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
프랭크 로서(Frank Loesser)이 작사, 작곡한 <아가씨와 건달들>은
1950년 11월 24일 브로드웨이 46번 가 극장(46th Street Theatre)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데이몬 려년(Damon Runyon)이 쓴 두 편의 단편을 기초로 하고 있죠.
프랭크 로서는 대니 케이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의 음악도 맡았고,
페리 코모, 주디 갈런드, 펄 베일리, 캐롤 채닝 등 유명 스타들의 공연도 맡았습니다만,
<아가씨와 건달들>은 그의 명성을 영원하게 해준 대표작이죠.
초연 당시 연출은 조지 S. 카우프만(George S. Kaufman)이 맡았고,
로버트 알다(Robert Alda), 샘 레븐(Sam Levene), 이자벨 비글리(Isabel Begley),
그리고 영화화됐을 때도 아델레이드 역을 맡았던 비비안 블레인(Vivian Blaine)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날 캐스팅이랍니다.
공연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1,201회 상연됩니다.
그러면서 1951년 토니 상 다섯 개 부문을 수상하죠.
거기에는 작품상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프랭크 로서는 일약 브로드웨이의 인기 작곡가로 떠오르게 된 거죠.
1953년 런던 공연에서도 555회 상연되는 성공을 거둡니다.
이때도 샘 레븐과 비비안 블레인은 네이선과 아델레이드 커플로 공연을 합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자주 리바이벌되고,
아마도 뮤지컬이 상연되는 나라라면 어디서나 공연을 했을 겁니다.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연되는 인기 뮤지컬이죠.
영화는 MGM에서 판권을 사들였고,
감독은 조셉 L. 맨키위츠(Joseph L. Mankiewicz)가 맡습니다.
<이브의 모든 것>, <줄리어스 시저>, <맨발의 백작부인> 등을 연출했던 거장이죠.
말론 브란도와는 <줄리어스 시저>에서 같이 일했던 경험 때문에
캐스팅했겠죠. (노래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데도 말입니다. ^^;)
스카이 매스터슨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가 나올 때마다 약간은 불안합니다.
연기력이야 말할 나위 없지만, 노래까지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줄리어스 시저>에서 안토니우스 역을 맡았던 말론 브란도가
주사위를 던질 때는 약간 아이러니합니다.
마지막 도박에서 말입니다. 시저가 할 일이 아니었나요? ^^;)
대신 상대역 네이선 역으로는
<지상에서 영원으로>로 완전히 인기를 회복한 프랭크 시나트라가 등장합니다.
(<대부>를 생각해 보세요.
거기서 조니 역이 프랭크 시나트라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바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당시의 이야기였을 겁니다.)
조셉 L. 맨키위츠 감독도 연기와 노래에 능한
여러 배우들의 스타 시스템을 적절하게 동원하면서,
뮤지컬답게 이끌어나가야 했을 겁니다.
연기력이 뛰어난 말론 브란도와 노래 솜씨가 뛰어난 프랭크 시나트라.
여배우들도 마찬가집니다.
저도 영화 속에서 진 시몬즈가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 봤답니다.
<성의>와 <데지레> 같은 역사극에서 우아하고 멋지게 등장하는
아름다운 표범 같은 진 시몬즈만 봐왔었죠.
그래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 역할 하나는 제대로 소화해 낼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부터 아델레이드 역을 맡았던 비비안 블레인을 기용한 거겠죠.
뉴욕과 런던에서 1,500번이 넘는 무대 리허설을 거친 셈이니까요.
무대는 뉴욕, 화려한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타임즈 스퀘어겠죠~ ^^
일종의, 상징적으로 타락한 뉴욕이랍니다.
건달들, 소매치기, 야바위꾼, 경마꾼, 도박사들이
줄줄이 등장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화려한 뉴욕 풍경을 보여주는 서곡이 끝나면,
나이슬리와 베니, 러스티가 부르는 허풍선이 도박꾼들을 위한 노래
‘Fugue for Tinhorns'가 이어집니다. 유쾌한 곡이죠.
영화에서 나이슬리로 나온 배우는 스터비 케이(Stubby Kaye)인데,
우람한 덩치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괜찮습니다.
도박 하우스를 벌여놓고 판돈을 떼서 돈을 버는 네이선(프랭크 시나트라)은
아델레이드와 약혼한지 14년째이지만,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결혼을 미룹니다.
