 다시 재현되어 현재 매년 백중일에 기접놀이가 행해지고 있다.
배경
전북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은 옛 전주부의 우림면, 난전면, 나중에는 우전면으로 불리던 곳으로, 현재는 전주시 삼천동 2가에 편입되어 있다. 기접놀이는 일제강점기 당시 탄압으로 소멸되었으나, 우림면 계룡리의 4개 마을(함띠, 용산, 비아, 정동) 일대는 당시 면장(面長)의 보호 아래 마지막까지 명맥을 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모악산의 수려한 자연 속에 광활하고 비옥한 농토가 있으며, 후덕한 인심과 더불어 전북을 대표하는 농심(農心)의 고장이기도 하다.
고증에 의하면 기접놀이는 난전면 중평, 산정, 학전 같은 마을과 우림면의 계룡리 4개 함띠, 용산, 비아, 정동마을 주민들이 칠월 칠석이나 백중에 다른 마을의 초청에 의하여 술맥이굿을 벌이며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민중 행사이자 각 마을의 단결을 다짐하며 열리던 백중날 일꾼 중심의 축제였다.
1974년 제16회 풍남제 민속놀이 재현 자료에 의하면, 가장 오래된 용기(龍旗)는 평화동 중평마을의 용기로 고종 31년(1895) 8월 15일에 제작되었다. 당시 상좌 임성숙과 회원 윤공여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고, 용 그림은 1936년 벽곡이 그렸다고 되어 있다. 현재에도 1930년대에 제작된 비아마을의 용기와 1940년대에 제작된 정동마을 용기가 전해지고 있다. 여러 곳이 찢기고 헐어 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기에는 용을 비롯하여 거북이와 잉어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농경문화에서 용신을 섬기는 전통적인 공동체 신앙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원래 각 마을은 똑같은 크기의 용기와 백기(白旗)를 가지고 있었으며, 백기는 남성기(男性旗)라고 하여 마을 공동 작업인 두레와 마을주민의 행사에 등장하였고, 용기는 여성기(女性旗)라고 하여 합굿놀이 때만 등장하였다.
한여름 모내기를 끝내고 두세 차례의 김매기를 마치면 칠월 칠석이나 백중 무렵이 된다. 이때에 합굿놀이를 주최하고자 하는 마을이 마을 총회를 열어 합굿 일정을 결정한 후 이웃 형제마을을 초청한다. 기접놀이 인적 구성은 좌상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공원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기재사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농기수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영기수 8명(4개 마을 각 두 명씩), 사동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나팔수 4명(4개 마을 각 한 명씩), 풍물패 44명(4개 마을 각 열 한명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기의 크기는 폭 3미터, 길이 5미터이다. 흰 광목에 용을 그렸으며 기주(旗柱)와 접촉 부분에는 제작 연월일을 기록했다. 기주의 길이는 8미터, 지름은 15~20센티미터의 대나무를 사용하는데, 과거에는 영구 보존을 위해 대나무 속에 나무를 깎아 채워서 만들었으나, 현재는 대나무만 사용한다. 전주기접놀이의 연행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기접놀이 결정: 비아마을 모정(茅亭) 앞 광장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마을의 좌상을 비롯한 유지들이 모정에 모여 기접놀이에 관해 논의한다. 좌상의 주도로 행사에 필요한 경비와 기타 사항을 논의하여 결정한다. 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좌상의 지시로 알림판을 들고 영기(令旗)를 든 채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마을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풍물패는 한바탕 흥겨운 굿판을 벌인다.
풍물굿이 끝나면 좌상은 모든 마을사람들에게 백중날 이루어질 행사에 대해 소상히 설명한다. 설명을 들은 마을사람들은 “야--” 하는 함성으로 답한다. 백중날 기접놀이를 하기로 결정하고 주변의 마을을 모두 초청해서 풍년을 기원하는 잔치를 베푸는 것이다. 마을회의에서 결정된 문제는 공원(公員)을 통해 잔치를 준비하고, 마을 전령은 다른 마을사람들에게 잔치의 날짜를 알리며 참석 여부를 묻는 전령을 보낸다. 전령은 영기를 앞세우고 정동마을, 용산마을, 함띠마을을 차례로 돌며 기접놀이를 알린다. 전령을 맞이한 마을에서 입구 오른쪽에 영기를 꽂으면 초청에 응한다는 표시이며, 입구 양편에 영기를 꽂아놓으면 불참하겠다는 표시가 된다.
② 마을회의: 초청된 마을의 좌상들이 사동(使童)을 앞세우고 등장하여 모정 위에 자리를 잡는다. 이때 사동은 마을 이름이 쓰인 간판을 들고 어른들 뒤에 서 있으면 회의가 시작된다. 백중날 아침에는 각 마을의 좌상과 유지들이 모여 농사철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점과 송사(訟事)를 처리하고, 마을의 공동 사업인 보를 막거나 용배수로의 위치를 변경하는 일, 도수로를 개설하는 일 같은 공동의 연중 사업 규모를 서로 토론하여 결정짓는다.
