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석곡은 교통의 요충지였다. 호남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광주와 여수, 순천 등을 오가는 버스가 반드시 거쳐 가야 했던 곳으로 일종의 휴게소 같은 지역이었다. 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시끌벅적했던 곳. 구정물을 먹여 키웠던 석곡의 흑돼지는 쉬어가는 버스의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당시 흑돼지 요리로 명성을 떨쳤던 순천관도 사라지면서 석곡의 흑돼지는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석곡이 사라지듯 흑돼지의 맛도 희미해졌지만 최근 들어 그 맛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설탕대신 직접 재배한 벌꿀로 돼지고기 양념장을 만드는 손정자씨와 돼지를 동물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 보는 김남태씨. 김남태씨의 하루는 돼지에게 먹일 풀을 캐는 일로 시작된다. 농장 근처에 자생하는 풀로 섬유질을 섭취해 건강해진 돼지는 더 좋은 육질을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밀폐식이 아닌 개방식으로 사육을 하고 돼지들에게 먹일 영약액을 직접 만들어내며 희미해진 명성과 그 시절 추억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