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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10만명당 6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내시경을 시행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나수영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 |
헬리코박터균 감염따른 유병률 55%까지 감소우리나라 위암 발생 10만명당 63명 세계최고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과거와 비교해 유제품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요구르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변비일 것이다. 그러나 요구르트도 다양화하면서 2000년에 국내 한 유제품 회사에서 변비가 아닌 위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출시하게 됐고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웠다. 조그만 요구르트병 하나에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베리 마셜 박사가 직접 광고에도 출현하면서 해당 제품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헬리코박터균은 100년도 더 전에 독일의 과학자들이 처음 발견했으나 그들은 균을 따로 분리해서 증명해 내지는 못했고 기억 속에서 잊혀 지게 된다. 이후 호주 태생인 베리 마셜 박사가 1982년에 다시 발견하게 되고 이듬해 우연히 균을 분리해 증명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당시에만 해도 의사들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위장에 해로운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위궤양과 헬리코박터균과의 상관관계는 의학계의 정설이 됐으며, 1994년에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등급 발암물질이 됐다. 베리 마셜 박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명칭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다. 이 균이 유명세를 떨치면서 그만큼 확실하지 않은 정보도 넘쳐나게 됐다. 헬리코박터균과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나수영 교수의 도움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유병률
우리나라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균이 선진국 보다는 소득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감염되다 보니 우리나라도 점차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병률은 감소하고 있다. 20년전에 70% 정도였던 성인의 유병률이 10년 전에는 60% 정도였고 지금은 이 보다 더 감소해 최근에는 55% 정도까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균은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감염이 되는데 20년 전과 비교해 소아청소년기의 유병률은 절반 이상 감소해 현재는 10% 내외로 추정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성인에서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감염되면 위가 아플까?
여전히 우리나라 성인의 상당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됐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 균에 감염 된 사람 중 일부는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고, 80% 이상에서는 평생에 걸쳐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나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소화불량 증상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만성위염의 정도와 증상의 정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아이와 음식을 함께 먹어도 될까?
우리나라에는 가족 간에 찌개 등을 함께 먹고 술자리에서는 술잔을 돌려가며 마시는 식생활 문화가 있다. 심지어 예전에는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씹어서 먹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많은 이유를 이러한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감염된다는 가설이 현재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진 바가 없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산이 있는 곳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평소 입안에는 거의 없다. 성인에서는 일단 헬리코박터 제균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재감염될 가능성은 연간 5% 미만이다. 만약 단순히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에서 재감염이 이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위에 좋은 유산균 제품을 먹으면?
헬리코박터균은 세균이어서 박멸하려면 항생제가 필요하다. 요구르트는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 음료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마신다고 해도 헬리코박터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는 균이 있다가도 치료하지 않았는데 추적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항생제를 복용하다 우연히 박멸되는 경우도 생길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검사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 균이 없다고 판정되는 경우이다. 헬리코박터 균을 진단하는 검사법의 정확도는 90% 정도로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제균 치료를 원할 경우에는 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
현재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10만명당 6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을 때 위암에 걸릴 위험성은 3~8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가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어서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위암은 단순히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위축성 위염, 장상피 화생과 같은 일련의 변화가 발생할 때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연간 0.5% 정도에서 위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암의 발생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 외에도 환경적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도 관여한다.
▶헬리코박터균 박멸하면 위암 예방?
우리나라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률과 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단순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한다고 해서 위암이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만성위염에서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작년부터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만성위염에서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헬코박터균에 감염된 초기에 치료를 하였을 때는 위암의 발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내 몇몇 언론에서도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만성위염에서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거나 위암을 내시경으로 치료한 환자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위암의 재발률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근거 수준이 낮은 내용이며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을 제균 했다고 해서 앞으로 위암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위암의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진 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이 조기에 진단된다면 최근에는 간단한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완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