마을회의는 마을 간에 서로의 친목은 물론이려니와 마을 공동체 구성원의 결속력을 다지는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행위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는 전통 사회의 지역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기본적 토대가 된다.
③ 이웃마을 손님 접대: 비아마을 풍물패는 두 패로 나뉘어 한 패는 영기를 앞세우고, 다른 한 패는 정동마을로 마중을 나간다. 이때 정동마을 풍물패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서로 인사하고 약속 장소인 삼천천변으로 모인다. 이와 같은 형태로 용산마을, 함띠마을 풍물패를 맞이한다. 중간 지점에서 만난 풍물패와 마을사람들은 영기를 서로 교환한 후 한바탕 흥겨운 풍물을 치고 이동한다. 초청한 마을사람들은 초청에 응하는 마을 사람들을 마중하여 손님 접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④ 판굿: 천변에 집결한 4개 마을 풍물패와 마을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정렬한다. 이때 4개 마을 어른들이 모인 모정을 향해 한 마을씩 인사굿을 한다. 어른들에 대한 인사가 끝나면 비아마을은 동쪽에, 정동마을은 남쪽에, 용산마을은 북쪽에, 함띠마을은 서쪽에 진을 쳐 자리를 잡는다. 각각 자리를 잡은 풍물패들은 흥겨운 풍물굿을 치며 흥을 돋운다. 흥겨운 풍물판이 끝나면 각 마을들은 자신들의 풍물굿 솜씨를 자랑하기 위하여 한 마을씩 중앙으로 나와 풍물굿판을 벌인다. 마을 대항 풍물경연대회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때 마을 좌상들이 공정하게 심사하여 가장 잘한 마을에 상을 내린다.
⑤ 용기이어달리기: 마을 이름의 간판을 든 사람들이 백여 미터 지점에 십 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반환점을 세운다. 비아마을 공원의 지시에 따라 용기를 든 첫 장정이 출발 지점에 서고 용기이어달리기를 하기 위해 차례로 경주 대형으로 도열한다. 첫 번째 주자가 용기를 들고 뛰다가 중간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는 두 번째 주자에게 넘겨주고, 두 번째 주자는 반환점을 돌아 세 번째 주자에게 용기를 넘겨주고, 세 번째 주자는 중간 지점에서 네 번째 주자에게 용기를 넘겨준다. 이렇게 하여 가장 먼저 도착한 마을이 우승하는 것이다. 이긴 마을의 장정들은 진 마을의 고삐를 잡은 채 마을 전체의 풍물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원래 농기달리기는 릴레이 계주 식으로 여러 장정들이 모악산 중턱을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현재는 모악산까지는 가지 못하고 일부 거리를 정하여 행하고 있다. 승리한 마을과 패배한 마을의 목마놀이는 승리의 기쁨뿐만 아니라 마을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⑥ 용기놀이: 용기이어달리기가 끝나고 흥겨운 놀이판이 끝나면 우승한 마을부터 풍물소리에 맞춰 곱게 단장한 마을의 기재사(旗才士)가 용기를 높이 들고 의기양양하게 등장한다. 중앙에 등장한 기재사는 둥그렇게 늘어선 풍물패 속에서 용기놀이를 벌인다. 마을의 힘센 장정이 벌이는 용기놀이는 사람들에게 가장 볼 만한 거리를 제공한다. 힘과 기(氣) 그리고 예(禮)가 곁들여진 용기놀이는 오랜 기간의 훈련과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용기놀이를 통해 마을 장정들이 힘을 드러내고, 용기놀이를 가장 잘한 장정은 모든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였다고 한다. 용기놀이에는 기펼치기, 기높이들기, 내려깔기, 파도타기, 마당쓸기, 고네받기, 이마놀이, 어깨놀이, 기나발, 용기춤이 있다.
⑦ 용기부딪치기: 용기놀이가 절정에 달하여 마을사람들의 흥이 올라 있는 상태에서 네 개의 용기가 한데 뭉치는데, 이를 용기부딪치기라고 한다. 서로 기를 맞대놓고 높이 뛴다. 깃봉이 땅에 떨어진 마을은 곧 기의 제작연도를 현재로 바꾸며 마을 주민들은 모두 상위의 마을에 인사를 한다.
⑧ 합굿: 기세배가 끝나면 네 개 마을 주민 모두가 합세하여 합굿놀이를 한다. 네 개 마을 주민과 풍물패가 하나로 어울려 대동굿판이 벌어진다. 각 마을 주민은 물론 인근 마을에서 구경나온 사람들까지 하나로 어울려 굿판을 벌인다. 합굿이 끝나면 초청한 마을인 비아마을이 각 마을의 중간 지점까지 환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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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놀이도 있구나. 처음 듣는 놀이들이 참 많이 있지. 상표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