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9경(景) 오세요
글 德田 이응철
곤돌라 하면 스키장 하이원 마운틴콘도에서 하이원탑이 있는 정상까지 몇 번 오른 것이 고작인데, 물위로 올라 능선에서 잠시 발돋움을 해 절벽을 향해 오르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
설레인다. 주말은 바람처럼 몰려올 외지인을 고려해 주중에 기다림의 미학으로 대열에 섰다. 바닥이 투명 크리스탈과 일반용 두 가지다. 아래까지 훤히 체험할 수 있는 붉은 색 케이블카는 3대 중 1대꼴이다. 가격이 차별화되고 노인과 지방인들을 배려해 고맙다. 개장 초기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이내 정착한 느낌이다. 바닥이 불투명한 일반용은 2만원 내외로 투명 크리스탈보다 저렴하다.
가볍게 스친 현기증도 매력이다. 문우 네 명이 탑승했다. 오픈한지 며칠 안 되어 그렇겠지만, 한 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 2층에 오른다. 외국여행 수속을 밟는 공항 같다. 코로나로 집콕에 족쇄가 풀려서인지 서리서리 감돌아도 발걸음 가볍고 표정이 모두가 밝다.
예전부터 고장 춘천의 산하를 느껴 볼 수 있던 곳은 어디였던가! 소양정에 올라 빼어난 경치를 노래하던 시인묵객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나는 새처럼 행복하다. 마치 열기구를 타고 호반의 도시를 두루 섭렵하며, 호연지기를 기르며 세세히 감상할 수 있다. 메마른 가슴이 촉촉해 진다.
산과 물 그리고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인간의 감성을 마구 흥분시킨다. 공자는 지자(知者)는 낙(樂)하고, 인자(仁者)는 수(壽)니, 지자는 요수(樂水)요, 인자는 요산(樂山)이라 했다. 물은 생명 그 자체요, 산은 겸손을 일깨워준다. 저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이 샘솟는 감정을 힐링이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 요즘 흔히 엔돌핀의 4천배인 다이돌핀이 정신건강에 으뜸이다.
자연의 힘 그 위대함은 곧 어머님의 힘이다. 호수가 포동포동하다. 마치 젖살 오른 아가의 살처럼 아니 인공호수지만 유럽의 피요르트 해안처럼 둥글고 포근해 영락없는 자연이 빚어낸 해변 같다. 탁 트인 시야 아득히 먼 곳에 아파트가 비온 뒤 버섯가족처럼 복스럽게 옹기종기 재갈거린다. 대룡산, 마적산, 화악산 드름산들에 어림잡아 이름표를 달아본다. 아우성이다.
예전 어느 외국인 선교사가 비행기에서 춘천을 내려다보며 마치 활짝 핀 한 송이 연꽃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뿜어내는 푸른 낭만의 도시는 타원형 호수 위로 공사가 한창인 래고랜드와 붕어 섬, 송암동 스포츠 타운이 장난감처럼 오밀조밀하다. 붕어 섬이 화려하게 살아화려하면 좋겠다.
삼악산 스테이션에 정차한다. 저마다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을 병풍처럼 두른 삼악산이 오랜 지우처럼 달려와 세인의 해묵은 피로를 풀어준다. 정상으로 오르고 싶지만, 데크로드로 가로막아 명년 봄을 기약한다.
그림지도처럼 앙증맞은 덕두원 지방도가 신기한 듯 손짓한다. 어느 영혼인들 돌부처겠는가! 굽어보는 분지 춘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용트림이다. 웅크린 모습을 활짝 펴고 4,5차 산업에 앞장서리라. 새로운 문화 컨텐츠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속속 이어져 내일의 춘천을 기대된다.
관광 활성화-. 춘천 9경이 날개를 달았다. 청평사, 삼악산과 김유정 문학촌, 공지천과 구봉산전망대, 구곡폭포, 소양 2교, 소양댐에 이어 삼천동 호수 케이블카가 구경(9景)꾼을 부른다. 아름다운 고장에 사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자부와 긍지를 느낀다.
돌아오는 길에 한줄기 갈바람이 스친다. 오후 6시까지라서인지 삼악산 그림자가 길게 호수에 발을 담그고 여유롭다. 전혀 다르게 사계절 낭만을 안겨주니, 년 4회는 필히 다녀가시리라. 삼천리 방방곡곡에 알려지는 춘천 9경(景) 오세요!.(끝)
첫댓글 강원일보 12/1 조간에 게재된 수필임