당장 내일도 하우스를 벌여야 되는데,
경찰서장이 자꾸 들이닥치면서 감시를 심하게 하니,
판을 벌일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한 군데가 있는데 미리 선금으로 1,000달러를 예치해야 합니다.
현찰은 없고 고민은 되던 차에,
배짱 두둑하고 내기를 좋아하는 스카이(말론 브란도)가 등장합니다.
여자를 쉽게 보는 스카이에게 네이선은 내기를 겁니다.
자기가 지정하는 여자를 내일 하바나로 데리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1,000달러를 건 겁니다.
그 여자는 바로 쑥맥이고, 사람들을 선도하는데 외에는 관심 없는
구세군 선교사 사라(진 시몬즈)랍니다.
어쨌거나 스카이는 사라를 찾아서 선교회 사무실로 찾아가고,
자기랑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 죄인 12명을 이곳으로 보내겠다고 차용증을 씁니다.
사라의 신심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구세군 대장이 와서 실적이 없는 이곳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사라는 스카이를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거죠.
건달들은 식당에 모여 있고, 하나같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꽂고 있습니다.
경찰서장이 찾아오죠.
도대체 왜 전부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이선은 “다 같이 바지도 입었잖아요.”라고 대꾸합니다.
부하는 엉겁결에 이 표식은 내일모래 결혼한 네이선의 총각 파티라고 꾸며댑니다.
당연히 네이선은 내기에서 진 스카이한테서 1,000달러를 받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지만,
스카이는 사라를 데리고 하바나 행 비행기를 타죠.
네이선은 궁지에 몰리지만,
텅 비어있는 선교회 사무실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아델레이드와의 결혼식은 뒤로 미뤄집니다.
하수구 아래서 도박은 계속 되고,
스카이는 죄인들을 선교 모임에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박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스카이는 모두를 상대로 마지막 도박을 합니다.
자기가 지면 모두에게 천 달러씩을 주고,
자기가 이기면 오늘 하루만큼은 선교 모임에 가겠다는 차용증을 쓰기로.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해피 엔딩이죠.
사라는 스카이의 진정한 사랑을 알고,
아델레이드는 14년 동안 기다려온 약혼자 네이선과 결혼합니다.
물론 두 쌍은 경찰서장과 구세군 대장, 그리고 건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동결혼식을 올립니다.
뉴욕 시내 한 가운데서 차를 막아놓고요.
하바나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즐겁습니다.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니까요.
우유를 마시겠다고 고집하는 사라에게 스카이는 돌체 데 레체를 주문합니다.
원래 우유 베이스의 시럽으로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쓰이죠.
우유 캔디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바카디를 탄 일종의 작업주로 사용됩니다.
경건한 생활만 하던 사라가 맛있다고 술을 홀짝홀짝 들이키게 됐으니 말입니다.
교회 종소리를 들으면서 사라가 노래를 부릅니다.
‘If I were a Bell'.
"내가 종이라면 울리고 싶은 기분,
샐러드라면 드레싱에 빠질 거예요."
하바나의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사랑에 빠진 사라의 눈빛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그렇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스카이와 사라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My Time of Day'죠.
“그대의 눈은 사랑에 빠진
여인의 눈동자,
언제나 나의 눈을 바라봐줘요.
나와 똑같은 불꽃이 눈동자를 빛나게 하지요.”
스카이가 부르는 ‘Luck Be a Lady'도 인상적입니다.
“행운은 요조숙녀 같아.
오늘밤은 내 곁에 있어주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
행운의 눈길은 내게만 보내줘요.”
사라를 향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모든 도박사들과 내기를 걸었을 때,
행운의 여신이 자기를 위해 주기를 바라는 노래랍니다.
선교회 사무실에서 나이슬리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가 합창으로 부르는 하이라이트랍니다.
모든 게 해피 엔딩으로 가는 유쾌한 뮤지컬다운 곡이죠.
‘Sit Down, You're Rockin' the Boat'입니다.
“그러니 앉아, 앉으라고. 배가 뒤집히잖아.
난 천국으로 가는 배 위에 있었지.
조심해, 천국으로 가는 중이야.
물 밑에 있는 악마에게 걸리면 다신 빠져나오지 못해.”
카바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델레이드의 곡들도 빼놓을 수는 없죠.
뮤지컬에서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노래들이자, 여성 합창과 군무가 어우러지니까요.
많은 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뮤지컬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지요.
‘A Bushel and a Peck'와 ’Take Back Your Mink'는
<아가씨와 건달들>을 꿈과 환상의 순간으로 이끌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